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 (23) 대구 수성구 범어동 ‘꽃떡남’의 김은영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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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0-04   |  발행일 2013-10-04 제41면   |  수정 2013-10-04
분식집? 아녜요! ‘분식∼바’입니다
(카페 같은 분위기의 김밥·떡볶이집)
오렌지색 계열의 실내디자인
마치 동성로 커피숍 온 느낌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 (23) 대구 수성구 범어동 ‘꽃떡남’의 김은영
컬러풀한 인테리어와 웰빙식재료를 가미해 맛과 건강, 분위기까지 3박자를 맞춰 ‘분식바’ 선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꽃떡남 김은영 사장.

김 사장이 여러 연령층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불고기(왼쪽 줄)·와사비(가운뎃줄)·어린이 김밥 모둠세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오렌지색의 접시가 입맛을 돋운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오너셰프를 찾아서 (23) 대구 수성구 범어동 ‘꽃떡남’의 김은영
여느 김밥집과 달리 밥의 양을 줄이고 속재료를 가능한 한 많이 사용한 ‘꽃떡남’의 김밥. 충남 보령에서 생산돼 수출되는 김을 사용하는 등 식재료의 질을 높인 게 특징이다.

‘분식바’.

요즘 핫트렌드로 급부상한 ‘퓨전분식점’이다. 우중충한 골목형 분식집을 카페 같고 커피숍 같은 ‘에지 있는’ 분식코너로 탈바꿈시킨다. 커피를 입에 달고 있고, 우아하고 나름대로 개성 있는 공간에서 음식을 먹으려는 젊은 층의 욕구를 마케팅적으로 역이용한다.

일단 3박자가 맞아야 한다. 맛·분위기·건강을 죄다 챙겨야 된다. 하지만 일반 외식업자가 음식 분야를 벗어나 인테리어와 마케팅 능력까지 겸비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연히 각종 디자이너와 광고기획사를 아웃소싱해야 된다. 모험적 오너셰프가 아니면 이 장르에 잘 도전하지 않는다.

요즘 분식바를 잉태할 수밖에 없는 외식문화의 제약조건을 살펴보자.

일단 주5일제가 정착됐다. 부부는 거의 맞벌이. 자연히 부엌이 개점휴업 상태. 직접 요리하기보다 배달시키거나 외식에 치중한다. 여기에 자전거와 캠핑, 등산 등 캠핑족이 급증하고 있다. 도시락 수요도 자연스레 는다. 오랜 시간 풀코스 양식이나 한식을 즐기기보다 김밥 등 자신이 원하는 간편한 음식을 구입한 뒤 전원에서 ‘포트락 파티’ 형식으로 먹으려는 소비패턴이 정착하고 있다. ‘테이크아웃(Take out)’이 보편화되기 시작했다.

아날로그 분식이 ‘디지털 분식 시대’로 전이하고 있다. 이를테면 각종 떡볶이·김밥·튀김·순대·어묵·만두집 등은 오래 단골을 독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슬로·힐링·웰빙푸드가 분식을 위협한다.

분식의 사각지대가 바로 위생분야다.

그 식재료를 해부해 보면 착한 식재료보다 나쁜 식재료 비중이 더 크다. 한 줄에 ‘1천원짜리 김밥’이니 그럴 수밖에 없단다. 떡볶이의 경우 저급한 중국제가 혼합된 조미료를 사용한 고추양념 베이스, 청양고추 대용의 캡사이신 액을 사용한다. 단무지와 어묵, 업소용 소스도 원가 때문에 좋은 것을 사용하기 어렵다. 이런 대목이 항상 ‘옥에 티’로 지적된다.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아파트촌 중심부에 도사린 ‘꽃떡남’.

기자는 이 브랜드의 개화 과정을 보면서 ‘분식도 이렇게 착하고 고급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맛은 차치하고라도 분식점 인테리어로는 동성로 커피숍 뺨칠 정도다. 메뉴 구성도 독창적이고, 무엇보다 식재료 구성이 상당히 친환경적이란 점에 밑줄을 긋는다.

상호도 감각적이고 이목을 끈다.

‘꽃보다 떡볶이를 더 사랑한 남자’의 줄임말이란다. 하지만 아직 인력수급 문제 때문에 꽃미남 매니저는 찾지 못했다.

꽃떡남? 최근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프로, ‘꽃보다 할배’를 연상시킨다.


오렌지색 계열의 실내디자인
마치 동성로 커피숍 온 느낌

30여 메뉴 중 김밥만 15종류
스테이크김밥 등 독창적 구성

수출용 김 등 식재료 질 높여
밥 지을 땐 찹쌀·다시마 사용

떡볶이엔 식용유 사용 안 해
튀김도 주문 후 조리 들어가


◆ 인테리어 해부

처음엔 아무도 여기가 분식점이라는 걸 눈치채지 못한다.

그런데 들어와서 분식점이라는 걸 알고 다들 놀란다. 영업적으로는 그게 바로 ‘승부처’.

처음에는 커피숍이나 카페인 줄 안다. 오렌지와 와인색이 주조색. 거기에 회색을 포갠다. 의자와 식탁도 같은 계열로 가지 않는다. 손님의 성향이 다르듯이 색깔도 각기 다르다. 주방도 여느 레스토랑 스타일이고 음식을 먹는 코너는 커피숍처럼 아늑하다. 벤치형 소파 뒷벽에는 ‘마음 한 그릇 스토리’란 제목의 글이 적혀 있다.

