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푸드를 찾아서] ‘당뇨대란시대’ 임재양 전문의의 채식예찬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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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11-16   |  발행일 2012-11-16 제37면   |  수정 2012-11-16
“현미채식하면 고혈압·당뇨환자 3분의 1 이상은 藥 끊을 수 있을 것”
[힐링푸드를 찾아서] ‘당뇨대란시대’ 임재양 전문의의 채식예찬
임재양 원장의 아침, 점심, 저녁 식단(위에서부터). 현미밥과 각종 채소·견과류가 눈길을 끈다.


‘수백가지 영양소가 체내로 들어갔다 서로 치고받는다. 각 영양소가 변형된다. 영양소는 변하기 전 효능을 고스란히 갖고 있을까? 그건 신(神)도 모를 일. 그런데도 대한민국에는 특정 식품만 먹으면 무병장수할 것이라고 외쳐대는 전문가들이 우후죽순처럼 돋아난다. 왜곡된 힐링푸드 정보가 양산되고 있다.’ 힐링푸드 기획취재가 계속되면서 떠오른 생각이다. 건강보조식품이 흘러넘친다. 제조 과정이 베일에 가려있는 각종 유기농식품이 봇물 터지듯 나온다. 가공식품은 엄청난 식품첨가제를 담고 기고만장하게 뛰어다닌다. 우리의 장기(臟器)는 농경사회에선 경험하지 못한 별의별 식품첨가제에 노출돼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급기야 ‘당뇨병 대란’이 발발했다. 지난 8일 대한당뇨병학회가 발표한 ‘2012 한국인 당뇨병 연구 보고서’가 충격이다. 국민 10명 중 3명이 고혈당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단다. 밥이나 면을 많이 먹는 식습관과 비만 인구가 급속히 늘면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에 과부하가 걸린 탓. 획기적인 생활습관 개선과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시급하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환자의 60% 정도는 당뇨가 원인이며 당뇨로 인한 사망률이 암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한다. 치료를 위해서는 식이요법이 중요하단다. 의사들은 당뇨병 환자의 식사요법은 단순히 어떤 음식을 줄이거나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식사를 계획하고 실천하란다. 어떻게? 힐링푸드 전도사를 자임하면서 채식주의를 과감하게 실천한 의사가 있어 만나봤다. 유방암 전문의 임재양 외과의사다.



“암환자, 보조식품 매달려 안타까워

한 방에 해결하려 말고 채식 관심을

뭘 먹는가보다 어떻게 먹느냐 중요

육식하되 삶는 등 조리법은 고민을

채식한다고 병 안 걸리는 건 아니나

몸이 주는 경고 빠르게 인지하게 돼

고기 안 먹고도 지구력 강해지더라”


[힐링푸드를 찾아서] ‘당뇨대란시대’ 임재양 전문의의 채식예찬
2년전부터 채식주의자로 변신, 체중을 상당히 감량한 뒤 힐링푸드 전도사로 나선 임재양 외과의사. 최근 대구시 중구 삼덕동에 복합식문화 공간을 겸한 한옥의원을 개업, 직접 통밀빵을 만들고 환자에게 서울대에서 개발한 ‘클린프로그램’을 알려주고 있다.

◆힐링푸드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

-힐링푸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나는 몸이 매우 건강했다. 술·담배도 안했다. 단지 체중만 많이 나갔다. 고기도 별로 먹지 않는 수준이다. 20여년 전부터 채식위주의 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이건 나와 무관한 세계의 이야기로 봤다. 그러면서도 병이 음식의 문제일 거라는 믿음은 있었다. ‘암환자의 99%는 뭘 먹어야 될까’ 끊임없이 걱정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교육을 하면 그 얘기는 안듣고 주변 여러 건강보조식품 등 때문에 많은 돈을 허비하고 있더라. 속으로 ‘진짜 힐링푸드 중심생활이 그렇게도 어려운가’란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완전 채식을 하게 된 것이다.”

