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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구시 중구 동성로에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메뉴 중의 하나인 회전초밥집 내부 전경. |
◇ 식당은 기칠운삼
고스톱은 '운칠기삼(運七技三)', 식당은 '기칠운삼(技七運三)'.
고스톱은 운이 성패의 관건입니다. 하지만 식당은 아니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실 감은 북어에 고가의 부적을 붙여도 무능력한 주인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어쩌다 저쩌다 손님'은 얻어 걸릴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인의 능력을 구성하는 스펙트럼은 다양합니다. 그 능력은 결코 돈에서만 나오지 않습니다. 체력, 부지런함, 인내심, 친절함, 종업원 관리, 메뉴 개발, 원가·재고·고객·이미지 관리 등이 뭉쳐져서 나옵니다. 신선한 식재료를 확보하는 것만으로 안심할 수 없습니다. 주방장과 종업원간의 암투, 주방장의 전횡, 별난 손님의 무례함 등에도 지혜롭게 대처해야 됩니다. 신용카드 사용시대,이윤도 예전만 못합니다. 원가 대비 20% 정도만 남는다고 합니다. 변화무쌍한 단골의 혀를 사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신메뉴를 개발해야 하고….
예전과 달리 음식만 맛있다고 성공하지 못합니다. 요리 정보가 워낙 빨리 카피되고 수백 종의 소스가 쏟아져나와 전국 음식맛은 점점 평균화돼가고 있습니다. 이런 속에서 남보다 한 발 앞서가려면 남다른 게 있어야 합니다.
◇ 식당, 만만하게 보지마!
그런데 우리들은 식당을 너무 만만하게 봅니다. 요리라곤 라면밖에 못 끓이는 사람이 식당 주인을 꿈꿉니다. 기자에게도 심심찮게 "식당차리면 설마 망하지는 않겠죠"라면서 '식당불패'를 확신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기칠운삼의 덕목을 자주 확인시켜 줍니다.
현재 전국 식당수는 40여만개. 대구의 경우 작년 12월말 기준 2만600개, 잘나가던 2003년에는 2만4천여개. 대구 인구 100명당 1개의 식당이 깔려 있습니다. 식당이 너무 많이 생겨 비상입니다. 경쟁에도 '규모의 경쟁'이란게 있습니다.
70년대만 해도 식당 문만 열면 굶어죽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규모의 경쟁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한계를 넘었습니다.
대구의 경우 10개 식당 중 되는 건 평균 1.5개 업소, 2개는 본전, 나머지는 버티거나 개점휴업상태입니다.
◇ 왜 식당에 목을 맬까?
그건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적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배고플 때 식당을 찾습니다. 그때는 잘 되는 식당과 그렇지 않은 식당이 잘 분간되지 않습니다.
구조적으로 손님들은 늘 식당의 '피크타임'밖에 못 봅니다. 물론 피크타임에는 거의 붐빕니다. 자연 새로운 장삿거리를 찾는 이들은 속으로 '야, 이 장사하면 돈 벌겠구나'라면서 식당업에 환상을 갖게 됩니다.
배가 고프지 않을 때는 식당에 가지 않습니다. 배고플 때 가본 식당만 생각합니다. 그러니 손님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폐업하는 주인들은 입을 닫습니다. 자신이 망했다고 절대 외치지 않고 조용히 퇴장합니다. 하지만 대박 신화는 몇 배 부풀려져 식당 창업자의 가슴을 분홍색으로 물들입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특히 VJ특공대 등 TV 대박 맛집 프로 등도 '묻지마 식당창업' 문화를 은근히 조장합니다. 식당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해선 절대 안됩니다.
당신은 왁자지껄한 식당의 한 테이블에서 젓가락 떨어지는 소리를 듣고 즉시 새것을 들고 그곳으로 달려갈 수 있습니까? 테이블에 수저를 내놓기 직전 전용 면포로 한번 닦은 뒤 손님 앞에 내놓을 수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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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초 국제적 먹거리 타운으로 태어난 수성구 들안길의 야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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