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세계 음식을 찾아서 (4)이탈리아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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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2-27   |  발행일 2015-02-27 제41면   |  수정 2015-02-27
파스타, 밀가루를 물과 반죽한 음식의 총칭…모양·재료에 따라 수백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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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모양의 라비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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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음식점의 변형 파스타

이탈리아는 프랑스와 함께 패션의 양대 메카. 양식에 있어서도 두 나라가 자웅을 다툰다. 식재료의 자유로움이 이탈리아만큼 특출한 곳도 드물다. 프랑스는 화려함과 디테일의 극치를 보인다. 그래서 디저트용 각종 제과제빵이 현란할 정도로 많이 개발돼 있다. 흥미롭게도 세계 최고의 요리로 알려진 프랑스 요리도 실은 이탈리아 음식 문화의 영향으로 태어난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의 카타리나 공주가 프랑스에 시집가면서 데려간 요리사들이 프랑스에 다양한 요리를 전파시킨다. 1861년 통일을 이룬 이탈리아 음식은 남부와 북부가 크게 차이가 난다. 각각의 요리 특색을 보자면 나폴리, 시칠리아 섬 등의 남부는 해안가라서 해산물 요리가 발달했으며, 맵고 짠 강한 맛이 특징이다. 또한 토마토를 많이 사용해서 토마토 소스를 쓰는 피자와 파스타가 발달했다. 반면에 베네치아, 볼로냐, 밀라노, 제노바 등 북부 지방은 알프스 산맥에 접하고 있어서 육류와 치즈를 이용한 요리가 많고 남부보다 리조토와 같은 쌀 요리를 많이 먹는다.

마르코폴로가 중국에서 가져갔다는 說
단면 동그란 국수모양인 것이 스파게티
현대 피자 중세 초기 나폴리 파이가 기원
19세기 후반 이민자에 의해 미국 건너가

◆ 타 민족 음식에 문 잘 안 연다

이탈리아는 알려지다시피 외국 음식을 거의 안 먹는 나라다.

세계 미식의 최고봉 프랑스에도 이탈리아 식당이 있지만 이탈리아에선 프랑스 식당을 보기 참 힘들다. 예전 오드리 헵번 주연 영화 ‘로마의 휴일’ 촬영 장소였던 로마의 스페인광장 계단 옆에 맥도날드가 생길 움직임이 보이자 지식인, 언론인, 사회운동가 등이 모여서 개업저지 데모를 하기도 했다. 그 데모가 나중에 ‘슬로푸드 운동’의 모태가 돼 한국에 지부를 둘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그간 이탈리아에서는 중국 음식 정도가 이국 음식의 대부분이었다. 맥도날드가 있긴 하지만 대개는 여행자용 식당이고, 그것도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적다.

이탈리아인은 하루 무려 5끼를 먹는다. 맨 먼저 먹는 음식이 ‘콜라지오네’, 이때는 에스프레소 한잔에 비스킷 정도로 해결하고 오전 11시에는 ‘스푼티노’란 간식을 먹고, 점심(프란조), 오후 5시에 간식인 ‘메란다’, 저녁(체나)을 먹는다. 길게 먹을 경우 무려 3시간 동안 즐긴다. 특히 로마제국 시절 로마인은 먹기 위해 태어났을 정도로 먹는 데 목숨을 걸었다. 그걸 본 사상가인 세네카가 이렇게 비난을 한다. ‘로마인은 먹기 위해 토하고 토하기 위해 먹는다.’

◆ 이탈리아 정찬 코스와 파스타

맨 처음 피자 반죽에 올리브유를 바르고 채소를 넣어 구운 빵인 ‘포카치아’, 썬 바게트 위에 치즈와 과일을 얹어 놓은 ‘부르스케타’, 스파클링 와인인 ‘스푸만테’ 등을 먹는다. 이건 본 요리 이전에 먹는 입맛 돋우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 다음은 안티파스토 - 프리모 피아토(첫째 접시) - 세콘도 피아토, 인살라타(샐러드), 마지막 디저트는 ‘돌체’라고 해서 달콤한 티라미수, 달콤한 치즈, 페이스트리, 타르트, 쿠키, 아이스크림 등이 나온다. 안티파스토는 카파치오(날고기나 생선을 회를 뜬 것처럼 얇게 썬 후 겨자와 마요네즈를 얹은 요리)처럼 해물이나 채소로 복잡한 조리과정 없이 간단히 만드는 애피타이저다. 프리모 피아토로는 파스타나 피자를 먹는다. 그리고 본 식사인 세콘도 피아토(둘째 접시)에서는 고기나 해물 요리를 먹는다. 아침에 많이 마시는 커피는 우유를 섞은 카페오레의 이탈리아 버전인 라테와 진한 에스프레소가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커피라고 하면 에스프레소를 가리킨다.

파스타는 ‘인파스타래리’라는 이탈리아말에서 온 것으로 ‘밀가루를 물과 반죽한 것의 총칭’이다. 나비와 바퀴, 알파벳 등의 모양과 당근, 오징어먹물, 시금치 등 재료에 따라 수백여 가지가 있다. 그중 하나인 단면이 동그란 국수모양의 면을 스파게티라고 한다. 파스타는 애피타이저와 메인 사이에 먹는다.

