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세계 음식을 찾아서 (10) 중국(중)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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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6-05   |  발행일 2015-06-05 제41면   |  수정 2015-06-05
가장 화려한 밥상은 바다제비집수프 등 100가지 훨씬 넘는 요리 ‘만한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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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웅장하고 진귀한 밥상으로 통하는 만한전석. 청나라 때 만주족과 한족의 소통을 위해 정략적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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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한전석의 다양한 메뉴만큼이나 다양한 홍콩의 딤섬. 딤섬 중 하나가 만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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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당 식탁은 빙글빙글 돌아가게 만들었는데, 일명 ‘수잔테이블’이라 한다.


바다제비집 비싼 것은
한 움큼에 100만원선

전분으로 피를 만들고
소를 안에 넣은 ‘딤섬’
마음에 점 찍는다는 뜻

그토록 중식당에 많이 갔지만 우리는 턴테이블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원형 식탁의 이름을 모른다. 국제 외교가에선 ‘수잔 테이블’로 불리고 중국인들은 ‘쭈안판(轉盤)’이라 한다. 여타 국물을 떠먹을 수 있는 자기로 된 짧은 숟가락은 ‘렝게’라 한다. 중식당 별실에도 앉는 서열이 있다. 별실의 경우 안쪽이 상석이고 입구 쪽이 말석이다. 테이블을 돌릴 때는 반드시 시계 방향으로 돌려야 한다. 중앙에 받침접시가 놓이고 렝게는 받침 접시와 젓가락 사이에 놓이게 된다. 식사 중에는 접시 끝에 걸쳐 놓고, 끝나면 젓가락받침에 놓는다. 중식의 첫단추는 절임 채소류의 통칭인 ‘쨔샤이’. 이는 한국 중식당의 단무지·양파와 같다. 혼자 가기보다 6~8명이 함께 가야 제대로 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일제 때만 해도 중국 요리는 ‘청요리(淸料理)’로 불렸다. ‘청나라 요리’란 뜻이다. 그것이 1949년 중국대륙이 마오쩌둥 치하가 된 뒤부터는 ‘중화요리’로 자리잡는다. 예전 화교들은 워낙 가난해 별도로 식당을 차릴 수 없었다. 거의 살림집에서 음식을 팔았다. 중화요리가 한국인들에게 본격적으로 소개된 건 1882년 임오군란 때. 흥선 대원군이 정권을 되찾자 민비가 청나라에 구원을 요청했고 이때 4천500여 명의 청나라 군졸들이 인천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온다. 물론 그들 속에 화상들이 섞여 들어와 한국에 눌러앉았다. 1885년만 해도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서울의 상점은 300여 곳. 중국인이 모여 웅성거리는 소리는 한국인에게 ‘쏼라쏼라(算了算了)’로 들렸는데 ‘됐어 됐어’ 정도의 뜻을 갖고 있다. 예전 중국인을 하대할 때 ‘장꼴라·짱깨(掌櫃)’라고 했는데 실제 발음은 ‘장구이’로, ‘금고’를 뜻한다.


◆ 만한전석 속으로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거창하고 진귀했던 밥상은 뭘까? 바로 ‘만한취안시(滿漢全席)’이다.

1754년 청나라 건륭 황제의 제2차 동순을 배경으로 해 196종의 ‘냉열훈소(찬 요리, 뜨거운 요리, 고기 요리, 야채 요리)’ 요리가 등장했다. 만한취안시는 통상 18세기 초 청나라 강희제가 자신의 회갑을 기념해 65세 이상 노인 2천800명을 궁으로 초청한 ‘정치푸드쇼’였다. 이때 만주족의 음식과 한족의 음식을 총망라해 잔칫상에 올렸다. 만은 ‘만주족’, 한은 ‘한족 음식’을 의미한다. 낙타 봉, 곰 발바닥, 원숭이 뇌, 오랑우탄 입술, 코끼리 코, 바다제비수프 등으로 만든 총 180여 가지 산해진미가 사흘 동안 겹치지 않게 제공됐다. 공자의 후손이 만한전석에 사용한 식기를 보전하고 있는데, 은으로 만든 그릇만 404개라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중국에서 클럽의 본산은 권력의 요람 베이징이다. 베이하이(北海) 공원의 ‘팡산판좡(倣膳飯莊)’이 유명하다. 방마다 용 조각과 봉황 그림, 황금과 옥 장식이 가득하다. 1인당 평균 수십만원대부터 1천만원 선. 최근 이 음식이 디스커버리 채널 ‘중국의 연회’에 소개됐다. 방송에 따르면 팡샨의 역사는 청나라 말기 서태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서태후의 식사는 128명의 요리사가 담당했다. 그들은 수십 년간 한 가지 요리만을 만들어왔던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 그들 중 황실 요리사 세 명이 세운 곳이 ‘팡샨’이다. 팡샨은 만한취안시를 포함한 황실연회로 유명하다. 1979년 처음으로 황실연회를 베풀어 중국 전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이 음식점은 93년엔 중국인과 외국 귀빈 35명을 초대해 만한취안시의 진수를 선보였다. 팡샨은 세 번의 만찬과 한 번의 오찬을 통해 130가지의 샘플 요리를 제공했다.

