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앨범 속 잠자던 빛바랜 상장…타임머신 타고 학창시절 추억여행

  • 김점순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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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2-26  |  수정 2025-02-26 08:30  |  발행일 2025-02-26 제23면

[동네뉴스-시민기자 세상보기] 앨범 속 잠자던 빛바랜 상장…타임머신 타고 학창시절 추억여행
김점순 시민기자가 국민학교 때 상장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점순 시민기자의 이름은 국민학교 때까지 '정순'이었다.

"선물이다. 잘 챙겨서 가거라."

지난해 10월 여섯 자매가 여행을 가기 위해 넷째 언니 집에 모인 날 언니가 조그만 상자 하나를 내놓으며 하는 말이다.

상자에는 우리 여섯 자매의 추억들이 잠자고 있었다. 필자는 학창 시절 추억이 담긴 앨범을 챙겼다. 앨범을 살펴보던 중 뜻밖의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빛바랜 종이는 '상장'이다.

"상장이 왜 앨범 안에 있지?" "통지표, 졸업장, 상장 등을 모아둔 상자는 어디로 갔지?"

한참을 생각하던 언니는 몇 년 전 집수리할 때 없어진 것 같다고 한다.

앨범 안에서 발견된 상장은 세로 17㎝, 가로 25㎝의 크기로 A4 용지보다 작은 문종이에 등사기로 밀어 만든 것이다.

등사기(파라핀·바셀린·송진 등을 섞어 만든 기름을 먹인 얇은 종이를 줄판 위에 놓고 철필로 긁어서 구멍을 내어 이를 틀에 끼운 다음 잉크를 묻힌 롤러를 굴리면 잉크가 배어 나와 종이에 글씨나 그림이 나타난다)로 밀어서 만든 상장은 소박하고 정겹지만,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았다.

내용으로 보아 여름방학 식물채집으로 받은 것 같았다. 들이나 산에서 채취한 식물을 책갈피에 넣은 다음 그 책 위에 다듬잇돌을 올려놓으면 식물의 형태가 잘 보존된다. 방학이 끝날 무렵 도화지 한 장에 작은 식물은 4개, 크기가 큰 식물은 2개씩 붙였다. 식물 아래는 작은 칸을 만들어 식물명, 채집연월일, 채집 장소를 기록했다. 도화지를 송곳으로 뚫어 묶으면 완성이다. 잠시나마 타임머신을 타고 초등학교 5학년 여름방학으로 돌아가 봤다.

상장을 받아들고 부모님께 칭찬받으려고 10리 길을 달려온 단발머리 소녀는 어디 가고 거울 앞에선 '넌 누구니?' 하고 물어본다. 그래서일까. 지금도 기록을 정리하고 모으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습관이다.

25년 전 친정엄마가 82세로 돌아가시고 넷째 언니가 유품을 정리하면서 나름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자매들의 물건을 언니 집에 보관했었다. 앞만 보며 바쁘게 살다 보니 앨범의 존재조차 잊었다. 세월이 흐르고 삶의 여유가 있어 전국에 흩어져 사는 6자매는 1년에 1~2번 모인다.

"만나면 줘야지" "가져와야지" 하면서도 막상 만나면 반가움에 수다 떨고 놀다가 그냥 헤어졌다. 지난해 10월 늦었지만, 물건은 주인을 만났다.

봄의 길목에서 앨범 속에 잠자던 상장을 깨웠다. 기지개를 켜며 그때 그 시절의 상장을 공개해 본다.

글·사진=김점순 시민기자 coffee-3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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