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신개념 김밥 카페 대구 들안길‘M℃’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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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06   |  발행일 2015-02-06 제41면   |  수정 2015-02-06
레스토랑? 카페? 커피숍?…“모두 합친 것 같은 프리미엄 다이닝 김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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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실내인테리어는 근본적으로 패스트푸드에서 친환경 슬로푸드의 신지평을 열기 위해 풍부한 채광, 넓은 조망, 심플한 디자인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담양 대나무를 갖고 창가 자리 한쪽에 아치형 후드를 달아 대숲의 기분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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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 대표 메뉴는 담김쌈과 김쌈. 꼭 정통 일본 도시락을 연상시킬 정도로 젠스타일이 인상적이다. 치자와 흑미, 버섯으로 만든 삼색밥 때문에 사각형 김밥이 오방색 조각보처럼 귀태가 난다. 가마솥에서 지은 밥과 육수, 전국을 뒤져 찾은 충남 서천김, 심지어 묵은지까지 직접 강원도 횡성에서 장인이 관리하는 것만 사용한다. 검정콩 두유와 수란을 디저트로 내는 것도 강점.


엄마의 맘은 도대체 몇 ℃일까? 그랜드 오픈을 앞두고 있는 <주>교촌F&B의 신개념 프리미엄 담김쌈 다이닝 카페, ‘M℃’(‘어머니의 온도’란 뜻)를 찾아가면서 잠시 그런 생각을 해봤다. 이 카페는 교촌이 웰빙슬로푸드분식카페의 첫 단추로 내밀었다. ‘브런치 한식카페’ 같다. 3대가 같이 식사할 수 있다. 어떤 식당이고 어떤 메뉴를 팔고 어떤 장점이 있는지 일목요연하게 적어놓은 브로슈어와 전단이 일단 ‘누비옷’처럼 정성스럽고 꼼꼼했다. 교촌은 1년 전부터 가장 대중적인 슬로푸드가 뭘까 고민했다. 김밥이었다. 기존 분식시장은 대다수 저가 시장으로 형성돼 있었다. 재료도 저렴했다. 자신감이 생겨났다. 권원강 회장 직속 싱크탱크팀이 구성된다. 전국 맛집은 물론 해외 음식점 등도 갔다. ‘많이 파는 것보다 품질을 유지하면서 정성스럽게 팔자’고 강조했다.


M℃ 실내인테리어는 근본적으로 패스트푸드에서 친환경 슬로푸드의 신지평을 열기 위해 풍부한 채광, 넓은 조망, 심플한 디자인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담양 대나무를 갖고 창가 자리 한쪽에 아치형 후드를 달아 대숲의 기분을 느끼게 했다.


가마솥·장작불로 밥짓고 국끓여
쇠고기 대신 닭살 다양하게 사용
한끼 식사 같은 부티크 김밥 지향
12피스 담김쌈 한 줄에 8천800원
차를 탄 채 테이크아웃도 가능
집밥 같은 버전 원하면 김쌈 제격


대구에 1호점을 낸 이유는 뭔가.

대구 외식산업 인프라는 상당하다. M℃가 보수 도시 대구에서 성공한다면 전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갈 수 있다’고 믿고 들안길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경기도 오산시 원동에 본사가 있는 교촌F&B. 1991년 대한민국 프라이드 치킨의 대명사가 된다. 현재 국내에는 950여 개의 체인점이 있고 미국 뉴욕 맨해튼, 중국 상하이,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진출해 있다.

그런 교촌이 온갖 식당이 즐비한 들안길 심장부 들안길삼거리 모퉁이에 빌딩 버전의 ‘명품 신개념 김밥카페’를 세운다. M℃ 때문에 현재 들안길삼거리 상권이 더욱 긴박하게 돌아간다.

기자는 솔직히 그동안 프랜차이즈 음식에 그렇게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았다. 유행을 좇기 때문에 한 흐름이 지나고 나면 다들 바캉스 반짝 점포처럼 종적을 감춰 버리는 게 아쉬웠다. 그런데 갈수록 차세대 프랜차이즈 푸드의 내공이 만만치 않게 익고 있다. 맛·멋·서비스까지 탄탄해지고 있다.

일단 발레파킹과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차를 탄 채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앞세운 여유로운 주차시스템이 믿음직했다. 차를 타고 가는 중간에 오픈 키친도 볼 수 있다. 채광이 푸짐한 실내 인테리어도 심플하며 감각적이다. 레스토랑·카페·커피숍을 합친 스타일 같다.

홀 한쪽에 전남 담양 대나무로 아치를 설치했다. 내추럴하고 아늑한 기분이다. 공간의 입체미를 위해 12m 천장고의 지붕창도 냈다. 하절기엔 옥상에 치맥 비어가든도 오픈할 계획이다.

한 손님이 인근 골목에 차를 세워놓고 왔다고 걱정했는데 알아서 주차하겠다고 한다. 다른 식당에서도 이 집 친절함에 대해 긴장해야 될 것 같다.

