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 수성구 들안길 ‘금산삼계탕’ 김창민 사장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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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4-25   |  발행일 2014-04-25 제41면   |  수정 2014-04-25
‘식당, 이렇게 하면 빨리 망한다’ 발간 작심 돌직구
“MSG(화학조미료)만 안쓰면 착한 식당? 이영돈 PD(채널A '이영돈 PD의 먹거리X파일' 진행자), 시대착오적 소리 마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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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처럼 살아가는 김창민 금산 삼계탕 사장. 그가 최근 펴낸 책 ‘식당, 이렇게 하면 빨리 망한다’는 가장 쉬운 게 식당 창업이란 편견에 경종을 울린다. 수없는 실패를 통하지 않으면 결코 성공에 이를 수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이영돈 피디의 먹거리 X파일’ 등 한국 언론의 화학조미료에 대한 보도에 대해서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최근 기자 앞으로 의미심장한 책 한 권이 배달돼 왔다.

1990년대 초 대구 최초로 ‘프랜차이즈 삼계탕 시대’를 연 수성구 들안길 금산삼계탕 김창민 사장(54)이 펴낸 ‘식당, 이렇게 하면 빨리 망한다’(다음생각 刊)였다.

‘꼬꼬 아저씨’, 그도 한창때는 금산 체인점이 50개에 달했다.

지금은 4개밖에 없다. 미국과 중국 지점도 망했다. 잠잠해질 만해지면 도지는 악몽 같은 조류독감 파동. 상당한 덩치를 가진 금산도 그 파동에 그로기 상태다. 현재 우울증 치료제를 먹고 있다. 어린 시절 경찰서에서 당한 고문 후유증 때문이다. 설상가상 미국 뉴저지 지점 오픈 때 교포한테 사기를 당해 그 충격 때문에 몇 번 자살시도를 했다. 이런 내용이 들어있는 걸 아는 가족은 그의 책 출간을 결사반대했다.

그는 전투·탐험적이다. 현재까지 200회 이상 해외에 다녀왔다. 아이디어 헌팅 때문이다.

해외투자에 너무 많은 좌절을 겪어 이젠 그 방면 전문가가 됐다.

“다들 인도인은 모두 쇠고기를 안 먹는 줄 안다. 아니다. 힌두교 믿는 80.5%만 먹지 않는다. 프로라면 이 정도 지식은 가져야 한다. 12억명 중 13.4% 무슬림은 쇠고기를 먹는다. 우리보다 쇠고기 소비층이 더 두텁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해외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식당을 하면 70~80%가 망한다. 중국에선 중국인, 미국에선 미국인을 상대로 장사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물론 해외에서 나도 망했다. 망했기 때문에 더 공부할 수 있었다.”

◆ 돈 버는 일이 가장 숭고하다

10대 때부터 아이스케키·찹쌀떡·껌팔이로 입에 풀칠을 해야 했다. 중국집 ‘배달의 기수’, 구두닦이, 구두가게 점원, 가짜휘발유·가짜왁스·부동액 장사꾼으로 허덕였다. 80년대 중반 대신동 동산의료원 근처에서 고디집을 열었다. 생애 첫 자기 식당이었다. 거기서 조금 기반을 잡아 당시 황량하기 이를 데 없던 수성구 들안길 벌판에서 금산삼계탕을 연다. 91년 2월이었다. 다들 망한다고 했다. 기우였다.

이어 그의 첫 무모한 기질이 분출한다.

‘왜 삼계탕집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다 후줄근한가. 고급 레스토랑 같으면 왜 안 되지?’란 의문을 던졌다. 지역 최초로 대리석궁전 같은 디럭스 레스토랑 버전으로 증축한다. 20억원 이상 투자했다.

삼계탕 하나로 만족할 수 없었다. 한 그릇에 1만2천원 하는 고가 짬뽕도 팔았다. ‘한일미’란 숯불갈비집도 병행했다. 때론 식당 위층에서 8개월간 금산예식장, 94년부터는 1년가량 상조회사도 운영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였다. 최근에는 대구 따로국밥에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 서울경기에서 유행하는 설렁탕 전문점 ‘동이옥’을 오픈했다. 그의 광고기법은 기발하다 못해 무모하다. 지역의 유명 테너 4명을 불러 무려 여섯 번 스튜디오 촬영 끝에 광고용 CM송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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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 삼계탕 김창민 사장이 사업하기 너무 힘든 대한민국 외식업계의 허와 실을 낱낱이 폭로한 ‘식당 이렇게 하면 빨리 망한다’란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이영돈 PD에 공개토론 제안
‘조미료 無害’ 이미 국내외서 판명
사용유무로 식당우열 가려선 안돼
과학 위에 ‘아집’ 군림해선 곤란

식당 이렇게 하면 망해
‘식당이나 해볼까’ 안일한 자세
체인 브랜드 맹신 결국 禍 불러
유행 메뉴만 쫓다간 오래 못가

망하지 않으려면
가게 열기 전 90% 이상 파악해야
한·중·일·양식당 두루 체험하고
서빙까지 경험하면 망할 일 없어
인테리어 집착 말고 상권 분석을


◆ 김창민 왈…이렇게 하면 망한다

그는 ‘하다 안 되면 식당이나 하지’라는 안일한 자세의 예비창업자를 보면 ‘맞아 죽어야 된다’고 주장한다.

