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 12년차 비예표아웅(35)씨
현지 통신 불안정…가족과 한동안 연락 안 돼
지진 피해 입은 미얀마 동포 위해 모금활동 계획 중

비예표아웅(35·미얀마)씨

비예표아웅(35·미얀마)씨가 한국에 오기 전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
대형 지진이 난 지난 28일 오후 3시30분쯤 경북 영천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던 비예표아웅(35·미얀마)씨는 심장이 멎는 듯 했다. 곧바로 고향 가족에게 전화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그로부터 1시간 뒤에야 생사를 확인하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고향인 '양곤'과 진앙지인 '만달레이'는 차로 10시간 정도 거리다. 가족들이 다치지 않아 천만다행이었다"며 “하지만 만달레이에 사는 친구 1명이 이번 지진으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가족은 무사해도 미얀마 전체가 큰 피해를 입은 탓에 차마 '다행'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 미얀마 정세가 불안한 상황에서, 자연재해라는 재앙까지 닥치자 매일 잠을 설쳤단다.그나마 대구에 있는 다른 미얀마인들보단 사정이 나았다. 몇몇 동료들은 아직 가족들 생사를 모른다.
그는 “미얀마는 2021년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내전이 이어지며, 기존에도 상당수 도시 기반 시설이 파괴된 상태였다"며 “지진 피해 복구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대구에 있는 동포들과 모금 활동을 계획 중"이라고 했다.
올해로 한국 생활이 12년 차인 그는 한국행 후 한번도 고향을 찾은 적이 없다. 한국에 있으며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하고 있어 본국에 돌아갈 시 체포될 위험이 있어서다. 이 와중에 지진까지 발생해 '고향길'이 더욱 멀어질까봐 안타깝게 했다.
그는 “이번처럼 큰 지진이 있을 때나 작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땐 고향에 너무도 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기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기로 했다"며 “쿠데타 상황이 정리되고, 지진 피해의 아픔이 가시는 그 날, 가족 품으로 돌아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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