이 공간이 단지 김밥 한 줄을 파는 데가 아니고 엄마의 마음을 팔고, 더 나아가 외국인과 다문화 가정에 한식의 정체성이 뭔가를 알려주는 ‘한식지킴이’ 구실을 하겠다는 다짐이 녹아들어가 있다. 흡사 ‘분식 갤러리’ 같다. 한 벽면에는 클로즈업된 김밥 사진이 모자이크형으로 처리돼 강조된다.

전반적으로 매우 밝고 화려하면서도 심플한 인테리어다.

레스토랑처럼 끊임없이 젊은 취향의 음악이 흐른다. 근처 아이들은 학원으로 오갈 때 거길 거점으로 정한다. 아이를 기다리면서 미시 학부모는 원두커피를 빼 먹는다. 여기는 공짜를 멀리한다. ‘공짜가 결국 주인을 속이고 단골을 도망가게 하는 첩경’이라고 분석한다. 받을 건 받고 줄 건 주겠단다. 그래서 커피 한 잔에 1천500원. 공짜 믹스커피에 익숙한 사람에겐 부담일지 모르겠다. 그렇게 받지 않으면 원가가 또 200~300원 올라간단다. 학원차가 가게 바로 앞에 선다. 40~50명 생일파티도 가능하다.

◆ 메뉴 분석

주 단골은 도시 감각을 가진 주부다. 다들 입맛이 매우 까다롭다. 좋은 식재료는 단번에 알고 입소문도 부리나케 낸다. 식재료를 속여선 이 바닥에선 절대로 버틸 수 없다. 가급적 국내산 양질의 식재료만 사용하자고 다짐한다.

메뉴는 총 30여가지. 이 중 김밥은 모두 15종류.

스테이크김밥과 하와이김밥, 와사비김밥, 새우가츠김밥, 돈가스김밥, 어린이김밥 등이 눈길을 끈다. 김도 허투루 다루지 않는다. 충남 보령에서 수출하는 김을 사용한다. 100장에 1만여원. 추후에는 산나물김밥·찹쌀김밥도 내놓을 작정이다.

분식답지 않게 밥에도 무척 애정을 갖는다.

밥 지을 때 다시마를 사용한다. 흡사 전주비빔밥이 사골 육수를 갖고 밥을 짓는 것과 비슷한 정성이다. 경남 기장산 다시마 한 줄기를 밥 지을 때 넣기만 해도 밥맛이 달라진다. 밥의 간에도 설탕을 사용하지 않는다. 식어도 쫄깃한 밥맛을 위해서 찹쌀을 넣는다.

밥과 속재료의 혼합비율에도 주목한다. 탄수화물 섭취를 꺼리는 현대인의 식생활 패턴에 맞춰 속재료를 가능한 한 많이 사용하고 밥의 양은 최소화한다. 상당수 분식집에선 여건상 이런 열정을 쏟기 어렵다. 그래서 밥 간을 할 때 무심결에 조미료를 많이 사용하거나 맛소금까지 넣는다. 손수 밑간하는 수고를 거부하는 것이다.

육수도 매일 빼낸다. 그 육수를 이용해 우엉, 어묵, 계란 등을 요리한다. 떡볶이 만들 때도 빛을 좋게 보이기 위해 식용유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맛소금과 화학조미료 통도 안 보인다.

파스타와 분식을 절충한 메뉴가 있다. 바로 네 가지 맛 햄치즈떡볶이. 토마토 페이스트를 베이스로 모짜렐라 등 4가지 치즈와 삶은 계란 등을 넣는다.

튀김도 주문 후 만든다.

◆ 오너셰프 김은영 스토리

영 식당 할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

전형적인 현모양처 스타일. 손에 물을 안 묻히고 살아도 될 것 같은데 ‘대구 분식바의 기대주’로 꽃떡남을 키우기 위해 ‘전사’로 나섰다.

바로 30대 후반의 김은영씨다. 나름대로 살 만한 주부다. 그런데 고생공간으로 뛰어들었다.

“분식집이라고 하니 모두 놀라죠. ‘은영아, 먹고살기 어렵니’라고 안쓰러운 표정도 지어요. 와서는 분위기 보고 또 놀라죠. 아이 꿈도 중요하지만 제 꿈도 소중합니다. 제가 밖으로 나오니 아이가 더 밝아지는 것 같더라고요.”

한때 경산시 백천동에서 ‘다물’이란 카페를 열었다. 카페의 제약조건을 배운다. 이때 장사가 뭔지 조금 눈치챈다.

새로운 식당인 분식바. 롤모델 식당이 있으면 배울 수 있는데 지역에선 처음 선보인 콘셉트라서 인테리어·메뉴구성·마케팅까지 새로 배워야 했다. ‘꽃떡남 프로젝트’를 구상한 파워블로거 겸 푸드트렌드 분석 및 외식창업 플래너로 활동 중인 전문양씨와 의기투합해 이 공간을 탄생시켰다. 초등학교 여학생부터 80세 노신사가 끄덕일 만한 그런 인테리어를 구축했다. 그녀는 집에서 아이에게 김밥을 말아 주면서 ‘분식의 원형’을 발견했고, 카페에서 ‘분식바의 단초’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다.

“단골 아이, 학부모를 보면 절대 식재료 갖고 장난칠 수 없어요. 늘 그 생각뿐입니다.”

매일 오전 9시에 도착한다. 제일 먼저 다시마와 멸치, 무, 대파, 양파 등으로 1시간30분가량 육수를 뺀다.

“분식이 간단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닙디다. 김밥의 경우, 밥의 질감 잡는 게 정말 어려워요. 모두 1천원짜리 김밥 운운하는데, 나는 당당하게 2천500~4천원 김밥을 냈어요.”

여기에만 있는 스테이크김밥도 자랑거리다. 김밥용 소스도 직접 만들었다. 한식과 양식을 절충한 김밥 같다. (053)754-3118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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