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박자를 맞춰 달라](https://www.yeongnam.com/mnt/file/202503/20250324010002414_1.jpg)
나는 올해 한 주에 12시간 음악을 가르친다.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가가 되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으로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이 없어지지는 않았다. 초등학교 땐 운동회를 앞두고 악대부를 모집했지만 시켜주지 않아서 엄마를 동원해서 악대부가 돼 작은북을 쳤다. 중학교 때는 음악을 하신 교장 선생님이 관악기를 기증받아 오셔서 관악부를 만들었지만 나는 뽑히지 못했다. 고등학교 땐 드디어 심인고 관악부를 자원해서 플루트를 배웠다. 고3인 선배는 입시 공부를 하느라 가끔 가르쳐 주기만 했다. 그 당시는 단체 기합이 참 심했다. 엉덩이를 한 번에 150대 정도를 맞았다. 여기에 저항하다가 음악 선생님께 흠씬 두들겨 맞고 나서 강퇴당했다. 참 험한 시절이었다. 음대를 가고 싶어 혹시라도 착한 대학생을 만나 무료 교습이라도 배워볼까 싶어 대명동 계명대 음대 연습실을 기웃거리기도 했다. 심지어는 피아노를 전공하는 여친을 사귀어서라도 음악을 배우고 싶었다. 나는 음악을 배우는데 돈을 한 푼도 쓴 적이 없다. 지금도 후회가 막심하다. 교대에 가서 나는 사회과나 국어과를 가려다가 결국 음악과를 선택했다. 4년제 교대가 됐고 첫 음악과 학생이었다. 가끔 교수님이 주신 초대장으로 S석에 앉아 연주를 감상하기도 했다. 음악과인데 어떻게 졸업시킬지 뒤늦게 정해졌다. 나는 전공할 게 없었다. 교대 합창단을 만드는 데 참여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성악을 배워볼까 생각도 했지만 역시 가정형편이 문제였다. 결국 3학년 때 교수님과 의논해서 작곡을 선택하고 기악곡을 쓰라는 교수님의 지시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학도호국단을 폐지하고 총학생회를 만드는 학생운동에 참여하면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심지어 눈 밖에 나서 졸업도 못 할 뻔했다. 겨우 가곡 두 곡을 쓰고 졸업했다. 교사가 돼서는 합창단, 리코더 중주단을 만들었지만 젊은 남교사라는 이유로 체육부장을 맡아 야구, 체조, 육상, 축구 감독을 했다. 겨우 음악 수업 시간에 음악을 가르쳤지만, 교과전담교사가 생기면서 지금까지 담임만 하다 보니 음악 수업을 할 기회가 적었다. 내 음악 인생을 돌아보니 좋아하는 음악의 언저리만 맴돌았던 것 같다.
드디어 정년을 앞두고 나는 음악 수업을 하고 싶어서 음악 교과전담교사가 됐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음악을 좋아하지, 음악을 잘 가르칠 전문성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각성했다. 그래서 내가 택한 음악 수업의 목표는 아이들에게 가장 신나는 수업이 음악이 되게 하는 것이다. 적어도 음악의 기초 기본 소양을 갖추게 하려고 한다. 그보다 먼저 내 안에, 음악에 대한 열망을 끄집어내고, 음악 이론을 다시 공부하고, 필요한 악기를 익히는 것이다. 학교에 있는 모든 악기를 음악실에 모아서 사용하기 좋게 정리 해뒀다. 곡을 익히면 자기가 연주하고 싶은 악기를 꺼내 온갖 악기로 연주해 보게 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누구라도 점심시간에 음악실에 와서 놀게 한다. 그랬더니 벌써 밴드팀이 만들어졌다. 별수 없이 음악실 문을 열어두고 뒷정리해야 하는 일이 늘었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따로 만날 수 있어서 좋다. 버스킹 공연기회도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이렇게 음악에 집중하다 보니 달성문화재단과 연결돼 금난새 오케스트라 공연도 유치하게 됐다. 학교에서 금난새라니!
음악 수업을 하면서 나는 아이들에게 음악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가르친다. 음악은 동서양 할 것 없이 세상의 온갖 소리 중에서 12개를 모아 음계를 만들어 뒀다. 음악의 악은 즐거움이다. 음악이 즐거워지려면 화음과 선율이 아름다워야 하지만 무엇보다 박자와 음정이 맞아야 한다. 음정이 맞지 않으면 묻혀 가면 되지만 박자가 맞지 않으면 음악은 소음이 돼 심각하다. 시쳇말로 개판이 된다. 그래서 저학년 음악 수업의 처음은 박자의 셈여림, 빠르기를 익히게 한다. 나는 더 열심히 아이들에게 박자를 맞춰 노래를 부르고 연주를 하는 법을 가르친다. 모든 학교에서 교사들이 가르치고 싶은 수업으로 아이들과 박자를 맞춰 신나게 가르치도록 모든 것이 제자리를 잡아 박자와 음정이 맞는 아름다운 음악 같은 세상을 만들어 달라.임성무〈환경과생명을지키는전국교사모임 상임대표 대구 화동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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