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이 14일 오후 대구 북구 시의사회관에서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bi@yeongnam.com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이 14일 오후 대구 북구 시의사회관에서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bi@yeongnam.com

14일 오후 대구 북구 대구광역시의사회관에서 열린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성명서 발표'에서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bi@yeongnam.com

14일 오후 대구 북구 대구광역시의사회관에서 열린 '의과대학 교육 정상화를 위한 공동 성명서 발표'에서 양동헌 경북대병원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bi@yeongnam.com
"이제는 복원과 협력의 시간입니다."
14일 오후 대구시의사회관 3층 회의실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구·경북 주요 의료기관 관계자들과 의대 동문회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의대 교육 정상화'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의대생 복귀는 의료 붕괴를 막는 첫걸음"이라며, 정부와 국회에 실질적인 교육·수련 환경 개선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날 발표는 지난해 의대 정원 확대 정책 이후 의료현장에서 빚어진 혼란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복귀 결정을 내린 의대생들을 향한 환영의 뜻과 함께, 더는 늦춰선 안 된다는 위기감이 현장을 지배했다.
민복기 대구시의사회장은 "의학과 과정은 40주 수업이 필수"라며 "가능하면 2월 말, 늦어도 3월 말까지는 수업을 마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 회장은 "늦어질 경우 2024·25·26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받는 '트리플링' 사태가 현실화될 수 있다"며 "일부 대학은 폐교 위기까지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자회견이 열린 회의실은 말 그대로 '현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대학병원장을 비롯해 병원 실무진들도 연이어 마이크를 잡고 실태를 토로했다. 양동헌 경북대병원장은 "교육 주체인 대학, 교수, 학생의 협력이 절실하다"며 "단순히 학사일정 조정에 그칠 일이 아니다. 교수 충원과 교육 공간 확보, 재정 지원까지 전방위적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양 병원장은 또 "기존 교수진의 교육 부담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며 "교수 처우 개선 없이는 교육 품질을 담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양 병원장은 "전공의 수련 문제도 복지부와 병원협회, 전공의협의회가 논의 중인 만큼, 국민 건강권이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신속히 결론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이번 성명이 단순한 교육 재개를 넘어서, '의료 붕괴'라는 국가적 위기를 막기 위한 공동의 책임임을 분명히 했다. 성명에는 대구시의사회, 경상도의사회, 대구경북병원회, 경북대병원, 칠곡경북대병원, 계명대 동산의료원, 영남대의료원, 대구가톨릭대의료원, 대구파티마병원, 동국대 경주병원 등 10개 주요 의료기관과 지역 5개 의과대학 동창회가 이름을 올렸다.
의료계 단체들은 "지난 1년의 의료 공백이 환자들에게 어떤 고통을 줬는지 잊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반목보다 복원과 협력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라고 환자와 국민 앞에서 자성의 뜻도 전했다.
현장에 모인 이들은 성명 발표 이후에도 자리를 쉽게 뜨지 못했다. 누군가는 교수 충원안을 두고 조심스레 의견을 나눴고, 또 누군가는 학생 복귀 이후 병원 실습과 수련 문제에 대해 염려를 쏟아냈다. "복귀는 시작일 뿐"이라는 말이 가장 많이 들린 말이었다. 그들의 얼굴엔 안도보다는 숙제가 더 많아 보였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