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닭 이야기 (하) - 토종닭 전도사에게서 듣다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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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7-12   |  발행일 2013-07-12 제42면   |  수정 2013-07-12
토종닭 크게 ‘재래’‘한협’‘우리맛’ 3종류…2년 전부터 항생제 사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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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에 터를 잡고 대를 이어 토종닭 보급에 나서고 있는 배신국 한국토종닭협회 대구경북지회장.

갑자기 ‘닭의 일생’이 궁금했다.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성실영농조합 배신욱 대표를 만났다. 2009년부터 <사>한국토종닭협회 대구·경북 도지회장이 된 그는 전국적 명성을 가진 ‘토종닭 전도사’. 그는 대를 이은 토종닭 사업가이자 애계가(愛鷄家)로 널리 알려져 있다. 배 대표만큼 닭의 생리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별로 없다. 그가 상세하게 닭의 일생에 대한 정보를 준다.


◆ 생후 540일 지나면 노계로 전락

닭은 생후 14개월까지 23시간 만에 한개씩 계란을 생산한다. 노계는 알을 안낳는 휴면기간을 설정한다. 이를 업자들은 ‘환우시킨다’고 한다. 알을 안낳을 때 업자들은 더 건강한 알을 받기 위해 기존 알집을 인위적으로 잠시 ‘휴면’시킨다. 이때 사료공급을 중단시키고 물만 먹인다. 이때 닭은 ‘노계(老鷄)’로 전락한다. 알을 더 받고 싶으면 다시 사료를 투입하면 1달간 강제환우를 시킨 뒤 알을 받는다. 예전의 80%만 생산된다.

540일이 되면 닭은 스스로 도태하게 된다. 인간으로 보면 60대로 접어든 것이다. 완전 노계가 된다. 노계가 되면 가치도 급락한다. 도계장에서 도계해서 소시지 공장이나 베트남 쪽으로 수출한다. 도계한 상태에서 무게는 보통 1.7㎏ 안팎이 된다. 육계는 병아리에서 35~40일이 되면 프라이드치킨용만큼 자란다. 육계는 보통 허벅하고 물러서 식감이 별로 나지 않는다. 더 나은 육질을 위해 ‘쎄미(일명 삼계탕용 육계)’를 출하한다. 28일 정도 자란 무게 450~500g 남짓이어야 한다.


◆ 계란→병아리→종계→산란 ‘닭의 일생’

계란은 크게 육계용·토종닭용·산란용이 있다. 산란용이 가장 비싼데 한 개 2천원 안팎이다. 알 유통은 거의 개인이 한다. 산란용 종란은 칠곡군에 있는 성진부화장 등에서 담당한다.

1세대 산란계는 거의 프랑스, 미국,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에서 수입해 온다. 2세대는 외국에서 종란을 갖고 와서 부화장에서 집중적으로 알을 부화한다. 쉽게 말해 외국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이어 국내에서 그 아버지와 엄마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암평아리와 수평아리로 분류된다. 지금은 기술이 좋아 색깔만으로 암수를 알아낸다. 암평아리는 붉은색, 수평아리는 흰색이다. 부화는 37.8~38℃에서 21일간 부화한다. 모두 자동 전기부화다.

부화한 병아리는 종계장으로 이전한다. 모이를 먹고 사육을 하면 150일 정도 되면 알을 낳는 종계가 된다. 계란 생산용 종계는 평균 2천여원선. 이 종계에서 나온 종란을 갖고 부화장으로 가서 21일 만에 아들뻘 병아리가 태어난다. 이 병아리를 갖고 양계장으로 가서 사육되면 비로소 산란계가 태어난다.


◆ “닭도 닭 나름” 호수 따라 용도도 달라진다

보통 4호에서 시작된다. 6호까지는 삼계탕용, 7호에서 10호까지는 약닭, 10호 이후 18호까지는 백숙도 되고 볶음탕용도 된다.

예전에는 손수 잡았는데 70년대 이후 닭털을 뽑는 ‘통도리기계’가 나온다. 도계장 시절은 65년부터 시작된다. 그때 외국에서 자동도계설비가 수입된다. 현대화된 도계장은 북구 조야동 근처에 지역에선 가장 큰 닭잡는 공장이 있었다. 10여년 전에 사라졌다. 공식적으로 대구 시내에는 도계장이 없는 셈이다.

