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세계 음식을 찾아서 (2) 미국(하)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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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02   |  발행일 2015-01-02 제41면   |  수정 2015-01-02
음식이 무슨 죄?…美, 이라크 공습때 유탄맞은‘프렌치 프라이’
20150102

후세인 몰아내기 전쟁에
프랑스가 사사건건 반대
격분한 미국 의회
구내식당 메뉴에 화풀이
프렌치 프라이를
프리덤 프라이로 이름 바꿔
주미 프랑스 대사관은
‘벨기에 음식이다’성명 발표

팝콘 원조는 인디언 추장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건
튀기는 기계
1885년 시카고서 발명 후


NIE. ‘뉴욕은 모든 것이다(Newyork is everything)’의 영문 이니셜.

‘뉴욕에 가면 세상 모든 게 다 있다’는 뜻이다. 800여만명이 모여 사는데 사용 언어만 80여종. 레스토랑은 2만여개가 있다. 미국식 패스트푸드에서 일본의 스시, 태국의 팟타이, 이탈리아 파스타, 베트남 쌀국수, 인디언 원주민 음식은 물론 한국의 김밥·순두부까지 다 깔려있다. 최근에 파리바게트도 맨해튼에 입성했다. 뉴욕에 입성한 음식은 성공한 음식으로 평가받는다. 뉴욕에서 뜨면 다국적 브랜드로 뜰 수 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의 식당이 궁극에는 뉴욕에 지점을 개설하려고 안간힘을 쏟는다.

뉴욕의 허파인 센트럴파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포시즌호텔 팬트하우스는 루브르 박물관을 디자인한 아이 엠 페이가 디자인했는데 하룻밤 숙박료가 무려 3만달러. 맨해튼 54번가 고든 램지의 런던 바의 칵테일 한 잔 가격은 550달러, 15분간 800달러짜리 두피마사지 하우스도 있다. 하지만 길거리에는 이슬람권 등 제3세계 하층민이 몰고 다니는 노란색 할랄 푸드카트도 인기만점. 대다수 케밥식 닭고기 아니면 양고기 덮밥류다. 할랄은 아랍어로 ‘허용된’이란 뜻을 갖고 있다. 이슬람법(샤리아)에 허용된 식품 항목을 뜻하는 말로, 주로 이슬람법상 먹을 수 있는 것을 말한다. 반대로 금지되어 있는 것은 ‘하람(Haram)’. 이슬람법에서는 돼지고기와 동물의 피, 부적절하게 도축된 동물, 알코올성 음료와 취하게 하는 모든 음식, 육식 동물과 맹금류, 그리고 앞에서 언급된 품목이 함유된 모든 가공식품이 금지되어 있다. 부적절하게 도축된 동물이 금지된다는 말은 허용된 동물이라도 ‘자비하’라는 이슬람 도축 방식에 의해 도축한 것만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잠시 맨해튼을 방문한 여행객은 한 끼 정도 반드시 할랄푸드를 먹게 된다. 가격은 평균 6달러. 곳곳에 할랄 카트가 포진하고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미드타운에 있는 힐튼호텔 맞은편 밀로의 비너스상 뒤편에 있는 ‘The halal guys’.

◆ 맨해튼 32번가 한인타운 음식들

한국 음식은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근처에 있는 맨해튼 32번가, 일명 ‘한인타운’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월세가 무려 2만~3만달러선. 강서회관, 뉴욕곰탕, 금강산, 감미옥, 북창동 순두부 등 10여곳이 포진해 있다. 지난해 맨해튼 40번가에 파리바게트가 입성했다.

뉴요커들이 인정하는 가장 한국스러운 한식당은 단연 맨해튼 소호에 있는 ‘우래옥(又來屋)’이다. 말이 한식당이지 운영 시스템은 완전 미국식이다. 한식 현지화에 완전 성공한 형태다. 총주방장도 한국인이 아니다. 종업원도 거의 외국인이다. 뉴요커의 주머니를 노리기 위해 모델 뺨치는 종업원을 전진 배치했다. 웨이터들은 하나같이 영어에 능통하다. 미국 단골이 메뉴에 대해 궁금해 하면 음식전문가처럼 능수능란하게 설명해준다.

