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양식 레스토랑 에티켓 A to Z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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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2-21   |  발행일 2014-02-21 제41면   |  수정 2014-02-21
웨이터 부를 땐 가만히 손만 올려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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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좀 벌면 다들 ‘폼’을 잘 삭힐 줄 안다.

폼을 액면 그대로 드러내면 ‘모난 돌 정 맞기’ 때문이다. 변두리에서 주유소 등으로 큰 돈을 거머쥐면 잃어버린 세월을 보상받기 위해 있는 자들 사이에 끼려고 이런저런 기관단체에 가입한다. 그럴듯하게 행세하기 위해서는 돈만 있다는 지적을 덜 받아야 한다. 돈은 쉽게 벌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인문학적 안목과 고담준론은 하루아침에 익힐 수 없다. 돈은 도(道·인품)의 호위를 받지 않으면 금세 ‘방약무인(傍若無人)’해진다.

영국 런던의 특급 호텔 사보이의 총지배인의 눈매는 거의 영국 왕실풍이다. 인자하고 그윽하면서도 절도가 있다. 수많은 사람에 시달려 ‘몽돌’처럼 가슴이 단련됐다. 하지만 아직 대구의 식당가는 음식과 인테리어만 득세하지 주인은 물론 홀 서버의 자태가 너무 일상적이다. 일상적이란 ‘일상의 습성을 못 벗겨냈다’는 말이다.

 
스튜어디스가 모든 사람에게 일률적 미소를 보낼 수 있기까지 수많은 날 사적 웃음을 지워내야만 했다. 잘 살펴보라. 수천억대를 주무르는 특급 CEO의 표정은 조선조 사대부의 기품을 뺨칠 정도다. 세상을 꿰뚫는 매너·교양·에티켓이 있다. 어떤 내방객이 자신의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자리에 앉는 품새를 보면 그가 어떤 수준의 사람인지 거의 파악된다. 예전 대감(大監·조선 시대 정이품 이상의 관원에 대한 존칭)집 청지기는 솟을대문 앞 과객의 헛기침 소리만 들어도 그를 융숭하게 영접해야 될지 그냥 국밥 한 그릇만 먹여 보내야 할지 대충 감을 잡는다.

 

 

女 원피스·男 재킷 차림 무난
진하게 뿌린 향수 식사에 방해
애피타이저 빵은 적당량 먹고
수프는 남기는 듯 먹는 게 좋아
포크 등은 맨 바깥쪽부터 사용
사용 후엔 가지런히 접시위에
냅킨으로 얼굴 땀 닦으면 곤란

 

◆ 사각지대 교양 정보를 챙겨라

가령 영국 왕실 식기는 덴마크 ‘로열 코펜하겐’이라는 사실, 전 세계 대다수 대사관 식기는 미국의 명품 도자기 브랜드 ‘레녹스’라는 것, 중식당 원형 테이블의 정식 명칭이 ‘수잔 테이블’이란 걸 상대에게 알려주면 이목이 집중된다. 수잔 테이블에 놓인 자기 숟가락이 ‘렝게’라는 것도 덧붙이면 더욱 화제를 자기 쪽으로 몰고 갈 수 있다. 파스타의 경우 ‘알 덴테(Al dente)’를 놓치면 낭패. 알 덴테는 약간 덜 삶아 스파게티 면의 속심이 가늘게 박힌 상태다. 파스타 마니아 고객과 식사를 할 때 이탈리아 나폴리 피자 전문가들이 1984년 회의를 통해 피자 화덕 바닥 온도를 486℃로 정했다는 사실을 은근슬쩍 띄우면 불이익은 당하지 않을 것이다.

식문화라는 게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굳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굳이 알아주면 상대가 더 챙겨줄 것이다. 한글이 있는데도 굳이 시간 할애해서 영어 공부하는 이유와 다를 바가 없다.


◆ 양식당에 들어가면

서양에서 파티는 대부분 부부 동반이다.

남자끼리 모이는 일은 거의 없다. 이런 자리에 가면 다들 서먹서먹하다. 여기선 정치와 종교 얘기는 웬만하면 하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미식가들 모임에서는 특정 식당 음식 평가는 절대 하지 않는다. 스포츠와 날씨는 어느 곳에서나 통하는 ‘아이스 브레이커(Ice breaker·처음 만났을 때 어색함을 누그러뜨리려고 하는 말)’다.

모든 테이블 매너의 기본은 적절한 복장을 갖추는 것이다. 양식당도 마찬가지. 특히 여성의 경우 부피가 큰 모피 코트나 과한 보석을 착용하고 식사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삼가야 할 태도. 짙은 향수도 음식 향기를 짓누르기 때문에 가급적 자제해야 한다. 액세서리를 가능한 한 절제한 원피스 차림이면 무난. 만약 무거운 코트나 큰 가방을 가지고 왔을 때는 입구의 클로크룸에 맡긴다. 대개 이용은 무료이고, 부피가 큰 물건이라면 팁을 주는 것도 좋다. 남성은 재킷 차림이 기본.