경북의 경우 상주 올품, 이현공단 근처의 키토란이 각각 도계장을 갖고 있다. 예전에는 청송 구미 포항에 유명 도계장이 있었다. 현재 거의 사설 도계장이 있다. 전국에 68개가 있고 정상적 영업은 45군데에서 하고 있다.


◆ 일제 때 대량말살됐다 부활한 토종닭

토종닭은 얼마나 유통될까. 일제 때는 우리닭이 많이 있었는데 일제 강점기 때 토종닭을 대량 말살시킨다. 57년쯤 국내에서 처음으로 수입용 닭이 들어온다. 식용닭으로 수입된다.

토종닭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진다. 첫번째는 100% 순수 혈통은 아니지만 근사치 ‘재래토종닭’, 두번째는 일반적으로 식당에서 먹는 ‘토종닭’(일명 한협 토종닭), 농업진흥청에서 개발한 ‘우리맛닭’이 있다.

외형상으로 볼 때 재래토종닭은 고기 양이 제법 작다. 알도 많이 낳는다. 자기가 직접 품어서 부화시켜 번식력이 강하다. 백숙용으로 잘 나간다. 한협닭은 원래 예전에는 수입종이었는데, 7세대 토착형으로 보면 된다. 토종닭은 70일 정도 자라면 백숙용으로 판매가 된다. 우리맛닭은 100일 정도 사육되며, 도계된 상태에서 무게는 1.5㎏ 안팎.

우리맛닭은 2000년에 가금학계 박사들이 개발한 것. 오봉욱 교수(서울대) 등이 모여서 전국에 있는 재래토종닭 피를 다 모았다. 농업진흥청 산하 국립축산과학원에서 복원시켰다. 2003년 드디어 복원이 된다. 전국의 40농가에 한 농가당 수천원만씩 지원했다.

그때 상당수가 죽었다. 채산성이 없다는 이유로 업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한다. 창녕의 한 농장만 존속하고 있었다. 이 농장까지 위태로울 때 그가 기술지원도 해주고 2년간 동업을 하다가 김천시 갑문면에서 독립을 한다. 당시 우리맛닭 종계 1천600마리로 시작한다. 양보다 질로 승부수를 띄운다. 이때 궁중한방백숙 붐을 일으킨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에 있는 큰나무집의 조갑연 사장을 만나 우리맛닭이 비약적 발전을 한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해 토종닭을 지켜낸 것이다.

2011년 7월1일부터 국내에선 닭의 경우 항생제를 사용하지 못한다. 닭은 배합사료를 많이 먹인다. 주재료는 옥수수, 콩 등 10여종의 곡물류다. 할머니가 장에 가서 사온 병아리를 키우면 장닭이 된다. 가장 맛있을 시기는 알을 낳기 바로 직전인 5개월, 수탉은 4개월 정도 되면 가장 맛있단다. ‘웅추’는 양계장에서 부화한 지 50~55일 정도된 수탉을 말한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가창 ‘큰나무집’ 궁중한방닭백숙 유명…청도‘여정’ 가창‘토담집’ 군위‘연화’ 옻닭으로 알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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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의 ‘큰나무집’ 한방궁중백숙.

대구에서 가장 닭을 많이 파는 백숙집은 단연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큰나무집’이다.

지역에서 궁중한방닭백숙 붐을 일으킨 진원지기도 하고 삼복철에는 입추의 여지없이 손님이 밀려든다. 검정깨가 많아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검은빛이 감돌고 닭은 토종닭이라서 육질이 아주 쫄깃하다.

옻닭의 경우 3곳을 추천할 만하다.

한곳은 40여년 역사를 가진 청도읍 고수리 청도시장 내 ‘여정옻닭’. 청도에선 토박이들한테 인기절정이다. 30대에 청상과부가 된 박정늠 할매(74)가 옹이 같은 손으로 가마솥을 움직인다. 한꺼번에 10마리의 닭을 넣고 옻을 비롯 헛개나무, 느릅나무, 운지버섯 등 13가지 한약재를 넣고 3시간 이상 곰탕처럼 고아낸다. 일반 백숙과 맛이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다음은 20여년 역사를 가진 달성군 가창면 대일리의 ‘토담집’의 옻닭. 지역에 팬이 많다. 담백한 참옻밥과 국물, 가슴살까지 졸깃하고 묵은지가 느끼함을 눌러준다. 군위읍 서부리 연화식당은 고급옻닭으로 정평이 나있다. 가격이 5만원대지만 예약을 해야 될 정도로 마니아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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