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두 남자의 한우이야기…대구 수성구 들안길 생갈빗집 ‘안동한우’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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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0-03   |  발행일 2014-10-03 제41면   |  수정 2014-10-06
입소문난 자형·처남標 생갈빗살구이…“남은 뼈론 양푼이 갈비찜 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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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형과 처남이 의기투합, 대구의 대표적 한우갈비집 만들기에 나섰다.

피식, 웃음이 났다.

두 남자의 교집합은 안동한우. 그 표정도 왜 그렇게 한우를 닮았는지. 대구시 수성구 들안길 안동한우 이동현 사장과 육부장 김영동씨는 자형·처남 간.

들안길엔 한우숯불갈빗집이 우후죽순 생겨나 이젠 10군데가 넘는다. 다들 한 내공이 있지만 규모가 제일 작은 ‘안동한우’를 눈여겨보게 됐다. 사실 수원이 숯불의 고장이라고 하지만 대구 역시 숯불갈비 내공이 상당하다. 60년대 중구 계산동 계산땅집의 불고기, 연이은 대신동 갈비골목의 터줏대감인 진갈비와 후발주자 국일생갈비의 생갈비 신드롬은 90년대 수성구 비원의 갈빗살 붐과 맞물려 대구를 ‘구이도시’로 승격시켰다.

들안길 안동한우는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다. 하지만 소갈비와 메인 곁반찬인 백김치, 우거지된장찌개, 파겉절이 등의 레시피에 꽤 믿음이 간다. 육부장이 직접 골발도(骨拔刀·뼈칼)를 사용해 뼈와 갈빗살을 분리한다. 그걸 갖고 양념갈비·갈빗살구이·찜갈비·육회 라인을 세트처럼 낸다. 자형과 처남은 조리사 출신은 아니지만 꽉 쥔 주먹처럼 똘똘 뭉쳤다.


‘자형’ 이동현 사장
회사원때 안동 갈비 맛 반해
기술 배운 식당서 밑바닥 일
아내도 갈비전선 동참해줘

‘처남’ 김영동 육부장
매형 식당 도우려 과감히 사표
도축장서 ‘골발’ 피눈물 훈련
손님앞에서 직접 시연하기도

작은 식당 ‘옹골진 음식’
벌꿀 등 이용한 육회 ‘담백’
단골 만드는 우거지된장찌개
배·양파로 맛낸 백김치 일품


◆ 요리도 모르고 식당을 차렸다

이동현 사장(46).

안동 출신이다. 아버지는 교육자. 충북대 화학과를 나와 대성가스 산하 경북도시가스에 입사해 1998년 입사 7년 만에 옷을 벗는다. 어느 날 직장 사람들과 안동시내 갈비골목에서 마늘이 들어간 양념갈비를 먹었다. 평생 그렇게 맛있는 갈비는 처음이었다. 충격이었다. 이 맛 때문에 그도 갈빗집을 차리고 싶었다. 준비기간은 3개월. 안동의 그 갈빗집 사장한테 솔직하게 자신도 고깃집을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아내(김정옥)는 남편을 믿었다. 탄탄한 직장 버리고 망할지도 모를 식당에 도전한 남편을 나무라지 않고 함께 생업전선에 뛰어든다. 밑바닥 경험을 위해 아내까지 기술을 전수해주는 식당에서 홀서빙을 배웠다. 그것도 밖에서 참숯 다루는 법을 배웠다. 처음엔 아무것도 몰랐다. 참숯도 그냥 성냥불로 붙이는 줄 알았다. 나중에 가스레인지에 올려놓으면 30초 만에 붙는다는 걸 알았다. 그는 맛보다 서비스가 더 중요한 줄 알았다. 차츰 식당업은 서비스 이전에 맛이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장소 물색을 위해 구미, 창원, 마산, 대전, 칠곡 등을 돌다가 마지막에 들안길을 찾았다. 아내가 좋은 꿈을 꾼다. 바로 다음날 현재 식당을 골라 계약을 한다. 2005년 8월이다.