-채식도 다양한 스타일이 있는데 어떤 방식인가.

“나는 비건(극단적 채식주의)을 선택했다. 우유, 생선, 계란 등도 멀리했다. 채소류는 뭐든지 다 먹는다. 곡류는 가능하면 가공하지 않은 걸 통째로 먹는다. 조리도 최소화한다.”

-하루 식단이 궁금하다.

“현미밥(한살림에서 판매)을 먹는다. 배추를 비롯해 4~5종류 제철마다 생기는 채소를 먹는다. 토마토, 포도, 오이, 우엉, 청국장 등을 8시30분 아침으로 먹는다. 그런데 점심 시간과 간격이 너무 좁다. 그래서 점심은 오트밀에 메주콩, 아몬드, 호두, 청국장 가루, 고구마, 옥수수를 먹는다. 저녁은 오후 6시 현미밥 등으로 아침과 거의 비슷하게 먹는다. 일반 가게 등에서 파는 반가공식품은 입에 대지 않는다. 저녁에 약속이 있어도 밥을 먹고 나간다. 물은 2ℓ를 강요하는데 나는 그렇게 많이 마시지 않는다.”

- 2년 채식을 했는데 어떤 변화가 왔는가.

“체중이 2년만에 10㎏ 이상 빠졌다. 생리적인 변화가 온 것이 있다. 고기를 안 먹으면 힘을 못쓴다는 속설이 있는데 오히려 몸이 더 개운하고 장기적인 지구력은 훨씬 더 강해지고 더 깨끗해지더라.”

◆ 클린 프로그램

- 현대인들이 채식주의로 가는데 너무 많은 장애물이 있다.

“맞는 말이다. 채식도 중요하지만 사회생활도 중요하다. 음식은 사회적 의미도 있다. 나도 완벽하게 채식을 해도 밖에서 피치 못해 식사를 할 때는 남에게 굳이 티는 안내고 한두 점 고기를 먹기도 한다. 채식과 사회생활, 이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최소한 우리 몸이 자동회복기능을 가질 수 있도록 힐링푸드교육을 하자고 생각했다. 뭘 먹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나는 ‘고기를 먹지마라’가 아니라 고기를 먹되 어떻게 먹을 것인가를 고민하게 한다. 예를 들자면 기름기를 불에 태워서 먹는 것보다 살코기를 삶아서 채소와 같이 먹는 방법이 더 나은 것이다.”

- 병원 한쪽에 힐링푸드 세미나실이 있다고 하더라.

“힐링푸드 아카데미 같은 ‘한잎 별당’이 있다. 암환자 등을 초청해 음식토크도 하고 공연도 한다. 직접 착한 빵을 만들기 위해 오븐기도 마련했다. 아내가 서울에서 3년간 건강한 통밀빵 만드는 법을 배우고 왔다. 통밀에 유기농설탕, 최소의 소금, 그리고 이스트 없이 자연발효로 빵을 만들고 있다. 판매용이 아니라 ‘연구용’이다.”

- 국내에 다양한 건강식 프로젝트가 있는데 혹시 어떤 과정을 도입했는가.

“우리 몸 청정하게 만들기·자연회복력을 도와주기 위한 ‘클린 프로그램’이 있다. 서울대 보완통합의학연구소(소장 강승완 교수)가 미국에서 유행한 클린 프로그램을 국내 사정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다. 실제는 1박2일 프로그램이다. 실제 경험해보니 그것도 길더라. 그래서 하루 2시간 강의하고 3주간 재택교육을 시킨다. 핵심은 뭘 먹고 뭘 안먹어야 되겠는가를 개인별로 체크한다. 3주 뒤 잘 하고 있는지 또 체크한다. 현재 4팀을 대상으로 교육을 해봤는데 3분의 2 정도가 효과가 있더라. 이 프로그램은 스스로 자기 몸을 자각토록 해준다. 자각하면 잡지 않아도 육식에서 채식으로 간다.”

