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공간 위한 ‘건축후퇴선’불법 주차장 전락

  • 박종진,이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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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06-16  |  수정 2014-06-16 07:26  |  발행일 2014-06-16 제6면
(도로경계로부터 3m뒤)
건물주 물건 보관장소 등 보행자 편의공간 취지 무색
인도 점령, 차로로 내몰아…도로 위 보행 ‘위험천만’
보행공간 위한 ‘건축후퇴선’불법 주차장 전락
지난 11일 대구 북구 산격동에 위치한 A 빌딩 앞 보행로에 차들이 주차돼 있어 행인들이 차로까지 내려가 달리는 차 옆을 위험천만하게 걷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지난 11일 오전 10시30분 대구 북구 산격동 A빌딩 앞. 인도를 점령한 차량 때문에 행인들은 차로 일부분에 그어진 보행로를 따라 곡예보행을 하고 있었다. 차량 운전자들은 보행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마구 속도를 냈다. 도로에 개방감을 주고, 보행자 편의를 제공해야 할 ‘건축후퇴선(도로경계로부터 3m뒤)’이 오히려 보행자를 사고위험지대로 내몰고 있는 셈이다.

이곳은 산격종합시장과 불과 200여m정도 떨어져 있고, 인근 초등학교와도 500m 거리에 있어 노약자와 학생들의 통행량도 많다.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 보였다. 주민 허정애씨(여·51)는 “평상시에도 주차된 차량 때문에 불편한데, 주행 차량까지 많을 때는 정말 아찔하다. 아이들이 주변을 잘 살피지 않고 뛰어다니면 사고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혀를 찼다.

대구지역 인도 곳곳에 있는 ‘건축후퇴선’이 불법주차 공간이나 물건을 쌓아두는 장소로 악용되고 있어 시민 보행권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건축후퇴선이 본래 취지대로 보행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5일 대구 북구청에 따르면 현행 건축법상 통행 차량과 보행자가 많은 주요 간선도로(미관지구)에는 가로 미관과 보행공간 확보를 위해 건축물 건립시 건축후퇴선이 지정된다. 미관지구의 건축후퇴선은 각 지자체 조례에 따라 3~5m로 규정돼 있다.

건축후퇴선 부지는 사유지이지만, 시설의 개방감을 확보하거나 출입의 용이성 및 미관 향상이 고려돼야 한다. 이 곳엔 공작물·담장·계단·주차장·화단과 이와 유사한 시설물 설치가 금지된다.

하지만 일부 건물주들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자신의 영업 편의를 위해 마음대로 주차선을 긋고, 주차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보행자는 차도로 떠밀려 ‘위험한 도보’를 할 수밖에 없다.

단속은 쉽지가 않다. 인도상에 있는 불법 주·정차 차량은 즉시 단속 대상이지만, 인도 안쪽 건축후퇴선의 경우, 주·정차를 하더라도 별다른 규제를 할 수 없다. 건축후퇴선상의 불법 시설물 관리·감독은 지자체별로 건축과에서 담당하지만, 별도 단속 요원도 없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대구 북구청 관계자는 “건축후퇴선에 불법주차 공간으로 조성한 사례가 더러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제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계도나 단속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건설교통분야 전문가들은 지자체 차원의 강력한 단속이 있어야 불법사례가 개선될 수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영우 대구대 교수(토목공학과)는 “미관지구의 건축후퇴선은 시민 활동공간으로 활용돼야 하는데, 건물주는 사유지로만 생각해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며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로 지자체가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시민들도 건축후퇴선이 ‘보행공간’이란 사실을 인지해 상시감시체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진기자 pj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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