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기자의 푸드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 (22) 대구 수성구 두산동 ‘참우 양곱창’의 장손태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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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08-30   |  발행일 2013-08-30 제41면   |  수정 2013-08-30
“하얀 빛깔의 지방질 효소, 바로 그 곱이 없는 곱창은 곱창도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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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질의 지방질인 곱이 잘 형성된 소곱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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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하고 먹음직스럽게 잘 구워진 곱창을 내고 있는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참우 양곱창’의 손창태 오너셰프.

그의 몸에는 집시의 피가 흐른다.

유목민으로 사는 게 딱일 것 같다. 그런데 그는 하루 종일 식당에 갇혀 산다. 그게 그의 매력 포인트. 배기음이 천둥소리 같은 할리 데이비슨을 몰고 출근한다. 해적처럼 두건을 쓰고 찢어진 청바지 허리춤엔 체인이 드리워져 있다. 강렬한 고글형 선글라스와 목걸이… 포스가 장난이 아니다. 당연히 이목을 집중시킨다. 지난 6월 대구 수성직영점으로 오기 전 2004년 북구 구암동 시절에는 MTB 타던 차림으로 서빙을 했다. 그것도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다.

다들 ‘미스터 양곱창’이라고 부른다. 아직 대구에서 소곱창은 낯설다. 좋은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극복했다. 텃세 드센 축산물 가공업자들을 내 사람으로 만든 덕이다. 이 바닥에선 그런 재주도 실력이다.

수성구 두산동 수성못 동쪽 먹거리타운 중심부에 있는 ‘참우 양곱창’에서 장손태 사장(47)을 만났다. ‘참우’(參宇)란 말은 시내 유명한 작명원에 의뢰해서 지었다. ‘다 같이 참여하는 집’이란 뜻. 자본금 2천만원으로 시작했다. 3년 만에 막창을 버리고 곱창으로 돌아온다. 제대로 된 곱창을 찾았기 때문이다.

양곱창은 소양과 곱창의 합성어. 곱창을 축으로 곁에 소양을 올리는 것이다. 문제는 소곱창인데 생명은 ‘곱’에 있다. 일반인은 기름인 줄 알고 먹지 않으려고 하는데 미식가는 이걸 더 선호한다. 곱은 곱창 안팎에 묻어 있는 신선한 지방질의 효소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대다수 집에는 곱이 없다. 손질 과정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 터프가이 학창시절

청도 출신인 그는 학창시절 반항적이었다. 하지만 보스기질도 조금은 보였다.

고교 졸업 후 대구로 온다. 공부는 꽝이었다. 일찌감치 포기한다. 군대 가기 전 생애 처음으로 3개월간 시내 하이센스란 카페에서 종업원 생활을 한다.

군에서도 틈이 날 때마다 외식업 관련 책을 읽었다. 제대하자마자 요리학원에 들어간다. 자격증을 따고 인천으로 넘어가서 호프집 주방에서 설거지부터 배운다. 다시 대구로 내려와 중구 삼덕동에 있는 레스토랑 바다성의 주방보조로 들어간다. 그때 그는 비로소 학원자격증과 현실의 실무가 따로 놀고 있다는 걸 안다. 역량을 발휘해 매출을 많이 올렸다. 하지만 자꾸 자기는 일하는 기계인 것 같았다. 중구 동인동 국제호텔 맞은편 미래 레스토랑에서 총지배인으로 지배인 관리를 했다.

“주인들은 자꾸 덜 좋은 재료를 갖고 돈을 벌 생각만 하더군요. 좋은 재료를 갖고 오면 10분이면 끝날 걸 질이 떨어지는 재료를 갖고 하려고 하니 시간과 인건비 낭비가 생겼습니다.”

그는 그때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란 사실을 터득한다. 다시 시내 한 로바다야키로 가서 1년쯤 일식을 배운다. 더 열악한 환경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 룸살롱에도 들어간다.
“유흥업은 가슴 떳떳하게 할 수 있는 장사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죠.”
그 정도면 삶의 기본기를 충분히 다졌다고 생각하고 독립을 감행한다.


가장 좋은 부위는 서울로 다 올라가…

손질·보관 과정서 쉽게 녹아 사라져…

양곱창집 대부분 곱 없는 곱창 내놔


곱이 제대로 붙은 좋은 재료 구하려 도축장 직접 방문

“황소를 최고로 쳐… 암젖소는 너무 질겨 전골용으로 사용”


◆ 으랏차차! 최고의 양곱창을 찾아라

서른한 살에 생애 첫 식당을 창업한다.

북구 구암동의 돈가스 전문점이다. 주는 것을 받기먹기만 하다가 모든 걸 혼자 결정하면서 주체적으로 살아가려고 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종업원은 자기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종업원이 퇴근하면 자정 넘어 남은 일을 정리해야만 했다. 장사는 잘 됐는데 이것저것 빼고나니 남는 건 ‘생고생’뿐이었다. 5년에 걸쳐 목을 맸던 가게를 정리한다.

어느 날 갑자기 양곱창이 생각났다. 스무살 때 부산 서면 문화호텔 옆 양곱창 골목에서 먹어 본 그 양곱창 요리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처음엔 참우참숯구이를 열었다. 당시 양곱창 시장은 광우병 파동 때문에 완전 하락세.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위기가 기회다’라고. 하지만 양곱창 맛만 알았지 장사할 준비는 제대로 되지 않았다.