만한취안시 메뉴 중 우리가 가장 신기해하면서 오해하는 게 바로 ‘바다제비수프’다. 일반인들은 시골 처마의 흙투성이인 제비집을 어떻게 식재료로 활용할 수 있나 의아해한다. 강남 갔다 돌아온 제비가 아니라 ‘바다제비’를 의미한다. 제비가 해초를 타액으로 굳혀가며 절벽에 지은 집인데, 꼭 건조한 한천처럼 무척 단단해 단가가 엄청 비싸다. 색의 선명도에 따라 3등급으로 나뉜다. 1등급은 ‘관연(官燕)’, 2등급은 ‘모연(毛燕)’, 3등급은 ‘전연사(全燕絲)’로 구분한다. 이들 제비는 같은 곳에 몇 번이나 집을 짓는다. 그런데 희한하게 첫 번째 집은 해초만으로 짓기 때문에 무척 질감이 좋다. 일부 동남아시아 해안 절벽 근처에 사는 어부 중에는 전문 제비집 수집상이 있는데 2~3시간 목숨을 걸고 따온다고 한다. 비싼 건 한 움큼에 100만원 선.

◆ 사자표 춘장 이야기

화교들은 한국으로 건너올 때 우리의 고추·된장 같은 춘장을 갖고 왔다. 입맛이 없을 땐 춘장만 찍어 먹어도 속이 편했다. 우린 춘장이라고 하는데 중국에선 ‘충장’이라고 한다. 충은 ‘파 총(蔥)’의 중국식 발음. 원래 춘장에 어울리는 건 대파였다. 파와 춘장이 합쳐져서 충장이 된 것. 우린 춘장, 자장, 면장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자장은 ‘기름에 볶은 장’이고 면장은 ‘파를 찍어 먹는 장’을 의미한다. 따라서 중국집 주인한테 춘장을 달라고 해선 안되고 ‘면장을 달라’고 해야 맞다. 중국 춘장은 현재 한국에서 개발된 것보다 더 짜다. 원래 춘장은 좀 불그스름한데, 장 속 밀가루가 산화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검게 변한다.

서울, 경기 지역 전체 중국집의 90% 이상, 전국 70% 이상이 <주>영화식품의 사자표 춘장을 쓴다. 자장면이 있는 중국집이라면 거의 대부분 이걸 사용하는 셈이다. 70년 이상의 춘장 제조 인프라가 농축된 사자표 춘장은 자장면 역사와 함께해왔다. 중국집 주방장들은 사자표 춘장으로 자장면을 배웠고, 사자표 춘장 고유의 달짝지근하면서도 감칠맛이 있는 춘장에 길들여진 고객들은 다른 춘장의 맛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사자표 춘장은 ‘한국식 춘장’의 기준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식품은 48년 화교 1세대인 고 왕송산 회장이 사자표 춘장과 식용유 생산으로 시작한 용화장유 설립 후 2대 왕수안 사장, 3대 왕학보 사장에 걸쳐 춘장 등 다양한 중식 식자재를 전문적으로 생산해 온 식품회사다. 창립과 함께 첫선을 보인 사자표 춘장은 달콤한 맛을 선호하는 한국인을 위해 중국 춘장에 캐러멜을 혼합한다.

◆ 만두와 딤섬 이야기

만두는 제갈량 때문에 생겨난다. 남만(南蠻) 정벌 때, ‘노수’라는 강을 건너던 중 예상치 못한 폭풍우에 직면한다.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천제(天祭)를 지낸다. 이 강에서 예를 올리려면 아주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신에게 제사를 지내려면 무려 49명의 사람과 검은 소와 흰 양의 목을 제물로 바쳐야 하는 것. 제갈량은 무고한 사람을 죽일 수가 없어서 기막힌 묘책을 짜낸다. 밀가루 반죽으로 사람 머리 모양의 피를 빚고 죽인 소·양고기로 속을 채워넣도록 명령했다. 그렇게 해서 제사를 지냈더니 귀신같이 강이 잠잠해졌다. 원래 만두의 ‘만(饅)’ 자는 ‘기만하다(瞞)’란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만두는 우리와 달리 소가 없다. 그런데 이 만두와 중국의 딤섬(點心)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홍콩 명물 중 하나인 딤섬은 ‘점심(點心)’의 광둥식 발음. 중국 표준어로는 ‘디엔씬’이라고 하는데 그 글자 한 자 한 자를 풀이하자면 ‘마음에 점을 찍는다’는 뜻으로 고된 하루 일과 중에 쉼표를 찍는 휴식 같은 시간을 의미한다. 딤섬은 말 그대로 감싼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네 왕만두처럼 밀가루, 쌀가루나 각종 전분 등으로 피를 만들어 육류·채소, 아니면 해산물로 만든 소를 그 안에 넣어서 빚거나 말거나 감싸서 만든 것을 말하기도 한다.

딤섬의 종류로는 작고 투명한 교자 모양의 ‘가우(餃)’, 껍질이 두툼하고 푹신한 ‘바우(包)’, 통만두 모양으로 윗부분이 뚫려서 속이 보이는 ‘마이(賣)’ 등이 있다. 조리법에 따라 쳉(烝·찜), 주우(煮·삶음), 자아(炸·튀김), 카오(kao·구움), 지엔(煎·부침)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딤섬과 함께 마시는 차를 ‘얌차(飮茶)’라고 하는데, 얌차타임은 마치 영국의 티타임 같다.

홍콩의 웬만한 딤섬 집에는 100가지 이상의 딤섬 메뉴가 구비되어 있다. 딤섬 전문점 종업원이 조그만 손수레에 딤섬을 종류별로 담아서 돌아다니는데, 이때 불러서 뚜껑을 열어보고 원하는 것이 있으면 골라서 먹으면 된다. 홍콩에서 제일 인기 있는 딤섬은 하가우(蝦餃: 새우교자), 시우마이(燒賣: 돼지고기만두), 차시우바우(叉燒包: 돼지고기찐빵) 등이다.

글=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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