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누가 대구 대표음식이 없다고 하는가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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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12-06   |  발행일 2013-12-06 제41면   |  수정 2013-12-06
20131206
대구에서 유래한 대구십미가 엄청난 문화관광 콘텐츠를 담고 있지만 아직 홍보마인드 부족으로 전국적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대구십미 SNS 홍보마케터, 파워 블로거, 출향인사 등을 전진배치시켜 전방위 홍보전을 펼치면 대구도 전국 최고의 푸드스토리텔링 도시로 발돋움 할 것이다.

“과장님, 어쩌다가 대구로 발령을 받았습니까.”

“서울로 올라올 때까지 라면으로 버티지 뭐.”

30여년 전만 해도 대구로 전근 온 사람들은 대구음식 때문에 모두 ‘절망’했다. 그때만 해도 대한민국 최악의 음식도시가 바로 대구로 낙인찍혀 있었다. 대구 사람들도 이구동성으로 ‘그래, 나도 대구 살지만 정말 먹을 게 없다’고 맞장구를 쳤다. 그 어떤 기막힌 식당이 있어도 공감대를 얻을 수가 없었다. 나쁜 음식도시란 누명은 그 누구도 벗겨주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도 대구가 그럴까. 지금부터 독자 제현은 기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꼭 기억했다가 타 도시 사람이 대구음식 흉을 보거나 할 때 요긴하게 활용하길 바란다.

지난달 18일 대구음식문화포럼(회장 하영수) 주최하에 ‘대구음식관광 내일을 연다’란 주제로 ‘2013 대구음식문화 발전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200여명의 음식 관계자가 참여했다. 기자도 이날 토론자로 참석, 대구음식 인식 개선방향에 대해 개인적 견해를 개진한 바 있다.


 

서울지역 방송·신문들
곱창·똥집·칼국수 등
대구음식 조명 잇따라
현풍곰탕·짬뽕도 명성

 

대구10味 인지도 확산
약선·육개장·치킨 등
전통있는 메뉴도 강점

 

푸드투어 상품 만들고
SNS나 유명인 통해
적극적인 홍보  나서야

 

뭉티기-찜갈비-곱창-
무침회-똥집-수육 등
술안주벨트 조성 필요

 


◆ 대구음식, 이젠 간단하지 않다

솔직히 1990년대까지만 해도 대구음식은 전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낮았다. 저승사자도 하도 음식 맛이 없어 대구에 오는 걸 꺼렸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과연 지금도 그럴까. 그렇지 않다. 대구음식을 최악으로 평가했던 전라도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추락하고 있다. 현지 사람들도 예전 전라도 음식이 아니라고 걱정한다. 유명 식당은 거의 ‘관광식당버전’으로 변질되고 있다. 심지어 전라도 음식연구가들은 욱일승천하고 있는 대구의 음식 인프라에 대해 조목조목 연구하기 시작했다.

특히 국내 첫 한글 고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의 종주권을 갖고 있는 안동과 영양을 비롯해 영주, 예천 등 안동북부 반가음식이 새로운 흐름을 타면서 전라도에서도 경상도 음식 콘텐츠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

대구시 남구 대명동 앞산 안지랑시장 양념곱창 골목은 무려 100m가 넘는 거리에 70여개의 곱창집이 밀집해 있어 전국적인 진풍경을 이루고 있다. 이 거리가 워낙 재밌게 보여 KBS 다큐 3일팀이 다녀갔다. 동구 평화시장 닭똥집 거리도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 있다. 현풍곰탕은 서울의 하동관, 전남 나주의 하얀집과 함께 전국 3대 곰탕집에 등극했다.

남구를 보자. 이천동 복개도로 상에 있는 ‘진흥반점’은 선정 과정이 객관적이 아니라서 문제가 있긴 하지만 아무튼 전국 5대 짬뽕집으로 매일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또한 조선일보 김성윤 음식전문기자는 전국 푸드거리 기획시리즈 1탄으로 서문시장 칼국수를 소개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채널A 먹거리 X파일(이영돈 PD 진행)에서 전국 최고의 착한 칼국수 식당을 대구에서 발견했다는 점이다. 바로 달성군 가창면 우록리 ‘가창할매밀칼국수’다.

현재 대구는 전국에서 국수 소비량이 가장 높고, 북구 노원동 풍국면은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국수공장이다. 호암 이병철이 오늘의 삼성그룹을 이룰 수 있었던 전기가 그가 중구 인교동에서 시작한 별표국수였다는 분석도 있다.

특히 대구권은 약선요리에 강하다. 대구한의대 약선요리 전문 김미림 교수는 대구 약령시 인프라와 영천 한약재 유통 인프라를 잘 활용해 중국과 일본의 약선요리와 맞물린 한국형 약선요리 문화의 신지평을 열어 가고 있다. 경주 보문단지에서 신라음식문화연구소와 약선요리 전문식당인 라선재를 열고 신라 이사금 요리는 물론 약선요리 메뉴 개발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차은정씨도 지역의 대표적 약선문화 전도사로 활동 중이다. 약선요리와 메디시티 대구가 손을 잡으면 시너지효과는 배가 될 것이다.