일단 부산의 양곱창 고수한테 매달렸다. 수영로터리 근처의 진주양곱창, 문화호텔 옆 문화양곱창 등을 잡았다.

“대박 식당이지만 정작 주인들은 곱창의 본질에 대해 잘 모르고 있더군요. 업자가 제공하는 재료에 안주하고 있었어요. 후(後)처리는 알아도 전(前)처리되는 현장의 정보는 상당히 약하다는 걸 알았던 거죠.”

식재료의 출발 상황은 모른 채 업자들이 가져다 주는 재료만 갖고 재주를 부리는 국내 양곱창문화에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 인터넷과 책에도 1급 정보는 보이지 않았다.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굴로 잠입했다.

시내 모 도축장으로 쳐들어갔다.

“‘저승사자’라 불리는 총책임자에게 ‘내가 가져갈 곱창을 내가 직접 작업해서 가져갈 수 있게 해달라’고 간청했죠. 절대 안된다고 하더군요. 위생 문제 등이 걸림돌이어서 관계자가 아니면 절대 들어갈 수가 없다는 거예요. ”

안된다는 걸 되도록 만드는 데 3년이 걸렸다. 소의 부산물을 정리하는 내장실에 들어가서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된다. 가장 좋은 부위는 역시 대구보다 서울로 다 올라간다는 것이었다. 재료 손질 과정에서 곱창의 가장 주요한 성분인 ‘곱’이 거의 손실된다는 것이었다.

◆ 좋은 곱창 이야기

소 한 마리 잡은 뒤 기름을 제거하면 곱창은 5~7㎏ 남짓.

“우린 지금 제대로 된 소곱창을 맛보기 힘이 듭니다. 도축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식당주가 아니라서 세밀하게 처리하기가 어렵죠.”

곱창의 안팎에는 양질의 기름인 ‘곱’이 촛농처럼 붙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장에 들어있는 똥을 물총 등으로 강압적으로 제거하면 곱은 금방 녹아내린다. 곱창에만 곱이 있다. 곱창 중에서도 40% 부위에는 곱이 없다. 그는 직접 좋은 곱이 있는 부위를 선별해 갖고 온다.

그가 중요한 정보를 알려준다. 통상 월요일은 재료 상태가 별로란다. 가령 목요일 도축 예정인 소가 일정이 밀려 월요일에 잡힐 경우 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며칠 사이에 소가 사료를 먹지 않고 물만 먹기 때문에 내장이 다 비고 당연히 효소도 활성화가 안된다.

“도축장에서 좋은 곱창을 확보하는 즉시 얼음물에 담가 곱을 살립니다. 가게에 오면 김치냉장고 안에서 숙성시켜요. 냉동실에 들어가면 곱이 녹아버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가 기자를 데리고 숙성실로 들어간다. 투명하게 붙어 있는 곱창껍질을 직접 벗겨보인다.

“일반 소비자는 곱창에 붙은 껍질을 무청 시래기 피막처럼 벗겨줘야 진정한 맛이 난다는 사실을 잘 모를 거예요.”

◆연꽃처럼 피어나는 불판 위 소곱창

주문이 들어오면 숙성실의 곱창에 마늘과 키위, 파인애플 등을 넣어 버무린 뒤 불판에 올린다. 1m가 넘어보이는 길다란 소곱창이다. 조금 있으니 풀이 죽어 있던 곱창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다. 계란이 불판에서 딱딱해지는 것처럼 곱창의 조직이 경직되기 때문이다. 그가 살갑게 가위로 먹기 알맞게 잘라준다. 한 점 씹어봤다. 곱창 안팎에 붙어 있는 곱과 기름이 황홀한 맛을 형성한다. 대게 내장 맛이다.

그가 좋은 곱창에 대해 설명해준다.

“황소(육우)의 곱창이 가장 좋죠. 새끼 많이 낳은 암소의 곱창은 상당히 질깁니다. 최악의 경우는 오래된 암젖소입니다. 이놈의 곱창은 너무 질겨 씹어도 육질이 잘 풀리지 않는데 일부 업소에선 곱창전골용으로 자주 이용하죠.”

좋은 곱창을 확보한 뒤 좋은 반찬거리를 찾아다닌다. 마늘부터 공부하기 시작한다. 이젠 북구 매천시장에서 손으로 직접 깐 마늘만 갖고 온다. 시중 마늘보다 20% 비싸다.

고춧가루도 엄선한다. 태양초를 선별해 동네 방앗간에서 빻아서 갖고 온다. 참기름도 30년 고수한테 배웠다. 요즘은 시내 참기름 집에서 직접 짜온다. 채소는 매천시장에서 구입해오는데, 조만간 귀농한 유기농 농부한테 계약재배를 시키고 싶단다.

곱창에 집중하라고 TV도 켜지 않는 대신 자신이 찍은 숱한 사진을 슬라이드쇼로 보여준다. 그리고 믹서로 직접 간 알로에주스 한 잔을 디저트로 내민다. 맛의 안배가 뭔지를 그는 알고 있었다. 010-3528-9563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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