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본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와 협업한 루이뷔통 매장의 모습.<출처: pauloguidalli> |
![]() |
한희정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
18C 직조기술 발달 고급원단 적용
드레스·액세서리에 등장 주류 합류
1920년대엔 멋쟁이 패션에 차용돼
20C 반항·실험적 예술도구로 진화
강력한 주목성 대중에 여전히 인기
글로벌 명품 패션 브랜드 루이뷔통은 2012년 일본 아티스트인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와 첫 협업을 시작해 최근까지 패션 의류, 가방, 신발, 향수 등 다양한 제품에 쿠사마의 대표적 모티브인 폴카도트(polka dot-물방울 무늬) 패턴을 사용해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그녀의 무한히 반복되고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폴카도트는 판화, 설치미술 등 예술작품과 패션제품, 인테리어, 소품 등에 적용돼 전 세계 현대미술계와 패션계에서 수십년간 주목받아왔다. 폴카도트는 원형으로 격자나 엇갈리게 배열되는 특정 유형의 도트 패턴으로, 그냥 점 혹은 점무늬로 해석되는 둥근 모양과 불규칙하게 배열될 수도 있는 도트(dot)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패션의 역사에서 도트는 중세시대 낙인의 표시에서 현대의 매력적인 변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미의 시각으로 이동됐다. 도트는 단순해 보이나 크기와 반복성으로 미니마우스의 리본, 복고풍 수영복과 원피스, 장난스럽거나 상쾌한 이미지의 식탁보 등 디자인에서 비교적 명랑하고 밝은 외관이다.
하지만 산업적으로 원단에 직조나 프린트로 패턴화(무늬화)가 가능하게 되기 전인 중세시대에는 그냥 얼룩의 형태로, 천연두나 발진 등 질병으로 인한 흉터와 비슷하게 인색됐다. 또한 손으로 그리는 등의 방법으로 염색을 시도하더라도 불규칙적이고 얼룩처럼 불완전해 보이는 형태로 질병이나 공포, 사회적 소외 등 부정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 |
1960년대 폴카도트 패턴의 여성복. 폴카도트는 20세기 멋쟁이, 관능미, 반항, 장난스러움, 그리고 실험적 예술의 모티브로 진화했다. <출처: agnautacouture> |
폴카도트는 1800년대 중반 유럽과 아메리카 지역에서 유행했던 폴카댄스의 열풍에서 유래됐다. 체코 등지의 보헤미안 민속에서 기원된 2/4박자 빠른 스텝의 활기찬 구애의 춤인 폴카댄스는 남녀 커플이 넒은 공간에서 신나게 리듬 있는 박자에 맞추는 매력적인 춤으로, 폴카도트는 여기에서 따온 이름으로 반복적인 리듬으로 균일하게 배치된 활기찬 매력의 도트 배열과 어울려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이를 통해 도트-폴카도트는 주류에 합류하게 돼 여성의 일상복 드레스와 남녀 액세서리에 등장하게 돼 지나치게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우아함을 더하였고 20세기에 이르러 그 독특한 매력을 더욱 발산하게 됐다.
20세기 폴카도트, 즉 물방울 무늬는 멋쟁이, 관능미, 반항, 장난스러움, 그리고 실험적 예술의 모티브로 진화해 문화적 상징성과 아이콘을 탄생시켰다. 1차 세계대전 이후 1920년대는 쾌락과 재즈시대로 당시 여성 패션은 이전보다 짧아진 스커트, 조이지 않은 느긋한 허리선, 짧은 보브 헤어, 화려한 모자로 구성된 멋쟁이 패션인 플래퍼 룩(look)이 대세였고 이에 폴카도트는 더욱 즐거운 모티브로 패션에 포용돼 쾌활한 분위기를 제공했다. 이 시대 폴카도트는 현대 패션에 쉽게 접근해 여성성과 낙관주의의 시대적 이미지를 나타내는데 이상적이었다. 또한 디즈니가 1928년 탄생시킨 미니마우스의 빨간색 물방울 무늬 드레스와 리본은 아이들에게 폴카도트를 사랑스럽고 만화같은 매력을 발산하게 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1940년대 후반~1950년대 폴카도트는 극도의 가정적이고 여성적인 모습, 할리우드의 화려함의 상징적 모티브가 됐다. 그뿐만 아니라 합성섬유의 대량 생산과 높은 내구성의 프린트 기술로 더욱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상의 폴카도트 패턴으로 완성됐다. 부드러운 색상의 배경 위의 반복적이고 규칙적인 폴카도트는 이 시대 냉전과 완벽한 가정의 확립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의 맥락에서 여성성과 질서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반영한 것으로도 보인다.
![]() |
1960년대 도트패턴의 여성복. <출처: agnautacouture> |
대표적인 사례로 패션디자이너 메리 퀀트는 도트를 반항의 시각적 도구로 사용해 당시 팝아트에서 영감받은 원피스 출시로 패션의 급진적 변화를 주도하였고, 피에르 가르댕은 고급패션에 폴카도트와 그래픽 원 모양을 사용해 미래적 디자인을 제시했다. 또한 팝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은 도트를 시각예술로 가져와 예술의 분위기를 대중에게 가볍게 접근하는 등 이 시대 도트-폴카도트는 대담하고 젊으며 반항적 분위기를 나타내기도 해 진보적인 무엇으로 형성됐다.
이러한 에너지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계속됐고, 꼼데가르송, 레이가와쿠보 등의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들은 도트를 개념적인 도구로 적용해 혼돈, 초현실주의적 디자인을 제시했다. 특히 1980년대 화려하고 과감한 패션의 유행의 시대에서 폴카도트는 대중문화와 패션에서 여성의 파워와 여성성을 번갈아 나타내는 다용도의 도구로도 사용됐다.
한때 부정적인 표시로 거부됐던 도트는 시대를 거쳐 단순하면서 리듬적인 반복성의 모습으로 변화돼 강력한 주목성과 독자적 가치를 반영하고 재해석돼 새로운 모습들로 이 시대 대중을 매혹하고 있다.
계명대 패션디자인과 교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