- 예전 시골 어머니가 하는 말이 생각난다. ‘제철음식 가리지 않고 꼭꼭 씹어먹어라.’

“우린 맛있는 것만 찾아다니고 있다. 해로운 걸 피하자. 해로운 게 뭔지 다 안다. 술과 담배, 지나친 육식…. 어떻게 벗어나는지도 다 안다. 적정 체중, 운동 열심히 하고 적게 먹어라. 많이 자라. 이 정도만 챙겨도 건강하다. 상당수는 특정 음식과 약 한 방이면 모든 걸 해결한다고 믿는다. 병에 걸렸다면 이미 한방 망상은 버려야 된다.”

- 육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완전 채식을 강조하고 싶다. 채식이 가장 좋다. 영양학적으로도, 건강학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쉬운 행동은 아니다. 고기가 왜 안좋으냐는 굳이 설명안해도 대충 다 안다. 채식보다 육식이 우리 호르몬계를 더 교란시킨다. 고혈압·당뇨 약값만 2조원 이상이다. 현미채식으로 생활습관만 바꿔도 3분의 1 이상은 약을 끊을 수 있을 것 같다. 예전에는 나도 마블링주의자였다. 입맛은 참 교활하더라. 길들이기 나름이다. 이젠 오토밀 점심이 참 맛있다. 내 의식이 바뀌니깐 내 맛도 일시에 바뀌더라. 감각적인 것은 따라오더라.”

◆ 채식을 해도 병에 걸린다

- 채식을 해도 병에 안 걸리는 것은 아니다.

“물론이다. 채식을 하더라도 우리는 운명적으로 병에 걸릴 수밖에 없다는 건 인정해야 된다. 때에 따라서는 육식주의자보다 더 빨리 삶을 마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적어도 그렇게 채식으로 간 사람은 병과 건강에 대해 달리 생각한다. 육식주의자들은 자기는 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병에 걸리면 아주 당황을 한다. 유명 채식주의자 중에도 병에 걸려 젊은 시절 요절한 이도 있다. 하지만 채식주의자는 그걸 아주 담담하고 순리로 받아들이더라.”

-주위에 얼치기 식품의학자가 너무 많다.

“자격증이란 건 매우 중요하다. 생로병사는 인간의 숙명이다. 나는 어떤 것이라도 어떤 하나만 갖고 치병한다는 주장은 아니라고 본다. 상당수 고수는 자기가 신봉하는 수단만 갖고 뭐든지 치료할 수 있다고 교주식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이건 맞지 않는 태도라 본다. 전문가는 균형감각을 갖도록 교육받은 자이다. ‘안되는 건 안되고, 되는 건 이런 이런 식으로 된다”고 한다. 전문가는 해결할 수 있는 많은 무기를 갖고 있다. 비전문가는 ‘한 방’주의에 경도돼 있다.”

-환자들에게 당부할 말은.

“‘100% 된다’는 사람을 조심해라. 너무 비싼 것도 믿지마라. 한계를 이야기하고, 여러가지 방법에 대해 논의를 하고, 비용이 안 비싼 단계의 의학적 담론이 합리주의적이고 민주주의적이라 생각한다. 교통사고 이외에는 갑자기 병이 생기는 건 없다. 징후와 징조를 반드시 준다. 어떤 병이든지 몇년간 걸쳐 몇번 경고를 주게 된다. 채식위주로 생활을 하면 그 경고를 더 구체적이고 빠르게 인지할 수 있다. 암은 확률 게임이다. 병원에서는 확률적으로 말한다. 1%라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뿌리 깊은 노력이 필요하다. 암도 뿌리가 깊으니깐. 대개는 당황해서 허겁지겁 거짓정보에 혹한다. 이제 채식에 귀를 기울여보자.”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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