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경북 의성군 안사면 안사리 면사무소 일대가 산불에 뒤덮이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동부 4개 시·군으로 번지며 인명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산불 발생 닷새째인 26일 현재, 사망자는 12명에 달하고 부상자와 실종자도 잇따르며 피해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불길은 의성을 시작으로 안동, 청송, 영양, 영덕으로 확산됐다. 지나간 자리는 모두 아수라장으로 변하며 참혹함을 남겼다.
경찰에 따르면 영양군 석보면에서는 전날 밤 도로 인근에서 불에 탄 시신 4구가 발견됐다. 이 중 3명은 차량을 타고 대피하던 중 사고를 당한 일가족으로 확인됐다. 이들과 함께 있던 60대 남성 1명은 화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청송에서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70·80대 노인 2명 외에도, 외곽 지역에서 불에 탄 60대 여성의 시신이 추가로 발견됐다. 또 가족과 함께 트럭을 타고 대피하던 70대 여성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다. 진보면에서는 치매를 앓는 80대 여성이 실종된 상태다.
안동 임하면과 임동면 주택 마당에서도 여성 2명이 각각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중 50대 여성의 남편도 부상을 입은 채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영덕군 매정리에서는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 3구가 발견돼 경찰이 신원 확인에 나섰다. 영덕 해안 일대에서는 산불을 피해 항구 방파제 등지로 피신한 주민 104명이 구조됐다. 울진해경은 경비함정과 구조정, 민간 구조선까지 동원해 이들을 안전하게 이송했다.
산불 피해가 커지자 당국의 초기 대응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산불이 시작된 22일부터 위험 지역 주민을 순차적으로 대피시켰어야 했지만, 실제 대피 명령은 불길이 임박한 시점에야 일괄적으로 내려졌다.
고령 주민이 많은 지역 특성상 대피 문자만으로는 즉각적인 행동이 어려웠고, 야간에 차량을 이용해 급히 대피하는 과정에서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자체들도 추가 사고자 파악에 분주하게 나섰고, 경북도는 산불 피해 지역의 인명 피해 및 대피 상황을 긴급 점검 중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강풍을 타고 확산된 불길 앞에서는 어떤 조치도 역부족이었다"며 “앞으로도 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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