[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펑' 소리에 퍼지는 고소한 향…뻥튀기 아저씨의 변하지 않는 손맛

  • 김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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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26  |  수정 2025-02-26 08:32  |  발행일 2025-02-26 제23면

[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펑 소리에 퍼지는 고소한 향…뻥튀기 아저씨의 변하지 않는 손맛

"펑!" 하고 울리는 소리에 깜짝 놀랄 새도 없이, 고소한 향이 코끝을 스친다. 하얀 김이 자욱한 시장통 한편, 둥그런 뻥튀기 기계 앞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뻥튀기 아저씨'의 모습이 보인다. 손님들이 내민 쌀과 옥수수를 가득 채운 후, 가스 불 위에서 꾸준히 돌린다. 그리고 마침내 압력이 극에 달한 순간 "펑!" 소리와 함께 하얗게 부풀어 오른 뻥튀기가 쏟아진다.

한때 뻥튀기 장수는 전국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다. 1960~70년대만 해도, 아이들은 동네를 돌며 "뻥튀기 왔어요!"라고 외치는 소리에 달려나가곤 했다. 부모님은 쌀이나 강냉이를 봉투에 담아 들고 가고, 아이들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뻥튀기가 완성되는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쉽게 과자를 구할 수 있게 되면서 뻥튀기 장수의 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거리에서 손쉽게 볼 수 있었던 이 풍경도 점차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일부 뻥튀기 아저씨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꿋꿋이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뻥튀기를 찾는 사람들은 예전보다 줄었지만, 여전히 찾는 사람이 있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사람들에게 잊힌 추억을 되살리고 정겨운 풍경을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시장에서 할머니가 사 주시던 그 맛, 학교 앞에서 친구들과 함께 사 먹던 뻥튀기의 바삭한 식감. 이 모든 기억이 입안에 퍼지는 고소함과 함께 되살아난다. 게다가 건강한 간식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오직 열과 압력만으로 튀겨내니 기름 없이 담백하면서도 바삭하다. 요즘에는 다이어트 간식으로도 인기가 많아졌다.

뻥튀기 기계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했다. 과거에는 숯불을 피워 일일이 온도를 조절해야 했지만, 요즘은 가스버너를 사용함으로써 보다 일정한 열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기계가 아니다. 오랜 경험에서 나오는 감각이야말로 진정한 기술이다.

기계를 오래 돌리면 뻥튀기가 딱딱해지고, 너무 짧으면 제대로 부풀지 않는다. 재료의 상태, 습도, 온도까지 고려해 타이밍을 맞춰야 한다. 초보자가 흉내 내기 어려운 이유다. 이처럼 손끝에서 나오는 감각과 노하우가 있기에, 오늘도 거리의 한 편에서 "펑!"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이다.

다음 기회에 시장통에서 "뻥이요" 소리가 들려온다면, 잠시 걸음을 멈춰 보자. 그리고 하얗게 김이 피어오르는 가운데 뻥튀기 아저씨의 숙련된 손길을 바라보며 뻥튀기 한 봉지 사보는 건 어떨까?

뻥튀기의 바삭한 식감 속에 스며든 시간이 우리를 따뜻한 추억 속으로 데려다줄 것이다. 어쩌면 그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김동 시민기자 kbosc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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