개업 첫날. 손발이 안맞고 일부 찜갈비가 너무 타는 바람에 엄청 욕을 먹었다. 고기도 안동에서 받았다. 물량도 들쭉날쭉, 수급이 잘 안됐다. 주방 한 켠에 생갈비 작업장을 만들자고 결심한다. 역시 이 코너는 혈족이 맡는 게 효율적이라 분석했다. 경산의 한 자동차 부품회사에 잘 다니던 처남(김영동)을 육부장으로 데려오려 했다. 평소 처남은 손재주가 있고 힘도 무척 세기 때문에 파워와 기술이 동시에 필요한 고기 다루는 일도 잘할 것이라 믿었다. 7년 정도 다닌 안정된 자리였지만 처남도 누나를 위해 사표를 쓴다.

안동의 한 도축장에서 골발도로 뼈와 살점을 분리하는 법을 배웠다.

당시 대구는 거의 갈빗살 천국. 다들 생갈비에 대한 이해가 매우 부족했다. 생갈비를 줘도 다들 진짜가 아니라고 우겼다. 갈비에 붙어 있는 기다란 갈빗살을 공업용 접착제로 붙여놓은 것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손님을 위해 직접 갈비 장만하는 광경을 시연해 편견을 풀려했다.

이 집은 뼈에 붙은 갈빗살은 구이로 먹게 하고 남은 생갈비는 동인동찜갈비 스타일로 요리해 별스럽게 내놓는다. 그런 메뉴가 잘 없기 때문에 4년 동안 단골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는다. 구제역이 안동에서 발생했을 때는 매출이 반으로 줄었다. 이 업을 계속해야 할 건지 엄청 고민했다. 이 사장은 한시적인 현상이라고 봤다. 역시 ‘세월이 약’이었다.


◆ 생갈비 장만과 반찬 만들기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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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5시간 이상 기름을 제거하고 사금처럼 얻은 생갈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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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숯의 열기를 직접 전해주고 있는 석쇠 위 갈비살.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겪고 4년 전 비로소 현재 메뉴라인을 갖춘다.

한 쪽에 30~35㎏ 생갈비는 매일 오후 3~4시 가게에 도착한다. 갈빗살은 사금처럼 찾아내야 한다. 골발도를 능숙하게 움직여 기름을 완전히 제거해야 비로소 먹을 수 있다.

갈비는 모두 13대. 기름만 제거하는 데 1시간가량 걸린다. 기름과 뼈를 자를 때 칼날이 뼈에 걸려 튕겨 나오면서 자기 배를 그어 중상을 입을 수도 있다. 칼이 나가는 방향 반대로 손을 움직여야 다치지 않는다. 갈비는 3.5㎝ 길이로 절단한다. 모두 150~170개가 나온다. 갈비 한 쪽당 길이는 45㎝ 남짓. 묶여 있던 군용담요를 펴듯이 가지런하게 펴내야 한다. 길이는 5~50㎝. 작업을 다 하려면 무려 5시간이 걸린다. 처음에는 한 짝 갖고 하루 걸려 작업했다. 육부장은 수시로 자상을 입는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각종 지혈용 약품을 갖고 있다. 작업은 밤 9시쯤 끝난다. 작업할 때는 너무 힘들어 2~3명이 돕고 바쁘면 사장까지 거든다. 먹는 사람은 그 고된 노동을 잘 모른다. 기름은 비누와 양초를 만드는 사람이 가져간다. 35㎏을 기준으로 할 때 보통 살이 10㎏, 뼈가 7㎏, 나머지는 다 기름.

보통 사흘간 2℃ 정도의 냉장고에서 숙성하는데 온도를 올려 5℃ 이상에서 숙성하면 고기가 축 처진다. 업자가 가져온 고기에는 그런 ‘숙성공학’이 깃들기 힘들 것이다.


