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닭 이야기(상)-유명 치킨브랜드의 산실, 대구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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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6-14   |  발행일 2013-06-14 제42면   |  수정 2013-06-14
대구를 사로잡은 프라이드 치킨은 반드시 전국을 사로잡았다
20130614
1978년 대구시 수성구 수성동에서 태어나 전국구 대형 브랜드 치킨과 당당히 맞서 ‘대구 동네 통닭’의 위상을 살려준 대구통닭의 인기메뉴인 양념프라이드치킨. 현재 대구, 서울 등에 30여개의 가맹점을 갖고 있다.

대학생들은 물론,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인기짱 간식. 게다가 우는 아이를 뚝 그치게도 만들고, 모래알처럼 흩어진 가족들 오순도순하게 만드는 데도 1등공신. 도대체 이 음식이 뭘까.

정답은 ‘프라이드치킨’.

닭 요리의 역사도 그 시대를 반영한다.

백숙시대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전기오븐~삼계탕~양념프라이드치킨~야채찜닭~굽는 바비큐치킨 등으로 진화해 왔다.

매일 밤,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진다. 무려 5조원짜리 시장을 놓고 벌이는 ‘닭들의 전쟁’. 2007년부터 비비큐치킨과 교촌치킨 두 업체 모두 가맹점 모집을 안 한다. 기존 가맹점이 1천 곳을 넘었기 때문이다. 더는 점포를 내줄 지역도 없지만, 더 큰 이유는 기존 가맹점들을 보호해야 하는 탓이다.

영세자영업의 대명사인 치킨집은 현재 전국 5만 곳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현상. 얼추 인구 1천명당 한 곳꼴이므로, 250가구마다 닭집이 하나씩인 셈. 군소업체까지 포함하면 치킨 프랜차이즈는 300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최근 한국계육협회 통계에 따르면 국내 한 해 닭고기 소비량은 줄잡아 4억2천만여마리. 하루 평균 120만 마리가 출하된다. 이 가운데 40% 정도가 프랜차이즈 치킨집, 40%는 학교와 군부대 급식, 그리고 마트 판매분이다. 나머지 20%는 부위별로 판매되거나 햄이나 패티 등으로 가공된다.

사실 프라이드치킨의 맛은 대개 비슷하다. 승부처는 양념. 처음에는 마늘이 들어갔는데 이젠 기능성 웰빙프라이드치킨 시대가 열리고 있다. ‘튀김닭=비만’으로 간주해 갈수록 건강에 좋은 기름으로 튀기거나, 아예 튀기지 않고 굽는 닭 등을 개발하는 데 주력한다. 농촌지역의 경우 특산품을 가미해 다양한 신메뉴를 개발할 수도 있다. 문경 오미자프라이드치킨, 상주 뽕잎프라이드치킨, 영천 한방프라이드치킨…. 맛은 비슷해도 다른 스토리텔링마케팅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프라이드치킨의 유행 주기는 길어야 1~2년.

보통 6개월 정도가 전성기란다. 업체들은 기본 간판 메뉴 외에 얼마나 많은 곁가지 메뉴로 시장 흐름에 대응할 것이냐를 놓고 고심한다. 역사가 오래된 업체의 경우는 여러 유행 치킨을 두루 갖춘 다양한 메뉴가 무기다. 20년 넘은 멕시카나는 메뉴가 가장 많고 다양하다.

치킨업계는, 오늘의 강자에게 내일이 보장되지 않는 곳이다. 1990년대를 풍미했던 치킨 프랜차이즈 1세대들 중 상당수가 밀려났다. 1세대 6대 강자는 멕시칸, 멕시카나, 페리카나, 처갓집, 이서방, 스머프 등이다. 90년대 제법 강했던 멕시칸치킨의 경우 한때 가맹점이 1천100곳이 넘었지만 지금 호시절은 지났다.

기념비적인 프라이드치킨인 멕시칸을 세운 윤종계씨는 대구를 떠나지 않고 지금 수성동4가에서 ‘윤치킨’으로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1세대 치킨들이 밀려난 이유는 소비자들의 입맛이 바뀌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탓이다.


