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흘러가는 음악, 머무는 순간들](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5/news-p.v1.20250506.9c018a82b0e44a8fb252ba105c215d68_P1.jpg)
박시연 박시연트리오 리더
우리는 음악을 싣고 떠났다. 누군가는 여행가방을 들고 길을 떠나지만, 우리는 악기 가방을 메고 떠났다. 2024년 여름, 박시연트리오의 월드투어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 출발점은 2023년 11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대구 국제포럼에서의 초청 공연이었다. 이후 2024년 4월30일 '세계 재즈의 날'을 기념해, 박시연트리오 2집 수록곡 '새야'가 전 세계 음악창의도시들이 함께 만드는 릴레이 영상의 메인 테마로 채택되었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주제로 '새야'를 연주하며 영상을 촬영했고, 이 프로젝트는 세계 9개 도시의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하나의 릴레이 영상으로 완성되었다. 이 작업을 계기로 각국에서 박시연트리오에 초청이 이어졌고, 우리는 악기와 마음을 챙겨 세계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새야'는 한국의 전래동요 '새야새야 파랑새야'에서 영감을 받아, 억압과 고통을 이겨내고 자유와 희망을 향해 날아가는 새를 재즈의 즉흥성과 함께 음악으로 표현한 곡이다. 그 시절 고통 속에서 아이들의 입으로 불리던 노랫말에 날개가 돋아 해방과 자유가 파랑새의 행운이 되어 날아오듯, 우리의 음악 또한 흘러흘러 아픈 이들에게 위로가 되고 아픈 환경에 다시금 맑은 기운을 불어넣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다. 전통과 현대의 음악이 어우러진 이 곡은, 두 세계를 넘나드는 작은 음악적 여행이기도 하다.
2024년 6월6일 우리는 독일 만하임에서 첫 공연을 시작으로, 폴란드 카토비체, 비드고슈치 단독공연, 독일 하노버 음악축제, 이탈리아 페사로까지 유럽을 돌며 연주를 이어갔다. 이어 캐나다 런던에서는 라이브 영상 촬영과 선페스트(SunFest) 공연, 마지막으로 체코 브루노의 뮤직 마라톤 페스티벌에 이르기까지 5개국 10개 도시에서 우리의 음악은 흘러나왔다.
투어의 시작은 불확실했지만, 우리는 '음악은 길을 만든다'는 믿음 하나로 떠났다. 낯선 무대와 예상치 못한 변수들 속에서도 음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었고, 우리는 그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여행의 피로, 우천 취소 같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오히려 그것들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팀워크는 단지 연주 합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겪은 모든 여정에서 피어난 신뢰의 음악이었다.
이 연재는 그 여정의 기록이다. 음악을 통해 만난 도시, 사람, 그리고 기억의 조각들을 매주 한 편씩 꺼내어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과연 그 도시는 우리에게 어떤 시작을 안겨주었을까? 그리고 그 무대 위 첫 리듬은 어떤 공기를 품고 있었을까? 이 음악의 여정을, 함께 걸어주길 바란다.
박시연 <박시연트리오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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