먼저 식당에 들어가면 반드시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자리에 앉아야 한다. 물론 항상 여성이 먼저다. 남성이 먼저 털썩 앉으면 그건 엄청난 반칙이다. 손님이 왕이라고 자기 맘대로 앉으면 ‘막돼먹은 자’로 찍힌다. 자리에 앉고 얼마간 있으면 보통 가슴에 열쇠가 그려져 있거나 포도마크가 그려진 웨이터가 식탁으로 다가온다. 와인이나 술을 관리하는 소믈리에다. 소믈리에가 오면 음식보다 와인을 먼저 주문하라는 뜻이다. 적절히 와인을 시키거나 거절한 후에 애피타이저, 메인 코스, 디저트 등 코스별로 식사를 하게 되는데 식사 시간은 2시간 정도 걸린다. 이탈리아의 경우 거의 3시간까지 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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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양식당 테이블에는 많게는 20여종의 각종 식기가 놓이게 된다. 이때 빵은 좌측, 물은 오른쪽에 있는 게 자기 것이다. 포크와 나이프는 가장 바깥에 있는 것부터 안으로 차례차례 사용하면 나오는 음식과 맞게 돼 있다. 냅킨은 무릎에 두고 네 가장 자리를 이용해 살짝 입술에 묻은 음식물을 닦으면 된다. 필요하면 여러 개를 사용해도 괜찮다.
식사 전 나오는 애피타이저 빵은 입을 가신다는 의미로 나온 것이므로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수프를 먹을 때 숟가락을 빨면서 떠먹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숟가락 위의 수프가 3분의 1 정도 남도록 먹는 것이 좋다. 빵을 수프에 찍어 먹는 것도 괜찮지만 격식을 차리는 자리에서는 금물. 기물들이 서로 부딪혀 소리가 나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도 잊지 말자.

다음으로는 식기(Silverware)의 사용이다. 통상 포크와 나이프류는 통칭해서 ‘커트러리(Cutlery)’라고 한다. 식탁을 보면 다양한 포크와 나이프가 가지런히 놓여 있을 것이다. 맨 바깥쪽에 놓인 것부터 차례로 사용하면 된다. 사용이 끝나면 가지런히 접시 위에 올려놓는 것이 예의다. 식사할 때 포크와 나이프 위치는 8시20분, 그러니까 팔자 수염 모양으로 벌려 놓으면 되고 다 먹었으면 4시20분 위치에 포크와 나이프를 한데 모은다. 이때 칼날은 안쪽으로 향하도록 하면 된다. 테이블에 물잔과 빵이 수북하게 놓여 있으면 어느 것이 내 것인지 헷갈리기 쉽다. 이땐 ‘좌빵우물’ 원칙을 지키면 된다. 빵은 왼쪽, 물은 오른쪽에 놓인 것이 자기 거라는 것.


◆ 냅킨 에티켓

냅킨은 영국 기사들이 결투 신청을 할 때 던졌던 항전의 상징, ‘손수건’에서 유래했다. 그렇지만 손수건처럼 마구 던져놓으면 안 된다. 처음과 비슷하게 접어서 자기 오른쪽에 두면 웨이터는 속으로 ‘아, 이분들은 우리를 존중하는구나’라고 여길 것이다. 국내 관광객은 외국 호텔에 투숙하고 나올 때 습관적으로 그냥 나오는데, 이러면 국가 망신시킨다. 1달러 지폐 한 장을 반드시 시트 위에 올려놓고 나와야 한다. 냅킨을 잘 접어두는 것도 그와 비슷한 배려다.

냅킨은 음식물이 옷에 튀지 않게 하는 방어의 천도 되고, 입가에 묻은 음식물을 닦는 티슈 역할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냅킨을 시보리(물수건)로 치부하는데 절대 아니다. 하절기에 일부 손님은 냅킨으로 목과 얼굴에 묻은 땀을 훔치기도 하는데 이것 역시 예의가 아니다. 요즘 구청에서 위생을 위해 레스토랑 입구에 세면대를 설치할 것을 종용하는데, 이건 서구에선 상당히 무례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당연히 손은 화장실에 가서 씻도록 유도했으면 좋겠다. 비행기, 선박 등 식탁이 흔들리는 곳에서는 와이셔츠 안으로 한쪽을 집어넣어 앞가리개처럼 늘어뜨려도 좋다. 특히 립스틱을 진하게 바른 여성은 냅킨을 잘 사용해야 한다. 어떤 분들은 냅킨으로 립스틱을 닦는데, 그래선 안 된다. 이때는 티슈에 양쪽 입술을 눌러 자국이 남지 않도록 하는 것이 호감을 받는 처사이다. 식사 중 냅킨은 여러 개를 사용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타인의 손이 자기 몸 앞으로 지나가는 것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소금통이 필요하면 팔을 뻗어 가져오기보다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소금통을 전해줄 수 있냐고 부탁하는 것이 제대로 된 모양새다. 쓰레기통을 찾는 이도 있는데 고급 양식당에서는 식탁 옆에 쓰레기통을 두지 않는다. 양식당 구조상 쓰레기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웨이터를 부를 때는 절대 ‘헤이~’라고 소리내면 안 되고 가만히 손만 올리면 신기하게 옆으로 다가온다. 홀 매니저는 모든 테이블을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선을 먹을 때 절대 뒤집어서 살을 발라서는 안 되고, 손으로 집어 살을 발라 먹는 것도 예의를 벗어난 행위다. 간혹 생선 요리의 경우 핑거 볼(Finger bowl)에 슬라이스 레몬 등이 띄워져 있는데, 무경험자들은 디저트인 줄 알고 마시는 실수도 범한다. 핑거볼의 물은 손 씻는 용도이니 착오 없으시길.

혹시라도 포크나 나이프를 땅바닥에 떨어뜨릴 경우, 몰래 주워서 사용하지 말고 조용히 손을 들어 새것으로 교환해 사용하면 된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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