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세계 음식을 찾아서(1) 미국(상)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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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4-12-19   |  발행일 2014-12-19 제41면   |  수정 2014-12-19
너무 바빴던 만국박람회(1904년 미국 세인트루이스 박람회) 구내식당 요리사,
빵에 고기 끼운 급조 메뉴(햄버거)로 ‘대박’

에브리싱(Everything) 아니면 낫싱(Nothing). 미국음식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말이다.

미국은 신자유주의의 심장, 패스트푸드의 발상지다. 이 패스트푸드가 오대양 육대주의 입맛을 통일시키고 있다. 맥도날드의 햄버거, KFC의 프라이드치킨, 스타벅스의 커피, 코카콜라,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켈로그의 콘프레이크, 파파이스 스낵, 핫도그, 샌드위치, 뉴욕피자, 바비큐…. 이들 다국적 패스트푸드는 지구촌을 ‘푸드아메리카나(Food Americana)’로 묶었다.


세기의 기호식품 스타벅스커피
소설‘모비딕’의 스타벅서 힌트
‘공짜는 돼도 할인은 노’ 전략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촬영
뉴욕 ‘카츠 델리카트슨’
훈제 쇠고기 넣은 샌드위치 인기
마릴린 먼로·빌 클린턴도 방문


◆ 자본주의의 상징인 햄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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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경제력·이념·종교를 초월해 가장 인기를 끌기 시작한 미국식 햄버거.

햄버거의 뿌리를 몽골 초원으로 보는 학자도 많다. 초원에서 말과 양을 키우며 살던 몽골인들이 주로 먹던 다진 고기가 햄버거 패티(Patty)의 원형이라는 주장이다. 몽골 칭기즈칸의 손자인 쿠빌라이 칸은 말안장에 양고기를 넣고 다니면서 러시아를 점령했다. 이후 헝가리 등 동구권에서 다진 고기에 양파·달걀·소금·후추를 넣어 먹게 됐는데 이것이 ‘타타르 스테이크’. 타타르 스테이크는 14세기에 독일에 전파됐다. 당시 독일 무역의 중심도시였던 함부르크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타타르 스테이크는 함부르크에서 불에 굽는 요리법으로 변신하는데 이에 연유해 함부르크 스테이크(Hamburg steak)란 의미로‘햄버거’라고 불리게 된다. 18세기 초 미국으로 이민온 독일 출신 이민자 등을 통해 이 스테이크가 미국에서 널리 알려진다. 하지만 이때만 해도 햄버거용 빵인 ‘번(Bun)’은 등장하지 않았다.

번(bun)에다가 고기인 패티를 끼운 전형적인 햄버거의 모습이 나타난 것은 1904년 세인트루이스에서 열린 만국박람회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람회장은 수많은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식사시간이 되면 박람회장내 구내식당 앞에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쳤다. 요리사들은 밀려드는 주문으로 눈코뜰 새가 없었다. 그중 한 요리사가 너무 바쁜 나머지 고기를 둥근 빵에 끼운 핫 샌드위치를 팔았다고 한다. 무엇인가 부족한 미완성 요리였다. 그러나 손님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대단했다. 포크나 접시도 필요없고 갓 구운 고기와 맛 좋은 빵을 뜨거울 때 같이 먹을 수 있는 편리함에 폭발적인 인기를 불러온 것이다. 전 세계로 퍼트린 건 1940년 맥도널드 형제. 형제는 48년 현대 패스트푸드 식당의 기본 원리인 ‘스피디 서비스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 경영 방식에 매력을 느낀 레이 크록이 형제에게서 프랜차이즈 권한을 인수했다. 크록은 55년 미국 일리노이주에 첫 맥도날드 프랜차이즈 매장을 열었다. 이후 맥도날드는 전 세계 120개국 3만4천여 매장에 매일 약 6천900만명이 찾는 세계 1위의 식품서비스 기업(2013년 기준)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6·25전쟁 이후 미군이 주둔하면서 알려진 뒤 79년 10월 롯데리아가 국내 최초로 햄버거를 선보였다.

◆ 스타벅스의 초감성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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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속으로 세계의 기호식품으로 등극한 스타벅스 커피.

세계적 브랜드는 역시 스토리텔링마케팅의 귀재다. 스타벅스란 상호는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Moby Dick)’에 나오는 일등 항해사 ‘스타벅(Starbuck)’에서 비롯된다. 스타벅 항해사가 커피를 좋아한다는 데에서 따왔단다. 로고에 등장하는 여인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이렌(Siren)’이라는 바다의 인어. 17세기 판화를 참고로 제작했다.

스타벅스 1호점은 1971년 미국 시애틀에서 발화된다. 영어 교사 제리 볼드윈, 역사 교사 제프 시글, 작가 고든 보커, 삼국지의 유비·장비·관우처럼 도원결의한 셋은 동업을 시작한다. 82년 현재 회장 하워드 슐츠가 스타벅스에 합류한다. 87년 스타벅스 창업자들은 스타벅스 체인을 슐츠에게 판다. 99년 한국으로 들어온 스타벅스는 현재 전세계 4만 매장을 향해 달리고 있는 초특급 커피숍.

