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돈텔파파'

  • 입력 2004-08-30  |  수정 2004-08-30 10:00  |  발행일 2004-08-30 제1면
본격 성인판 '섹스 코미디'
신파조로 변모 감동 절감
[새영화] 돈텔파파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는 요소는 1차적으로 영화를 잘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홍보 마케팅을 소홀히 한다면 그 영화는 절반의 성공밖에는 얻을 수 없다. 최근의 영화들이 영화 제작비의 20∼30%를 홍보 마케팅부문으로 책정한 것 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는 9월3일 개봉하는 '돈텔파파'(제작 기획시대)는 우선 홍보 전략에서 관심을 끈 작품이다. 이색적인 일반 시사회(관람객들에게 콘돔을 배포)를 통해 영화의 입지를 굳혀 놓았고, 대외적으로는 '웰 메이드(well-made) 영화 포기 선언'이라는 독특한 홍보 마케팅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기획시대 유인택 대표는 "작품성은 따지지 않고 철저히 재미와 오락만을 추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돈텔파파'는 밤무대 3류 MC인 철부지 아빠와 사는 의젓한 아들의 부자 이야기로, '유머일번지' '쇼비디오자키' '열려라 웃음천국' 등 TV 코미디 오락 프로그램으로 탄탄한 기반을 닦은 이상훈 PD의 충무로 데뷔작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드라마 출신 프로듀서들의 영화 데뷔가 대체로 흥행에서 좋은 성적을 얻지 못한 반면 코미디 출신 작가들과 프로듀서는 흥행 측면에서 비교적 좋은 결과를 낳았다는 사실에 감독은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는 눈치다.

영화의 시작은 학교 화장실에서 애를 낳는 애란(채민서)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어리버리한 '고삐리' 철수(정웅인)와 담뱃불 입으로 끄기가 주특기인 비행 소녀 애란의 '하룻밤' 결과가 잉태되는 순간이다. 1년 가까이 흐른 어느 날 철수의 교실에 갓난 아기가 들어있는 바구니 하나가 퀵서비스로 배달된다. 자신과 애란의 사이에 태어난 자식이다. 이미 애란은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뒤라 철수는 밤무대에서 MC를 하며 아들 초원(유승호)을 키운다. 어느새 초원은 일곱살이 되고, 속옷 업체의 패션쇼 책임자로 잠시 한국을 방문한 애란은 아기를 버린 죄책감에 시달리다 우연히 철수와 초원이를 발견하게 되는데….

섹스 코미디를 표방한다는 처음 홍보와는 달리 영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신파조로 변모하며 웃음 대신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마치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그 당시 유행하던 멜로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오히려 이런 점이 관객들에게는 참신함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지만 너무 작위적이고 진부하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이 영화의 원래 제목이 '아빠하고 나하고'였다는 점을 알고 나면 이해가 갈 듯.

그럼에도 영화가 어설프지 않게 감동과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것은 초호화 카메오들의 출연 덕이다. 특히 엉덩이 노출까지 감행한 이영자를 비롯해 정보석, 이응경, 김미화, 조형기, 그리고 트랜스젠더로 과감한 변신을 시도한 임호 등은 영화에 든든한 버팀목 구실을 했다. 무엇보다 '집으로…'를 통해 범상치 않은 연기를 보여준 아역 배우 유승호와 정웅인의 연기 앙상블은 가슴 한 켠에 긴 여운을 남겨 놓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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