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여행하는 책들의 집 ‘모디책방’ 새 문화로 골목길 숨 불어넣다

  • 이준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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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6  |  수정 2025-03-26 10:54  |  발행일 2025-03-26
대구 ‘공간7549’ 1층 작은서점
책 매개로 공동체 연결고리役
모임·낭독회·도서전 등 계획

[동네뉴스] 여행하는 책들의 집 ‘모디책방’ 새 문화로 골목길 숨 불어넣다

다채로운 신간과 중고책으로 채워진 대구 중구 향촌동의 '모디책방' <모디책방 제공>

일제강점기부터 많은 예술인들이 활발히 작품을 선보인 대구 중구 향촌동 인근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공간7549로, 이곳은 4·9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의 유족들이 마련한 기금으로 설립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공간7549의 1층에는 '여행하는 책들의 집'이라고 불리는 작은 동네책방, 모디가 자리 잡고 있다. '모디'라는 말은 경상도 사투리로 '모여라'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 읽은 책이 다른 이웃의 손으로 건너가도록 돕는 것이 책방의 특징이자 여행하는 책들이 머무는 집이라고 불리는 까닭이다.

책방은 규모는 작고 아담하지만, 1980~90년대 출간됐다가 지금은 절판돼 쉽게 구할 수 없는 20세기 서적들과 지역에서 출판한 책, 중고 서적, 추천받은 신간 등 다채로운 서적들로 채워져 있다.

모디 책방이 위치한 골목길은 어르신들이 자주 찾는 경상감영공원과 최근 북성로 일대에 자리 잡은 젊은 창업자들이 함께 어울리는 장소다. 서로 다른 세대가 책을 매개로 공감하며 공동체 의식을 키워나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싶다는 모디 책방은 앞으로 지역의 작가들을 초대해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시민들과 나누는 자리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또한 여럿이 모여 책을 읽고 글을 써보는 독서 모임과 낭독회도 열어볼 생각이다. 시든 소설이든 어떤 종류의 책이라도, 단 한 문장이라도 소리 내 함께 읽고 감상을 공유하는 활동은 책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 만들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커다란 위안을 주는 시간이라고 김채원 모디 책방지기는 강조했다.

책방 인근에 행복 기숙사가 생기면서 대학생들의 발길도 부쩍 많아졌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부족한 학생들에게 책을 대출해주고, 도서 교환을 적극적으로 도와주며 누구나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따뜻한 책방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한다.

우정을 바탕으로 한 회원제 '모디 프렌드쉽'을 만들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꾸준한 독서 활동과 행사 참여를 독려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의 출판사 및 이웃들과의 네트워크를 형성해 골목 도서전이나 프리마켓을 열며 골목길의 문화를 다채롭게 꾸려가고 싶다는 꿈도 품고 있다.

대형 서점과 거대 유통망이 대부분을 점유한 세상에서, 작은 책방인 모디는 독자와 이웃 사이를 연결하며, 쇠퇴해가는 골목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 숨 쉬는 새로운 골목으로 변모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준희 시민기자 ljonh11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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