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로서 대박 터트리고 경대북문 진출 ‘수까락’의 김정일 사장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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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4-12   |  발행일 2013-04-12 제42면   |  수정 2013-04-12
“요즘 20대는 음식에 맛·스토리·재미 3박자 안 갖춰지면 외면”
동성로서 대박 터트리고 경대북문 진출 ‘수까락’의 김정일 사장
카페 같은 분위기가 인상적인 퓨전한식 브랜드 ‘수까락’의 김정일 사장.


수까락.

요즘 10~20대한테 크게 어필하고 있는 퓨전한식집이다. 분위기는 완전 카페스타일이지만 서울발 브랜드가 아니고 대구에서 출발했다. 30대처럼 보이는 김정일 사장(52). 그는 흡사 20대처럼 행동하고 패션감각도 그렇다. 대구 토박이인 그는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다. 하지만 건축보다 외식업에 관심이 더 많았다. 생애 첫 식당을 2003년 달서구 성서에 차린다. ‘가마고을’이란 체인점이다.

“가정의 맛과 소비자의 맛과 식당의 맛이 많이 다르다는 걸 알았습니다. 저는 우물안 개구리였죠. 집에서 아무리 맛있어도 그게 대중 앞에 나왔을 때 상품성이 없다면 얼어죽고 맙니다. 음식이라는 것은 대중성이 있어야 해요. 타협해야 살아남습니다.”

그는 처음엔 교과서대로 갔다. 조미료 안 넣고 시작했다. 그런데 실패였다. ‘착한음식’이라고 내놓았는데 대중은 외면했다. 그도 조미료를 넣기 시작한다. 같은 조미료라도 고급이 있고 저급이 있다는 걸 안다. 다시마와 천연조미료도 가세했다.

“사용 안할 때가 더 편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조미료를 사용하자니 너무 경우의 수가 많아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식당 인테리어도 혼자 다 해결했다. 당시엔 컨설팅 개념도 몰랐다. 모든 경우의 수를 다 동원한다. 처음에는 대박이었다. 6천원짜리 밥집이었다. 반찬은 2만원대 한정식처럼 깔았다. 결국에는 앞으로 남고 뒤로 밑졌다. 처음에는 대박이지만 나중에는 빈손이 되더라. ‘흑자도산’이었다.

◆ 업종을 바꾼다

정리를 하고 2009년 업종을 바꾼다. 동성로로 간다. 상권 분석을 하기위해 6개월 이상 동성로 골목을 돌았다. 돈이 없어 대백 앞과 로데오 앞 일급상권은 갈 수 없었다. 차선책으로 현재 공평주차장 웨딩골목의 한 불난 빈점포를 찍는다. 그 거리에서 식당은 거기밖에 없었다. 주위 사람이 미쳤다고 했다.

“제가 분석한 바로는 웨딩 업종이 오히려 죽고 있었어요.”

상호 짓기가 참 어려웠다. 수까락으로 갔다.

“밥집이잖아요. 숟가락이 곧 밥이란 개념을 생각해냈죠. ‘밥 먹고 다닙시다’란 캐치프레이즈도 벽에 적었어요. 처음엔 숟가락으로 정했는데, 지역색을 살리기 위해 발음대로 표기했는데 더 반응이 오더라고요.”

원하는 집을 액면그대로 지어줄 업자는 없다.

“서울 북촌과 신사동 가로수길 등 전국에서 인테리어가 소문난 곳이라면 거의 다 찾아가봤어요. 그런데 우리 집 주메뉴가 한식이니 너무 카페식으로는 가지 말자고 생각했죠. 또한 주고객이 20대라서 거기에 맞는 목표설정을 했습니다.”

기존의 식당 버전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봤다. 도대체 10대와 20대가 뭘 좋아하는 지 분석에 들어갔다.

“피자 햄버거 스파게티 타령을 해도 결국은 한식으로 낙착되더군요. 요즘 아이들은 식당 인테리어가 한눈에 안 들어오면 그냥 외면하죠. 그리고 반찬 어지럽게 깔리는 것도 싫어하고 실내 분위기도 아늑하고 특이하고 그러면서도 튀는 걸 원해요. 그런 인테리어는 베끼기 마인드로는 찾을 수 없죠. 연구하고 분석한 끝에 필요한 바닥, 조명, 색깔, 액세서리 등을 사진으로 찍어 업자한테 보여줬습니다.”

테이블마다 의자색깔도 달리한다. 로고도 직접 고안했다. 일본식 간판도 시선을 끌기 위해 붉은톤에 흰색 숟가락을 그려넣었다. 그런데 동성로 본점과 달리 북문점은 흰색 바탕을 사용했다. 바로 옆집 찜닭집 주조색이 레드였기 때문이다.

◆ 개업을 했더니

“상당수 우리집이 식당인줄 모르더군요. 커피숍인줄 알고 들어왔어요. 그래서 일단 인테리어는 성공적이란 결론을 내립니다.”

본점은 2009년 오픈한다. 100여가지 메뉴 중 3가지만 살린다. 돼지고기철판볶음과 부추잡채·양푼이김치탕.

요즘 20대는 맛 이상으로 스토리와 재미가 함께 있어야 한다. 고기도 국물이 많은 걸 싫어한다. 채소와 고기, 한식 양념 소스를 혼합해 볶아먹다가 면, 라면, 우동, 당면 등 5가지 사리를 토핑해 먹을 수 있게 했다. 용기도 일본 철판요리용 프라이팬을 사용했다. 부추잡채는 식사용은 아니고 사이드 메뉴. 중식과 한식을 절충했다. 부추잡채를 굴소스에 볶아내는 건 중식스타일인데, 대신 비빔장을 사용해서 비벼먹게 했다. 양푼이 김치탕은 제육볶음 응용 메뉴로 가장 한국적인 메뉴로 양은양푼이에 냈다.

수까락에는 TV가 없다.

“그게 있으면 주인과 종업원이 힐끗거리다 보면 아무래도 서비스에 충실할 수 없습니다. 또한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죠. TV가 있으면 자연 밥을 천천히 먹게 되고 다 먹고도 쉽게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그가 체인사업하려는 이들에게 이렇게 쓴소리를 한다.

“5년 뒤 누가 살아 남을 지 아무도 모르죠. 장사하고 있는 저도 장담할 수 없어요. 지금 식당 유행주기는 6개월도 안돼요. 식당이 쉽게 보인다면 아직 아마추어죠. 아무리 근사한 시설과 맛있는 음식을 내놓아도 소비자와 트렌드와 소통이 안되면 죽습니다. 살림 살다가, 직장 다니다가 문득 식당하고 싶다고 합니다. 한숨이 납니다. 그때 저는 한 점포 선정을 위해 6개월 돌아다닌 얘기를 들려줍니다. 요즘 젊은 예비창업자들, 열정은 있는데 준비성이 너무 없어요.”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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