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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을 결의했을 때,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귀족노조’인 현대차노조가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파업을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귀족노조는 사전적으로 정의된 개념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고소득 노동자 노조’를 지칭한다.
귀족노조란 용어가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진 계기는 2005년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가 파업을 할 때였다. 당시 억대 연봉의 조종사들이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 파업을 벌인 것이, 그것도 파업중 바비큐파티까지 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귀족노조의 배부른 파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귀족노조와 헷갈리는 용어는 ‘노동귀족’이다. 노동귀족은 사전적으로 정의돼 있다. 노동귀족이란 원래 영국에서 높은 급여를 받는 숙련공들이 노동자인 자신의 처지를 잊고, 유산가(有産家)들의 사고와 생활양식에 젖어 있는 것을 비아냥거리는 의미로 사용됐다. 요즘에는 자신의 특권(일 안 하고 임금받는 것 등)을 누리기 위해, 사용자편에 서는 노조 간부를 말한다. 하지만 노동귀족을 ‘많은 급여를 받는 근로자’, 즉 귀족노조와 같은 뜻으로 아는 사람이 제법 많다.
최근 철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귀족노조라는 말이 다시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일부 언론과 새누리당이 ‘ 매년 수천억원의 혈세를 지원받는 코레일 종사자들의 평균 연봉이 6천만원을 넘는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8.1%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며 철도노조를 귀족노조라고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귀족노조는 규모가 커서 파업의 파급력도 크고, 파업에 따른 손해와 불편은 귀족노조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일반 국민들이 입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철도노조가 민영화 반대를 명분으로 파업을 벌이고 있지만, 그들의 요구에는 임금인상도 포함돼 있다. 훨씬 많은 국민들은 철도노조원보다 적은 급여를 받는다. 파업을 하는 순간 회사가 망할까봐 파업은 꿈도 못 꾸는 중소업체 근로자들도 많다. 철도노조의 파업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국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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