파스타 유래에 대한 설은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중국 기원설’이다.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서 먹던 국수를 1298년 베네치아로 돌아오면서 가져왔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마카로니가 오늘날의 파스타처럼 밀가루 음식을 총칭하는 말로 쓰였다. 18세기 이전까지는 베르미첼리가 마카로니와 함께 파스타의 총칭이었다. ‘작은 벌레’를 뜻하는 베르미첼리는 오늘날 실처럼 가는 파스타를 말하기도 한다.

파스타는 생파스타와 마른 파스타로 양분된다. 건조 파스타는 두럼이란 밀을 빻아 만든 ‘세몰리나’가 주재료다.

파스타는 물 대신 달걀로 반죽해 아주 쫄깃하다. 사용하는 면과 소스에 따라 무척 다양한 조합이 가능한데 잘 알려진 것으로는 크림소스인 카르보나라, 볼로냐 지방에서 유래한 토마토 미트 소스의 볼로냐, 이탈리아어로 ‘조개’라는 뜻의 봉골레 등이 있다. 이외에 가운데에 소를 넣고 싸서 만드는 만두와 비슷한 라비올리, 감자와 밀가루 반죽으로 수제비처럼 생긴 뇨키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하다. 이탈리아에는 파스타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따로 있어서 1년에 한번씩 모여서 발표회를 갖기도 한다.

◆ 미국 등과 비교되는 본토 피자 이야기

피자 만드는 사람은 ‘피자이올로’라고 한다. 피자도 여러 스타일이 있다. 보통 나폴리 스타일과 로마 스타일로 나뉜다. 로마 스타일은 얇고 바삭하고 나폴리 스타일은 빵이 도톰하고 부드러운 게 특징.

오리지널 이탈리아 피자는 크기가 미국식에 비해 좀 작은 경향이 있다. 미국에서 피자는 여럿이 나누어 먹는 음식이란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크기가 상당히 커진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간편하게 한 끼를 때우는 음식이라 한두 사람이 먹을 만큼만 만든다. 물론 이탈리아에도 큰 피자가 있는데 둥글넓적하게 만드는 미국식이 아니라 사각형으로 넓적하게 한 판씩 만들어 케이크 조각처럼 잘라 판다. 이 방식의 피자는 로마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현대판 화덕 피자 가게는 언제쯤 등장할까. 현대의 피자는 중세 초기 이탈리아의 나폴리 파이가 기원으로, 나폴리인은 오늘날 피자 하면 떠오르는 토마토 토핑을 최초로 고안해냈다. 피자는 반죽을 치대고 빚는 기술이 까다로울 뿐만 아니라, 제대로 구우려면 나무를 때는 화덕이 필요하므로 집에서 만들기보다 주로 사서 먹는 요리였다. 피체리아(pizzeria)라고 불리는 화덕을 갖춘 최초의 피자 전문점은 1830년 나폴리에 문을 연 ‘포르트 알바’로 2014년 현재에도 성업 중이다.

1889년에는 피자 도(dough)와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가 어우러진 피자가 탄생한다. 그해 6월 나폴리의 유명한 피자 가게 주인 에스 포지토가 마르게리타 왕비를 위해 만든 마르게리타 피자가 그것이다. 그는 전통적으로 피자 토핑으로 사용했던 토마토와 바질에 모차렐라 치즈를 추가했는데, 이 세 가지 토핑은 이탈리아 국기의 삼색을 상징하기도 한다. 당시 이탈리아에선 통일이 이뤄질 분위기가 고조되던 터라 이런 애국적 면모는 왕과 왕비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9세기 후반 이탈리아의 빈곤이 격화되며 많은 이가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미국에서도 피자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1905년 조반니 롬바르디가 뉴욕에 처음으로 피자점 ‘롬바르디스’를 연다. 1920년대부터 다수의 이탈리아 이민자가 미국 북부를 중심으로 피자 가게를 개점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다른 외식업에 비해 피자 전문점의 창업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았기에 다른 나라 이민자도 피자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인도·아랍·그리스·남미 등의 음식 문화와 접목된 피자가 탄생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50~60년대 피자 체인점이 본격적으로 생겨났고, 이들은 피자의 인기와 자본에 힘입어 세계시장에 진출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피자가게는 1972년에 등장한다.

베수비오 화산 남쪽에서 나오는 산 마르자노 토마토와 캄파냐와 라치오에서 자라는 버 펄로 소의 젖으로 만든 모차렐라 치즈, 또는 피오르 디 라테 치즈, 천일염,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만 사용해야 한다. 피자의 원재료인 도의 경우 도구를 사용하지 말고 반드시 손으로 사용해 둥글게 만들어야 한다. 밀대 등 도구를 사용해서도 안 된다. 오븐은 벽돌 오븐으로 바닥이 485℃, 내부는 430℃ 이상이어야 한다. 피자를 오븐에서 굽는 시간은 80~90초를 넘기면 안 된다. 땔감은 반드시 장작을 사용해야 한다. 완성된 피자의 경우 두께는 중앙이 0.3㎝, ‘크러스트’라 불리는 테두리는 1~2㎝, 쉬 늘어나면 접을 수 있어야 한다. 즉시 먹어야 하고 냉동했다가 나중에 팔면 절대 안 된다. 글=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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