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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 스테이크 요리 시범을 보이고 있는 양식 기능장 최영준씨. |
망치로 안심 두드리고
대구 첫 양식부문 기능장이 된 최영준씨로부터 안심 스테이크 만드는 전과정을 배워봤습니다. 조리복과 앞치마를 걸치고 대구시 중구 대신동 세화요리학원 조리실습실 도마 앞에 섰습니다. 일차 과제는 소고기 안심 정복하기.
국내 양식당의 경우 관광용품센터의 1㎏짜리 냉동포장 안심을 많이 구입합니다. 가격대도 다양합니다. 3만5천원대(호주산)부터 한우의 경우 7만~8만원대까지. 특정 식당 안심 가격이 저렴하다고 마냥 좋아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이번엔 3만5천원대 호주산 안심 스테이크를 사용했습니다.
도마 위에 오른 안심은 약 60㎝, 꼭 산란기에 이른 연어 같습니다. 5등분하면 한개가 200g, 그런데 그걸 그대로 불판 위에 올리진 못합니다. 예쁘게 다림질한뒤 무대에 오릅니다. 겉에 붙은 지방질과 힘줄(총량의 30%)을 제거합니다.
올리브 오일에 굽고
일차적으로 올리브 오일을 두른 프라이팬에서 1차 굽기를 한뒤 180~200℃ 오븐에서 적당시간 구워내면 됩니다. 1차 굽기 때 한번 정도 뒤집어 주면 되고 절대 빨리 익으라고 눌러선 안됩니다. 육즙이 다 빠져나가기 때문입니다. 중간 익기인 '미디엄'의 경우 고기 속 온도가 50℃ 정도면 됩니다.
요즘 프라이팬에 버터를 올린뒤 거기서 안심을 굽고, 그때 나오는 육즙을 즉석소스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정통은 아닙니다.
예로부터 5대 기본 소스가 인기였죠. 색에 의한 분류법에 의하면 갈색은 '데미글라스(Demiglace)', 흰색은 '베사멜', 적색은 '토마토', 노란색은 '홀란데이즈(Hollandaise)' 등으로 불립니다.
소고기 안심 공부
안심은 5개 부위별 명칭이 다릅니다. 안심의 머리 부위는 '헤드', 그 다음 부위가 안심 중 가장 연해 마니아들이 좋아하는 '샤토브리앙(Chateaubriand)'입니다. 그 부위는 19세기 프랑스 귀족 샤또브리앙 전속 요리사 몽미레이유가 찾아냈습니다. 다음은 필렛 스테이크, 투르네도, 팔레미뇽은 '아주 예쁜 소형의 안심'이란 의미로 맨 끝 부위입니다. 생육과 달리 냉동육은 숙성할 필요가 없습니다. 절단된 고기는 찰흙처럼 주물러가면서 지름 8㎝, 굽(높이) 5㎝ 크기로 만든 뒤 흰 천을 둘러 망치로 몇번 두들겨 마사지해줍니다. 아직 불판에 올려선 안됩니다. 소금과 통후추, 다진 로즈마리를 고기 위에 얹고 그 위에 레드와인과 올리브 오일을 넉넉하게 뿌립니다. 올리브 오일은 고기가 공기와 접촉해 습기가 날아가는 걸 막아줍니다. 이때 조리용 굵은 실로 안심을 한번 묶어줍니다. 그래야 굽힐 때 고기가 제 모양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정통 갈색 그래비 소스 만들고
이날은 정통 갈색 그래비 소스를 만들어봤습니다. 만드는 과정은 도자기 빚는 것 못지 않게 어렵고 절차도 복잡했습니다.
소스를 뽑으려면 무려 6일간 끓여줘야 된답니다. 소의 힘줄과 잡육, 그리고 사골을 한번 구운 뒤 냄비에 넣고 끓입니다. 그래야 갈색이 진해집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사골이 끓을 때 프라이팬에서 익힌 갖은 채소류도 함께 넣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제 맛이 나는가 봅니다.
농축 토마토인 '페스트(Pest)'도 프라이팬에서 한번 열을 받게 한 뒤 펄펄 끓는 육수 안에 넣습니다. 스테이크 옆에 앉는 채소는 통상 파프리카, 가지, 호박, 토마토, 양파, 감자,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콜리 플라워, 시금치 등입니다. 허브는 타임, 로즈마리, 바질 등이 인기입니다. 민트는 양고기 할 때 사용되죠.
감자도 네 토막내 일일이 조각하듯 정성스럽게 타원형으로 깎아냅니다. 그걸 '올리베르'라고 합니다. 끓는 물에 12분쯤 익힌 뒤 올리브오일에 튀겨 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게 번거로워 요즘은 감자 그라탱과 구운 통감자가 선호됩니다.
이밖에 속을 제거한 호박과 가지를 길게 채썰어 볶습니다. 적양파 요리도 인상적입니다. 레드와인과 벌꿀을 섞고 여기에 썬 적양파를 넣고 즙이 걸쭉할 때까지 프라이팬에 둡니다.
끝내고나니 이런 생각 드네요
주방은 '전장(戰場)'입니다.
제대로 음식을 만들기 위해선 단 한순간도 쉴 수 없습니다. 음식에 열정이 없으면 중도하차할 것 같습니다. 다리 힘도 상당해야 될 것 같습니다. 장시간 서 있다 보면 하체로 피가 몰려 실핏줄이 터지는 경우는 다반사입니다.
안심 1인분 재료 값만 최소 1만8천원선. 전채, 샐러드, 후식에 케이크, 커피까지 가세하면 원가만 2만5천~3만원선. 최소 4만~5만원은 받아야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3만원만 넘으면 비싸다고 합니다. 손님이 무조건 싼 걸 원하면 양식당 주인들도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굴릴 수밖에 없죠. 형편없는 재료가 등장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취재협조=세화요리학원(053)257-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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