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성주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전업작가로 활동중인 박방희 시인이 신작 시집 ‘정신이 밝다’(학이사)를 펴냈다. 올해로 등단 35년을 넘어선 시인은 활동초기에 서정시를 발표했으며, 이후 방향을 틀어 동시와 시조작가 등으로 주로 활동해 왔다.
이번에 발표된 시집은 초기에 보여준 서정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는 1987년에 첫 시집을, 90년에 두 번째 서정시집을 발표한 경력이 있다.
특히 이번 시집은 절제된 문장과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곳곳에서 두드러진다. 일상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을 시인의 예리한 촉수로 견지하고, 상상력이 묻어나는 언어로 표현해냈다. 단 한 문장으로 한편의 시를 구성했는가 하면, 위트 있는 언어의 묘미를 전해줌으로써 감칠맛을 살렸다.
‘사람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절이다/ 나서, 늙고, 병들고, 죽는/ 생 로 병 사, 라는 절’(‘절’ 전문), ‘구멍 맞춰/ 활활 타버린/ 연탄 두 덩이가/ 백년해로 한/ 부부처럼/ 안 떨어진다.’(‘연탄재’ 전문), ‘일반인들은 욕을 하지만 학자들은 욕설을 한다/ 욕은 욕이지만 욕설은 설이기 때문이다’(‘욕설’ 전문)
이뿐만이 아니다. 인생을 관조하고, 위무하는 시편도 눈에 띈다. 시집의 표제시인 ‘정신이 밝다’에서 ‘꽃 중에도 오동 꽃이 제일이라는 어머니./ 오늘은/ 정신이/ 대낮같이/ 밝다/ 따스한 봄날, 이승의 한때’로 봄날의 한정없는 시간을 표현하기도 했다.
박 시인은 “이번 시집에는 유난히 짧고 간명한 시가 많다. 시집을 준비하면서 한 마디의 말, 한 문장의 말로 사물의 핵심을 찔러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검이 아니라 비수 같은 단검으로 승부를 보는 시, 그저 전광석화 같이 의표를 찌르는 언술로 진검승부를 하는 시, 단말마 같은 서슬 푸른 시에 전율하게 된다”며 “무엇보다 빠르게 돌아가는 현대라는 시대가 그런 속성을 요구하지 않는가. 따라서 이 시집에 실린 시는 이러한 나의 기호와 취향에 부합하는 시들”이라고 밝혔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