◆ 메뉴라인 갖추기 정말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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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직전의 찜갈비 재료. 썰어내고 남은 조각갈비는 서비스로 찜으로 요리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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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개월 숙성된 특제 소스를 갖고 만든 육회. 단맛이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

안동에선 육회보다 양념갈비를 더 좋아한다.

대구에선 육회와 생고기 선호도가 아주 높다. 식사 전에 육회부터 먹고 고기는 나중에 구워먹기도 한다. 고기를 다 먹고 술안주로 육회를 먹기도 한다. 처음엔 육회가 없다고 했다가 다시 마련한다. 처음엔 메뉴에 없던 육회를 다시 개발했다.

육회를 처음 만들 때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찾고 주위 얘기를 듣고 유명 업소도 찾아 연구했다. 대충 소스의 정체는 알았지만 어떤 비율로 해야 될지 막막했다. 2년 동안 수십번 시행착오를 거쳤다. 설탕도 다 빼봤다. 물엿으로만 만들기도 했다. 조선간장과 진간장을 다양한 비율로 섞어보기도 했다. 툭하면 육회 시식이었다. 너무 달아도 안되고 너무 싱거워도 안되었다. 너무 자극적이어도 안되고 너무 감칠맛이 나도 안되었다. 조미료를 넣어보기도 했지만 정체성 없는 맛이 나왔다. 단골은 육회 맛이 들쭉날쭉한다고 지적했다.

이젠 육회 소스의 황금비율을 찾았다.

여긴 설탕은 가급적 최소화하고 대신 벌꿀이나 각종 진액 등을 이용한다. 볼품없는 육회의 경우 냉동된 고기를 썰어 해동해 즉석에서 소스를 만들어 낸다. 그럼 고기가 셔벗처럼 서걱거리고 핏물이 많이 생긴다. 설탕에 의존하면 너무 달고 설탕 알갱이까지 씹히기도 한다. 마늘향이 너무 진하면 고기맛을 지운다.

며칠만 숙성시키고 소스로 활용하면 재료가 따로 논다. 여긴 주 1회 20ℓ 만들어 적어도 3~4개월 숙성시켜 사용한다.

백김치도 남다른 품격을 갖고 있다. 담글 때 배, 양파, 생강, 마늘 등만 넣고 화학조미료 없이 통배추와 좋은 소금과 물만 갖고 3~4일 실온에서 숙성시켜 냉장고에서 하룻밤 더 재운뒤 손님 상에 낸다. 여느 집에선 단맛을 삼성당 같은 것으로 내는데 여긴 배와 양파만으로 빚어낸다.

겉절이 소스는 고춧가루와 소금, 간장, 설탕 등을 넣고 풀어질 때까지 2일 정도 숙성시킨다. 그래야 고춧가루의 텁텁한 맛이 제거된다.

우거지된장찌개도 강추. 강된장과 공장된장을 섞은 일반 식당의 된장찌개와는 격이 전혀 다르다. 어르신 단골한테 인기짱이다. 만드는 과정이 장인스럽다. 남은 갈비에서 나온 뼈에 박힌 핏물을 짠물과 끓는 물에 넣어 하루 정도 뺀다. 재차 물을 부어 다시 하루 정도 곤다. 그 육수에 다듬은 시래기와 생된장을 풀고 약간의 고춧가루와 마늘 등 갖은 양념을 한 뒤 5시간 이상 더 끓이면 육수와 우거지가 환상궁합. 조미료는 한 톨도 안 들어간다. 찜갈비 소스도 고민의 산물. 간장과 청주 등 9가지 재료를 넣고 잘 섞은 뒤 식탁에 나가기 하루 전 일정량 혼합 재료에 고춧가루를 풀어서 다시 숙성시켜 사용한다.

날로 소를 닮아가는 ‘두 남자의 한우 이야기’가 부디 대를 이어가길…. 수성구 상동 47-4, (053)762-9282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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