대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전통차 사범이 있고, 향토 커피 브랜드(커피명가,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다빈치, 핸즈커피, 더 브릿지 등)는 전국적 반향을 일으키고, 바리스타 수도 전국 최고다.

대구에서 처음 발생한 대구십미(大邱十味·따로국밥과 동인동찜갈비, 납작만두, 국수, 막곱창, 뭉티기, 무침회, 야키우동, 복불고기, 논메기매운탕)도 점차 전국적 인지도를 얻고 있다. 다른 도시에는 이런 다양한 향토음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구십미 하나하나에 해묵은 이야기가 묻어 있다. 육사시미인 ‘뭉티기’는 전국 최강의 술안주로 손색이 없다. 뭉티기-동인동찜갈비-막곱창-무침회-평화시장 닭똥집을 하나로 묶을 경우 대한민국 최고의 술안주벨트(취해도)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특히 대구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다양한 쇠고기국(육개장)을 가진 고장이다. 육개장의 발상지도 대구다. 6·25전쟁을 거치면서 따로국밥이 파생됐다. 너무나 다양한 쇠고기국이 존재하는 걸 대구사람도 잘 모른다. 이를 알려야 한다. 이참에 ‘국(육개장) 박물관’을 만들어 따로국밥은 물론 설렁탕-곰탕-갈비탕-쇠고기국밥-육개장-육사시미(뭉티기)-육회-불고기-동인동찜갈비-막곱창을 원스톱으로 연결해 쇠고기 요리의 모든 걸 보여줘도 좋을 듯싶다.

대구는 치킨이 강하다. 멕시카나와 페리카나, 교촌치킨, 호식이 두 마리, 종국이 두 마리, 땅땅치킨 등을 띄운 명실상부 대한민국 프라이드치킨의 메카다. 사정이 이런 데도 지역민은 등잔 밑이 어두워 여전히 대구는 먹을 게 없는 고장이라고 투덜댄다. 이런 어리석음이 있을까. 이제 관계자들이 이런 대구음식 콘텐츠를 들고 전국으로 홍보하러 다녀야 한다. 발이 부르트도록 말이다.


◆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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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열린 사단법인 대구음식문화포럼 주최의 대구음식문화 발전전략 세미나 광경. 토론자들은 이제 대구 음식이 예전과 달리 다양한 외식인프라와 음식거리 형성 등으로 관과 민이 윈윈전략을 짜고 국제화 시대에 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음식문화포럼 제공>
일단 알려야 한다. 대구대표음식 투어상품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걸 전국에 깔아 줄 SNS 홍보 전문 관계자들도 서울에서 불러 내릴 필요가 없다. 주위를 살펴보면 수두룩하다. 모모짱과 준팔근팔, 바람돌이 등 전국적 파워 푸드블로거가 대구에 적잖이 산재한다. 그들의 도움을 받아 테마별 투어 코스를 만들어 보자.

전국 주당들을 겨냥해 ‘술안주 투어 상품’도 띄워라. 평화시장의 닭똥집 골목과 안지랑시장의 양념곱창 골목, 반고개 무침회 골목, 남문시장 보쌈 골목, 동인동 찜갈비 골목, 서성로 돼지수육 골목, 뭉티기 전문식당(너구리, 묵돌이, 송학, 녹양, 극동구이, 백합구이), 북성로 돼지불고기우동 등을 하나로 묶어 보자.

대구음식은 간이 세다. 그리고 맵다. 그런데 매운 걸 역이용하면 어떤가. 지구상에서 가장 매운 음식, 바로 멕시코 음식보다 더 매운 음식이 대구에 있다면서 순례 코스를 만들자. 치명적으로 매운 음식을 먹으며 괴로운 표정 짓는 걸 유튜브에 퍼뜨리자. 신천시장 매운 떡볶이는 이미 전국구로 날아다닌다.

대구십미를 위한 팸투어 마케팅도 계속 돌려라. 전국의 파워 블로거와 음식 관련 방송 PD 등을 초청해 대구십미 명가를 팸투어 시키자. 10개 음식 이미지를 갖고 티셔츠와 열쇠고리 등 각종 액세서리와 팬시용품 판매장을 관광센터 등에 비치해도 좋을 것 같다.

대구 출신 유명 인사도 왜 홍보맨으로 기용하지 못하는가. 영화배우 신성일과 프로야구선수인 이승엽과 양준혁, 방송인 김제동, 영화감독 이창동, 빅마마 이혜정(요즘 서울 종합편성채널의 최고 인기 방송인으로 그의 남편은 현재 영남대병원 산부인과 과장을 맡고 있는 고민환 교수) 등의 입을 통하면 대구음식 모양새가 단번에 확 달라진다.

모르긴 해도 위에 열거한 정도의 강력한 음식 관련 콘텐츠를 가진 도시는 대한민국에 단연 대구밖에 없다고 자신한다. 이제 모두 대구음식 광복을 위한 독립운동가로 변신할 때다. 위에 열거한 분들이 화를 내신다면 이해를 바란다.

Ready, GO!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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