댁의 자녀 혹 ‘스마트폰 중독’ 아닌가요?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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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09-02   |  발행일 2011-09-02 제33면   |  수정 2011-09-02
댁의 자녀 혹 ‘스마트폰 중독’ 아닌가요?
모두들 스마트폰의 빛에만 혈안이 돼 있다. 폰이 필요한지 안한지 따질 겨를도 없이 ‘모두 사니 나도 사자’며 덫 같은 폰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대다수 부모들은 중독의 축이 PC에서 폰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걸 감지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픽=최은지기자 jji1224@yeongnam.com

바야흐로 ‘스마트폰 권하는 사회’다.

2009년 아이폰이 국내 출시된 이후 스마트폰 가입자 추이는 급격하게 증가해 채 2년이 지나지 않아 1천500만명으로 폭증했으며, 올 연말 2천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 3월 한국갤럽조사연구소에 의뢰해 인터넷 중독 실태를 조사했다. 올해 처음 ‘스마트폰 중독률’을 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만9~39세 연령대에서 1회 이상 인터넷 이용자 총 7천600명 가운데 스마트폰 중독률은 11.1%로 나타났다. 정부는 최근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과 SNS 열풍으로 인한 스마트폰 중독 등 뉴미디어 역기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폰 중독 진단 척도인 ‘S-척도’를 개발, 적용할 방침이다.

취업 포털 커리어도 지난 7월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직장인 456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30.9%가 자신이 ‘스마트폰 중독이라 생각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증상(복수응답)으로는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가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68.1%, ‘받아 놓기만 한 앱이 10개가 넘는다’가 59.6%로 주를 이뤘다. 이어 ‘컴퓨터 웹 서핑보다 스마트폰 웹 서핑이 편하고 좋다’는 응답이 31.2%, ‘스마트폰 사용자끼리 만났을 때 스마트폰 이야기만 한다’가 18.4%로 뒤를 이었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구입을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17.0%), ‘스마트폰 요금을 지불하기 위해 생활비를 줄인다’(11.3%) 순이었다.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해 응답자 중 42.6%가 ‘상대방과의 대화에 집중을 못해 다툼이 일어났다’를 꼽았다. ‘업무에 차질이 생겼다’ 22.0%, ‘쓸데없는 지출이 늘어났다’ 19.1%, ‘건강이 나빠졌다’ 10.6% 등이었다. 이들 중독 경험자의 51.8%는 스마트폰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으며, 그 방법으로는 ‘주변 사람들과 대화시간을 늘린다’가 68.5%로 1위를 차지했다. 다음으로 ‘가능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고 야외활동을 즐긴다’가 43.8%, ‘출·퇴근 시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독서나 다른 활동을 한다’가 35.6%로 뒤를 이었다.

지난 5월 SBS가 주최한 서울디지털포럼 2011(SDF)에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는 기조연설을 통해 “과거에는 우리가 기술의 주인이었는데, 지금은 입장이 뒤바뀌어 우리가 종이 됐다”고 탄식한 바 있다.

그동안 우리는 스마트폰의 ‘빛’만 예찬하기에 혈안이 돼 있었다.

스마트폰은 ‘유비쿼터스(동시에 다양한 공간을 통제할 수 있는 통신토피아) 세상의 총아’였기 때문이다. 새로운 폰이 나오면 정부도 언론도 일제히 ‘대한민국 폰 만세’라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폰이 기술대국의 바로미터로 각인돼 있었다. 대한민국 소비자를 향해 초단위로 퍼부어대는 폰 광고. 한 집 건너 한 집이 폰가게였다. 극한으로 치닫는 폰 판매전, 거리는 ‘공짜폰’으로 넘쳐났다. 폰에 최면이 걸린 10대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들의 소원은 공부도 꿈도 아니고 오직 ‘새 폰’이었다. 부모에게 온갖 ‘안쓰러운 협박’을 하면서 폰을 사야만 했다.

부모들도 조건을 달았다. 공부 잘 하고 말 잘 들으면 폰을 사주겠다고 했다. 폰은 서로를 홀리기 위한 ‘미끼’였으며, 대기업은 배를 불렸다. 새 폰이 나오면 헌폰은 폐기처분됐다. 또 부모의 멱살을 거머쥐고 ‘새폰타령’을 앵무새처럼 지저귀어댔다.

상당수 부모들은 PC가 문제이지 손바닥만한 스마트폰은 중독성이 덜 할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이 PC보다 더 큰 일체성을 느끼기 때문에 중독성도 더 강력하다고 경고한다. 어느 날 폰이 자기 분신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로 인해 그들의 가족관계망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식사 시각에도, 교실에서도, 차 안에서도, 걸을 때도 그들은 액정화면만 본다. 그 화면이 자기 미래를 갉아먹고 있는지도 감지할 수 없었다. 이제 ‘폰의 그림자’를 고발할 차례가 도래한 것이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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