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란의 메가트렌드 읽기 .8] 수몰되고 있는 지구촌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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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1-17   |  발행일 2014-11-17 제29면   |  수정 2015-07-10
“기후변화 대재앙, 해안 도시 잠길 위기”
20141117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는 기자이며 작가인 존 베리의 책을 인용해 지난 7천년간 이룩한 뉴올리언스의 땅이 85년 만에 거의 다 수몰하고 말았다는 기사를 게재했다. 수몰이 진행중인 뉴올리언스의 모습.

지구온난화 가속화 경고
2030년대 방콕 수몰 예측

해수면 50㎝만 올라가도
韓 인천 등 해안 도시
여의도 면적 11배 잠겨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전국 어민 628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관련 전화 설문을 한 결과 약 85%가 수온변화와 기상이변,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를 체험했다고 답변한 조사결과를 지난 13일 발표했다. 조사에서는 기후변화가 어업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79.9%였고, ‘기후변화가 수산물 생산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답변도 85.5%에 달했다. 이 같은 결과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영향을 사람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상황에 이른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8일에는 이탈리아의 수상도시인 베네치아가 해수면 상승으로 몸살을 앓는 모습이 방송을 타기도 했다. 베네치아의 중심 산마르코 광장은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바닷물이 도시 바닥에서부터 차오르면서 대부분의 지역에 홍수가 발생한 모습이 생생하게 방영되었다. 현재 베네치아는 해수면 상승에 이어 지반침하 현상까지 겹치면서 해를 거듭할수록 바다 밑으로 가라앉고 있다고 한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가 게재한 지난 7천년간 이룩한 뉴올리언스의 땅이 85년 만에 거의 다 수몰하고 말았다는 기사를 보면 한층 더 놀랍다. 미국 뉴올리언스에서는 시간당 미식축구장만한 땅이 바다 속으로 수몰되고 있다는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기자이자 작가인 존 베리의 책을 인용한 것이다. 존 배리는 몇 해 전 미시시피강이 1927년 범람한 상황에 관한 저서인 ‘라이징 타이드(Rising Tide)’를 발간했는데, 지난 20년간 석유가스업계가 뉴올리언스에서 4천700억달러의 자원을 캐낸 것이 강의 범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로 인해 지난해 석유업계를 상대로 한 사상 최대의 기후변화소송이 시작되어 주목을 끌었다.

그런데 유엔을 중심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지구촌의 대응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유엔미래포럼 한국지부 박영숙 대표가 지난 10월말에 발간한 ‘미래는 어떻게 변해가는가’에서는 지구온난화로 2030년대 초 방콕이나 방글라데시의 상당부분이 수몰한다고 예측하였다.

이에 따르면 1961년을 기준으로 해서 60년 후인 2021년에는 지구 평균기온이 1℃ 상승하고 2041년에 2℃, 2054년에 3℃, 2070년에 4℃로 상승한다고 전망한다. 이로 인해 2023년에 보르네오 열대 우림이 소멸하고, 2026년에 몰디브가 수몰된다. 또 슈퍼태풍이 심각해져서 2043년에 휴스턴 뉴올리언스 등 미국의 일부 도시가 폐쇄될 것이며, 2049년에는 더위로 인해 세계 노동력의 20%가 감소한다. 2050년에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 열대 우림의 절반이 소멸하고, 2060년에는 적도지역 수십개 국가들이 끓는 땅을 버리고 북으로, 북으로 이주한다. 2065년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감당할 수 없게 된 보험회사가 파산하거나 국유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2080년에는 기존 동계올림픽 개최지에 더 이상 눈이 내리지 않게 되며, 스페인과 이탈리아 등이 현재의 북아프리카와 비슷한 기후가 된다.

지난해 유엔 산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 IPCC가 내놓은 5차 평가 보고서에서는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가 배출될 경우 21세기 말 지구 해수면은 29~91.4㎝까지 상승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6년 전의 조사결과에 비해 수치가 상향 조정된 것으로, 이 같은 추세로 진행될 경우 뉴욕이나 런던, 상하이, 시드니 등 해안과 인접한 세계 주요 도시가 모두 물에 잠기게 된다. 특히 한국에서는 인천 등 주요 해안 도시들이 위험에 처할 것이다. 해양환경관리공단의 모의실험에 따르면 해수면이 50㎝만 올라가도 한반도에서는 여의도 면적의 11배에 달하는 49㎢가 물에 잠기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라는 대재앙이 지구를 삼킬 수도 있는 상황을 만든 주범은 결국 인간이다. 곧 화석연료를 사용함으로써 이루어진 인간의 문명이 기후온난화-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따라서 결자해지 차원에서도 ‘인류의 행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래학자 나오미 클라인은 자신의 저서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에서 기후위기 대안은 ‘행동하는 지구인’이라며 인류의 행동을 촉구하였다. 그녀는 “인류는 대규모 집회나 운동을 통해 1960년대 인권운동을 성공시켰고, 80년대 인종차별운동을 성공시켰다. 이제 2010년대에는 기후위기운동을 벌여야한다”고 주장한다.

‘에코사이드(ecocide)’라는 용어가 등장했는데 이는 자살(suicide)에서 나온 말로 환경파괴는 인간이 스스로 자살하는 행위가 된다는 의미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 규범을 정하는 등 모든 인류가 협력하고 공감하는 운동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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