가격 전략도 고집스럽다.

스타벅스는 공짜로는 주어도 값을 할인하지는 않는다. 일종의 ‘프리미엄 가격전략’이다. 다른 데는 할인해도 우리는 할인하지 않는다고 해서 단골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다.

사람이 몰리는 중심부에 폭탄(매장)을 터트린다. 타깃 고객이 있다고 판단이 되는 곳에 매장을 집중적으로 설치하는 정책이다. 또한 매장이 랜드마크(위치표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핵심 위치에 자리 잡도록 하여 스타벅스의 상징성을 높인다. 지금도 가장 비싼 땅에는 스타벅스가 입점한다.

이제 많은 이들의 입을 통하여 회자되는 하나의 트렌드이지만 방송이나 신문 등에는 스타벅스의 광고를 하지 않는다.

가장 파워풀한 전략은 감성 마케팅이다. 새로 오픈하는 매장에 첫 번째 방문하는 고객이라도 매장 가득 풍부한 커피향을 느낄 수 있도록 오픈 전날 내내 커피를 끓임으로써 매장 가득 향이 배게 한다. 직원들은 향수를 쓸 수 없다. 매장 내에서는 금연이다. 사이드 메뉴도 과도한 걸 거부한다. 냄새를 최소화할 수 있는 샌드위치 등만 낸다. 음악도 표준화한다. 전 세계 어느 스타벅스를 들어가더라도 비슷한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스타벅스는 이를 위하여 음반사를 하나 인수하여 매장에서 들을 수 있는 음악만을 제작하도록 했다.

통유리로 된 매장은 안과 밖에서 시원하게 들여다보인다. 벽에 걸리는 벽화 하나하나도 본사에서의 전략을 바탕으로 한다.

◆ 뉴욕 카츠 델리의 파스트라미 샌드위치

아직 미국에 못 가본 여행가는 어디부터 가보려고 할까?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일 것이다. 단위 시간당 가장 많은 행인이 이동하는 곳이다. 기자도 2009년 미국의 음식문화를 일별해보기 위해 미국 뉴욕 맨해튼으로 날아가봤다.

뉴욕은 세계의 유명 브랜드는 말할 것도 없이 모든 인종, 모든 디자인이 총망라돼 있다. 물론 최고급의 트렌드를 A부터 Z까지 터치할 수 있다. 그래서 수십년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1년 눈 딱 감고 뉴요커가 돼 보는 게 세상이 뭔가를 가장 빨리 알 수 있는 첩경이라고 믿는 이도 있다.

뉴욕은 영화 촬영의 도시이기도 하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러브스토리, 여인의 향기, 나 홀로 집에, 대부, 킹콩….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영화가 이 도시에서 탄생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감독이 센트럴파크와 타임스스퀘어에서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가운데 뉴욕의 매력을 가장 아름답게 묘사한 영화를 꼽자면 단연코 89년 상영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이다. 이 영화의 배경은 맨해튼이다. 도심 복판에 자리 잡은 센트럴파크, 세계적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젊은이라면 한 번은 가보고 싶어하는 미들타운, 예술가들에게 인기가 높은 그리니치빌리지, 옛 향기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이스트빌리지까지. 영화 서두에 시카고 대학에서 출발해 밤새 자동차를 타고 달려온 샐리(맥 라이언)와 해리(빌리 크리스털)가 헤어지는 장면을 촬영한 곳은 그리니치빌리지 관문으로 통하는 워싱턴스퀘어파크.

워싱턴 스퀘어파크에서 동남쪽으로 10분 남짓 걸으면 샐리가 음식을 먹다 말고 갑자기 오르가슴을 연기하던 레스토랑을 만날 수 있다. 기자도 거기에 가봤는데 1888년 오픈한 이 업소는 유대인 문화가 남아 있는 샌드위치 전문점 ‘카츠 델리카트슨(Katz’s Delicatessen)’이다. 로어이스트사이드2번가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이 레스토랑도 영화 속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샐리가 앉았던 테이블 위에는 촬영장소임을 알리는 팻말이 놓여 있다. 이 레스토랑은 사실 영화 촬영 이전부터 뉴요커 사이에서 명성이 자자했다. 50여 개 테이블에 250명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레스토랑의 벽면은 마릴린 먼로, 폴 뉴먼, 비틀스,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1천여장에 이르는 유명인사의 방문기념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특히 인기가 좋은 메뉴는 훈제 쇠고기를 속에 넣은 ‘파스트라미(Pastrami) 샌드위치’이다. 홀그레인 머스터드, 크림치즈, 루콜라, 에멘탈치즈, 생햄, 콘드비프, 사우어크라우트, 러시안 드레싱 등을 앞세운 여느 미국 샌드위치와 맛이 다르다. 양이 워낙 많아 동양인은 점심때 한 개 먹으면 저녁까지 포기해야 될 정도다. 현재 한 개 가격은 16달러 남짓.

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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