국내 250가구마다 치킨집 한 개꼴 포진

프라이드 맛 ‘비슷’ 마늘 등 양념에 승부
오미자·뽕잎 등 지역특산품 가미도

멕시칸·처갓집 등 90년대 풍미 브랜드
소비자들의 입맛 못 따라가 뒷전으로

교촌 ‘부분육’으로
호식이는 ‘두마리’로
땅땅은 ‘뼈 제거’로
단숨에 돌풍 일으켜

대구·옛날통닭도 여전히 옛명성 유지



◆대구는 프라이드치킨 1번지

대구를 잡는 닭이 한국을 잡는다

대구는 자타가 공인하는 ‘닭의 고장’. 대구에서 성공한 치킨 브랜드가 수두룩하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크게 두 종류. 작은 동네 닭집이 성공한 뒤 분점을 내다가 프랜차이즈가 된 ‘자생형’, 처음부터 프랜차이즈 본사를 세워 가맹점을 받는 ‘계획형’이다. 전통적 프랜차이즈인 전자의 대표가 ‘교촌치킨’, 기업형인 후자의 대표가 현재 체인 1위인 ‘비비큐’다.

간장 맛으로 90년대 돌풍을 일으키며 단숨에 강자가 된 교촌치킨.

91년 경북 구미에서 치킨집을 열고 입소문이 번져 95년부터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기 시작했다. 교촌은 대형화의 선두주자였고, 튀김옷 시대와 닭날개 등 부분육 시대를 연다. 20년 넘게 버텨 온 멕시카나도 87년 대구·경북 지역에서 작은 치킨집으로 시작해 성공한 뒤 91년 서울로 진출했고, 2004년에는 본사를 서울로 옮겼다. 이후 페리카나, 스머프, 처갓집양념통닭 등이 가세하면서 대구는 튀김닭의 격돌장으로 변한다.

2007년 다크호스처럼 등장한 땅땅치킨은 300호 가맹점 시대를 넘었다. 국내 최초로 60년대 식 전기오븐기를 갖고 뼈를 제거한 바비큐처럼 굽는 치킨 시대를 연다. 직접 가게로 오면 1천원 할인해주기도 했다. 이어 튀기는 닭에서 벗어나 굽는 치킨이 대세를 이루는데 굽네, 네네, 파닭, 별별치킨 등이 나타난다. 호식이치킨은 두마리치킨의 선두주자가 된다. 마케팅기법이 좋았다. 치킨용 통닭은 모두 13등급이 있는데 이 중 8~9호가 가장 비싸고 10~11, 6~7호는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호식이는 저렴한 가격대의 닭 두 마리를 한 마리처럼 팔아서 어필한다. 이 밖에 종국이두마리치킨, 꼬꼬네두마리치킨 등도 비슷한 전략으로 가세한다. 이 밖에 백록담 BRD, 윤치킨, 키토랑 등이 대구 프라이드치킨의 파워를 더 키웠다. 전국의 유명 치킨 브랜드의 연혁을 보면 대다수 대구를 발판으로 성공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주목해야 될 또 다른 향토 프라이드치킨 브랜드가 있다.

78년 대구시 수성구 수성3가동에서 태어난 ‘대구통닭’과 85년 대구시 동구 효목동에서 계성통닭으로 시작한 ‘멕시칸’이 쌍두마차가 된다. 물론 더 이전인 60년대에는 중앙네거리 모퉁이에 있었던 백마강이 전기오븐 통닭의 신지평을 열었다. 또한 대구 일본요리 2세대인 향촌동 주부센터(현재는 보리밥 뷔페로 바뀜)의 김정식 사장도 오븐통닭 다각화에 나선다.

대구통닭은 기존의 밋밋한 프라이드치킨에 변화를 준다. 당시에는 튀긴 닭을 구운 천일염에 찍어 먹었다. 하지만 대구통닭은 마늘간장소스를 발라 히트를 친다. 현재 허동만 사장의 두 아들이 모두 가업을 잇고 서울에까지 진출했다. 또한 수성구 신매동과 욱수동에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 ‘옛날통닭’도 20년 역사를 자랑한다. 의성군 단촌면사무소 입구에 있는 삼미식당은 ‘의성마늘튀김닭’으로 전국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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