1984년 LA 한인타운에 1호점을 오픈한 데 이어 뉴욕 소호점, LA 베벌리힐스점으로 확장됐다. 서울에 있는 우래옥과는 운영 시스템이 완전 다르다. 한상차림의 한정식을 풀코스식으로 바꾸었다. 통유리창 벽체 인테리어라인 만 봐선 여기가 한식당인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한식바 같다. LA 1호점은 한국인이 70%를 차지하지만 여기는 80% 이상이 미국인이다.

성공전략 중 하나는 전통과 현대를 결합시킨 인테리어와 최고급 서비스, 그리고 자기 젓가락을 양주처럼 키핑해주는 우래옥만의 서비스도 특출했다. 영화배우 니콜라스 케이지의 이름이 적힌 젓가락도 볼 수 있다.

뉴욕에서 가장 알아주는 한국 셰프로는 한식 최초 미슐랭 스타 오너 셰프가 된 후니 킴(본명 김훈이)이 있다. 그는 의사의 길을 접고 뉴욕으로 건너가 현재 ‘단지’와 ‘한잔’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퓨전 한식의 신지평을 연 건 데이비드 장(장석호)으로 ‘모모푸쿠’ 시리즈 레스토랑으로 세몰이 중이다. 한식을 베이스로 거기에 일식과 중식의 라인을 씌웠다. ‘분자요리’ 같은 프랑스풍의 한식으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돌풍을 일으킨 정식당의 임정식 셰프가 뉴욕에 ‘정식(Junsik)’이란 맨해튼 직영점을 내 호평을 받고 있다.

◆ 프렌치프라이 & 팝콘의 유래

프렌치프라이는 미국인에겐 절대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이 음식은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습할 때 엉뚱하게 유탄을 맞게 된다. 이 음식과 관련해 미국과 프랑스 사이엔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이 쌓여 있다. 미국 하원은 평소 프랑스 정부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프랑스가 후세인을 몰아내기 위한 전쟁에 사사건건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 결국 의회는 구내식당에서 프렌치 대신에 자유를 뜻하는 프리덤을 써서 프리덤프라이(Freedom fries)로 메뉴를 바꿔버렸다. 패스트푸드의 기본 메뉴인 프렌치프라이가 화풀이 대상이 된 것이다. 주미 프랑스 대사관에서는 ‘프렌치프라이는 벨기에 음식’이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식품사학자는 프렌치프라이 원조가 프랑스가 아니고 감자가 유럽의 경우 스페인에 가장 먼저 보급됐고 나중에 거리에서 프렌치프라이를 가장 먼저 팔기 시작한 나라는 벨기에란 설에 무게를 싣는다.

콜라 옆에 바늘 옆 실처럼 따라다니는 건 ‘팝콘’.

인디언이 팝콘의 원조로 불린다. 미국 5대호를 처음 탐험했던 프랑스 탐험가가 그 지역 인디언이 달궈진 모래를 이용해 옥수수를 튀겨 팝콘을 만들어 먹는 것을 목격했다는 기록이 나온다. 유럽인이 팝콘을 처음 본 것은 1621년 10월15일 첫 추수감사절에 이웃 인디언들이 팝콘을 가져왔을 때이다. 인디언 원주민이었던 마사소이드족의 추장인 콰테쿠이나가 튀긴 옥수수였다.

팝콘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885년 시카고에 사는 찰스 크레테라는 사람이 처음으로 팝콘 튀기는 기계를 발명하면서부터다. 팝콘용 옥수수는 주로 미국 중서부 지방에서 재배됐다. 1890년부터 팝콘이 유명해지기 시작해 옥수수 농사를 짓던 농부가 큰돈을 번다. 그래서 한때 미국에서는 팝콘을 ‘초원의 황금(Prairie gold)’으로 불렀다. 팝콘 세계화에 일조한 회사는 1914년 설립된 아메리칸 팝콘회사. 이 회사는 깡통에 담아 팔기 시작했는데 당시 광고 문구는 ‘잘 터진다(Guaranteed to pop)’였다. 팝콘은 지금까지 극장가를 주름잡고 있다.
글=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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