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커피로 철학하다

  •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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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1-31   |  발행일 2015-01-31 제17면   |  수정 201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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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난다의 2007년 작품. 무한질주의 시간 속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들뢰즈의 ‘차이’를 표상한 것이다. 이것도 되고, 저것도 되는 이중 존재의 모호성, 그래서 발생하는 차이, 그로 인한 ‘생성과 소멸’, 끝없는 운동에 대해 담은 감각적 이미지화다.

철학적 사색, 인문학적 사유에 대한 요구가 갈수록 높아지는 가운데 일상의 작은 단면을 철학과 연관지어 바라본 책이 나란히 발간됐다. 프로 사진가의 작품을 철학의 주요 개념을 빌려 비평하고 사유한 ‘사진 인문학’과 커피 전문가 21인이 커피와 철학을 논한 ‘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이 그것이다. 묵직하고 깊이 있는 철학서적에는 못 미치지만, 철학이 일상에 뿌리내리고, 대중 속에 자리 잡도록 하는 안내서로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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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스콧F. 파커 외 지음/ 김병순 옮김/ 따비/480쪽/ 2만2천원

커피전문가 21人의 커피와 철학

◇…프랑스의 역사가 미슐레는 대표적인 커피예찬론자였다. 그는 커피에 대해 ‘시대의 흐름을 바꾼 상서로운 혁명이며, 새로운 관습을 창조하고 더 나아가 인간의 기질을 바꾼 위대한 사건’으로까지 표현했다. 커피의 등장으로 인류의 삶이 통째로 바뀌었으며, 그 변화는 꾸준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에 커피의 등장은 여타 다른 음료처럼 그리 간단한 것만은 아니었다.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의 작용으로 두뇌의 사고능력이 좀 더 날카로워지고, 미처 생각지 못했던 상세한 부분에까지 주의력이 미치게 되며, 기억력이 다소 좋아지는 등 우리의 정신활동이 더욱 강화된다.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면 커피가 지닌 놀라운 기능과 치유력을 찬미하는 이도 있었지만, 정신을 훼손하고 질병을 불러일으키는 해로운 음료라며 멀리할 것을 주장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 책은 형이상학, 문화, 미학, 윤리학 등 네 가지 철학영역을 구분짓고 커피를 사랑하는 철학자는 물론 커피 전문가, 저널리스트, 역사가 등 각계의 전문가 21명이 커피에 대한 크고 작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지극히 개인적인 철학적 문제에서부터 공동체와 같은 사회적 주제, 나아가 지구적 차원의 논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커피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풀어나갔다.

다양한 저자가 풀어놓은 커피와 철학의 상관관계는 사뭇 흥미롭다. 예를 들면 인류가 커피를 마시면서 자연스럽게 정착된 커피하우스가 공동체를 만들고 토론을 촉진하고 사람들을 공론장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프랑스 혁명을 잉태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 극도로 압축적인 맛과 향을 가진 에스프레소 한 잔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미학적 접근을 시도한 것 등도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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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문학//이광수 지음/ 알렙/372쪽/ 1만8천원

사진 작품 보며 철학적 사유하기

◇…기원전 5세기, 소크라테스는 아테네의 시민광장인 아고라에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철학적 유희를 즐겼다. 하지만 오늘날 철학은 더 이상 대중과 함께하지 않는 듯하다. 지난 수세기에 걸쳐 본질적이고 학문적인 철학은 대중에서 점점 멀어지고, 상아탑 속으로 깊숙이 틀어박히면서 전문 철학자만의 영역으로 입지가 축소되고 말았다.

이런 현실에 위기감을 느낀 일부 철학자들은 철학을 다시 세상 속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을 통해 철학의 주요 개념을 살펴보는 것은 예술과 철학이 맺어온 전통적인 결합 방식의 하나다. 역사학자이면서 뒤늦게 사진의 매력에 푹 빠진 저자는 이와 같은 철학적 사유하기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으로 철학하기’라는 주제를 가진 이 책은 철학이 낳은, 혹은 철학을 성립하게 한 사진 작가의 작품을 되짚어 보고 있다. 저자는 사진이 재현하고 전유하는 사물의 존재를 통해서 사진가들은 어떤 생각을 담고자 했는지를 탐구했다. 또한 우리 시대 사진가의 작품세계와 작가의식을 날것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독일 철학자 발터 벤야민의 ‘아우라’라는 개념을 들고, 이것이 외젠 앗제의 사진 작품 속에서 어떻게 지워졌는가 그리고 한국의 작가 민병헌, 화덕헌의 세계에서 벤야민 사진 미학의 중심 개념인 아우라로부터 탈피 즉 대상으로부터 거리두기는 어떻게 구현되는가 등을 탐색했다. 이러한 방식으로 저자는 벤야민, 바르트, 하이데거, 칸트, 들뢰즈, 푸코 등 주요 철학자와 구하, 사이드, 엘리아데, 레비스트로스 등의 문학과 역사, 종교, 문화인류학을 넘나들며 철학적 사유하기를 시도한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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