특히 자신도 체인 사업을 하면서, 체인점만 맹신하는 자를 맹렬하게 비판한다. “그들이 고맙긴 해도 남이 다 이뤄놓은 브랜드를 앞세워 돈 벌려는 체인 마인드는 사실 위험하다”고 꼬집는다.

그는 ‘비법’의 맹점도 지적한다.

“식당마다 비법이라 공개 못한다고 하는데 그 비법이 식당을 유지시켜 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비법에 대한 맹신이 실패를 불러오기도 한다. 조리과정에서 결코 권장할 만한 것이 못 되는 요소들이 비법이란 이름으로 포장되어 감춰질 수도 있다. 난 비법을 공개하자는 주의다. 실제 홈페이지에 금산삼계탕 레시피를 다 공개했다.”

유행의 덫도 강조한다.

“유행 메뉴에 혹하지 마라. ‘지금까지 사람들이 맛보지 못했던 뭐 새롭고 기가 막힌 음식이 없을까’를 찾는데 그것은 경쟁을 최소화하고 보다 쉽게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역을 차지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옛것과 새것, 또는 전혀 다른 영역의 음식이 만나 새로운 뭔가를 이뤄내려면 양쪽 모두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시작해야 한다. 전통이 빠진 단순한 결합이나 변형은 결국 유행음식으로 반짝 지고 만다.”

그가 가장 중요한 대목을 언급한다.

“망하지 않으려면 시작하기 전에 100%는 아닐지라도 관련된 모든 것의 90%는 파악해야 한다. 식당하기 전 내 인생에서 4년은 없다고 생각하라. 1년은 한식당, 또 1년은 중식당, 또 1년은 일식당, 마지막 1년은 양식당에서 일을 해보라. 그럼 망할 확률이 확 낮아진다. 만약 홀서빙하며 1년 더 고생하면 확률상 거의 망할 일이 없을 것이다. 특이한 인테리어는 좋은 목과 상권보다는 덜 중요하다고 본다. 악덕 건물주를 만나면 다 잡은 성공을 놓칠 수 있다. 시작할 때 5년 안에 그 가게를 사버리겠다는 당찬 각오를 해야 된다.”

◆ 대한민국 언론을 고발하다

그는 조류독감 등 각종 음식파동 관련 국내 언론의 보도 형태에 치를 떤다.

“국내는 언론이 종결자이다. 정부는 안 믿어도 언론은 믿는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75℃ 이상에서 5분 이상 가열해 먹으면 감염의 위험이 없다는 게 과학적 결론이다. 그런데 언론은 시청률 때문인지 조류독감을 재앙처럼 보도했다. 전 세계에서 헬리콥터까지 띄워 살처분 장면을 방송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너무 선정적이다. 그 순간 숱한 식당도 동시에 살처분된다는 사실을 절감해야 된다. 만약 모든 신문방송국이 오리·닭 관련 식당을 소유하고 있다면 과연 지금처럼 보도할지 모르겠다.”

‘착한식당 신드롬’을 일으킨 종합채널 채널 A의 인기 다큐 프로그램인 ‘이영돈 PD의 먹거리 X파일’도 고발했다.

그는 노골적으로 ‘이영돈씨! 나랑 한판 붙읍시다’란 제목을 앞세우고 관련 방송 내용을 40쪽에 걸쳐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MSG(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착한식당’이란 기준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한다.

“먹거리X파일은 화학조미료(이하 조미료)와 관련 국내외 학자의 긍정적 평가를 무시한다. 자기가 나쁘다고 하면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을 갖고 있다. 조미료 불신풍조까지 조장하고 있다.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식당을 찾아 착한식당 꼬리표를 달아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그보다 전 세계 조미료가 한국 것과 동일한 성분인지 분석했으면 좋겠다. 그 프로그램이 주장하듯 조미료가 인체에 정말 나쁘다면 그 사실을 추적해 정부와 식품학회 등으로부터 검증받는 그런 프로그램에 더 치중했으면 더 좋겠다.

과학은 이미 ‘조미료가 인체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결론냈다. 그런데 그들은 혼자 그렇지 않다고 고집한다. 과학의 위에 군림하려는 처사라고 볼 수밖에 없다. 나는 지금도 제주도의 한 맛집 식당 할머니의 말을 잊지 못한다. 아마 전국의 식당주가 다 공감할 것이다. 제주도 토박이 할머니에게 조리과정을 보여달라고 했다. 할머니가 다 보여주었다. 중간에 조미료를 팍팍 집어넣었다. ‘할머니, 조미료를 막 써도 됩니까’라고 물으니 할머니 말씀이 걸작이었다. ‘이걸 빼면 이 맛을 못 내! 그리고 이게 들어가야지 싱거운 맛은 싱겁지 않게 짠 맛은 짜지 않게 되는 거야!’ 결론부터 말하면 조미료는 몸에 해로운 것이 아니다. 김치나 젓갈을 발효시키듯 사탕수수를 발효시켜 만든다. 조미료는 일부분에 지나지 않지만 중요한 재료다. 넣고 안 넣고는 주인의 취향이다. 사용 유무를 갖고 우열을 판단해선 안 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조미료에 대한 국민적 오해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조미료의 주성분인 글루탐산은 우리 몸을 조절하는 아미노산의 일종으로 쇠고기, 멸치, 버섯 등 천연물질에 포함되어 있다. 식품과 조미료를 통해 섭취하는 글루탐산은 똑같다.”

김 사장은 현재 이영돈 PD에게 공개 토론을 공개제안 해놓은 상태이다.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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