◆ 김밥과 쌈을 절충한 담김쌈

두 가지에 놀란다.

12피스 담김쌈 한 줄에 8천800원이라는 것과 1층 주방에 있는 장작 가마솥이다. 8천원대 프리미엄 김밥을 내민 이유는 뭘까.

담김쌈은 지역 최초로 ‘한 끼 식사 같은 부티크 김밥’을 지향한다. 식재료의 출처를 하나둘 체크하면서 그 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

일단 콘셉트는 ‘집밥’. 주방에 들어가 봤다. 경기도 안성의 한 명인이 만든 가마솥이 놓여 있다. 가마솥은 엄마표 식재료를 관리하기 위해서 동원했다. 가마솥 담당 김선근씨. R&D센터 직원이다. 가스 대신 장작을 사용한다. 좋은 밥과 좋은 육수 때문이다. 매일 밥을 두세 번 짓는다. 밥맛이 매우 중요하다 싶어 김천 고시히카리라는 쌀을 사용한다. 가마솥버섯밥에는 팽이·표고·새송이·느타리·목이 등이 섞인다.

기존 김밥과 어떻게 차별화했을까.

메뉴라인 완성 발표회 3개월 전 교촌 본사 R&D센터 내에서 자체 품평회를 가졌다. 일반인 몇 명을 초청해서 맛에 대한 연령대별 반응테스트를 거쳐 시장성을 점검했다. 시장 조사 때 프리미엄 김밥도 다 체크했다. 기본적으로 불특정 다수의 재료를 너무 많이 넣다 보니 이 맛도 저 맛도 아닌 경우가 많았다. 다른 데서는 대발을 말아서 둥글게 하는데, 여기선 12피스를 만들 수 있는 편백나무 사각틀에 재료를 쌓아 네모난 김밥을 만들었다.

밥이 삼색밥(치자·흑미·버섯밥)이다. 그걸 3층으로 쌓고 그 사이에 제철 채소, 당근, 노각장아찌, 계란 지단 등을 얹는다.

다음은 좋은 김 구하기. 전국의 유명 김을 테스트한 후 충남 서천김을 선택했다.

김밥은 사각형. 그래서 노랑·빨강·하양 삼색밥의 단면은 꼭 조그마한 오방색 조각보 무늬를 연상시킨다. 담김쌈은 숯불불닭, 닭갈비, 웰빙채소 등 크게 3종류.

담김쌈보다 더 집밥 같은 버전을 원하면 숯불 바비큐 닭살과 가마솥버섯밥, 노각장아찌, 생김 등이 한 상에 나오는 ‘김쌈’을 먹으면 된다. 예전에 밥맛 없을 때 날장에 찍은 생김에 밥 싸 먹던 추억을 활용한 것이다.

일반 김밥에는 볶은 쇠고기가 들어가는데 여긴 닭살이 다양한 방식으로 들어간다.

국물도 다시육수가 아니다. 실제 닭고기 등을 통째로 넣어 가마솥에서 우려 낸다.

김치도 공장표가 아니다. 강원도 횡성에 김치 숙성고를 만들어 장인이 별도로 관리한다. 그곳의 1년 지난 묵은지로 닭가슴살 묵은지 김쌈도 낸다. 순전히 경상도 입맛을 겨냥한 전략이다. 담김쌈에는 닭국물이 기본적으로 나온다. 혼다시(가다랭이를 기본으로 한 일본식 조미료) 육수에 비해 훨씬 보디감이 있다.

시식을 해봤다. 묵직한 품격이 느껴졌다. 반면 밥의 식감이 좀 고들고들한 듯했다. 사람마다 호불호가 갈릴 것이지만 아무튼 매일 적정의 밥의 점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가 관건이겠다.

◆ 직구 마케팅

여긴 파워블로거의 포스팅을 그다지 믿지 않는다. 쿠폰 할인 정책도 멀리한다. 오직 맛과 실력으로 승부를 걸겠단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6천원짜리 웰빙 채소 담김쌈으로 무학로 출퇴근 단골부터 잡겠단다.

1층에서 만든 검은콩국물을 좀 달콤하게 해서 디저트로 낸다. 궁중 디저트의 하나인 ‘수란’까지 낸다. 이러니 8천800원을 안 받고 어쩌겠나. 여기 샐러드 드레싱에는 특이하게 콩국물을 사용한다. 여름철에는 콩국수도 팔 계획이다. 위생장갑까지 물티슈와 함께 넣어주는 센스도 밑줄감이다.

테이크아웃을 하면 반찬과 육수가 빠지는 대신 1천500원이 할인된다. 생일용 담김쌈도 있다. 하루 전 예약하면 담김쌈 케이크도 살 수 있다. 소풍 도시락도 배달 및 예약 가능. 술과 커피도 판다. 영업시간은 오전 7시부터 밤 11시30분까지. 그랜드 오픈은 오는 25일. 수성구 무학로 77 (053)568-1300

글=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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