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대 트럭 제조사도 반한 車구동부품…이제는 중동까지 홀린다

  • 박광일
  • |
  • 입력 2015-07-21 07:50  |  수정 2015-07-21 07:51  |  발행일 2015-07-21 제18면
■ 17년만에 직원수 60배 늘린 효림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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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림산업은 올해 초 미국의 3대 트럭 메이커 가운데 하나인 ‘나비스타’가 선정한 ‘다이아몬드 서플라이어상’을 수상했다. <경북PRIDE상품지원센터 제공>

작은 체구로도 상황을 버티는 힘. 조바심 내지 않고 버티며 능력을 키우는 것. 시대를 불문한 이 성공 비결은 중소기업에도 중요한 교훈일 것이다. 경산시에 있는 자동차 부품업체 <주>효림산업이 써온 이야기는 그 증거가 된다. 연매출 1천억원을 바라보는 효림산업에도 한때 위기가 닥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버텼다. 그리고 기회를 만들 능력을 키웠다. 이런 원동력에 대해 한무경 대표는 “끝까지 답을 내는 끈기”라고 강조했다.

◆ 직원 20명에서 1천200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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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림산업이 제조하고 있는 자동차 구동부품. <경북PRIDE상품지원센터 제공>

美 진출 초기엔 불량 제품 섞여 곤혹
꼼꼼한 기록·품질 비용투자로 해결
나비스타 선정‘다이아몬드…’ 수상

13년간 무분규 “노사화합 사업장”
2009년 위기땐 임금동결 함께 극복
“끝까지 답 내는 끈기”가 성장 동력

효림산업은 자동차가 실제로 움직이도록 하는 구동부품을 생산한다. 자동차는 약 3만개의 부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구동부품은 차가 움직이게 하는 주요 부품군인 만큼 중요하게 다뤄진다. 주행 중 구동부품이 망가지면 당장 자동차가 도로 위에 설 수밖에 없다. 당연히 제품의 완성도가 안전문제와 직결된다. 그만큼 역량이 필요한 부문이다. 효림산업은 1998년 쌍용중공업의 자동차 사업부문을 인수해 기본 역량을 갖추며 시작했으며 현재는 섀시(chassis) 모듈과 전장 모듈 등도 함께 생산한다.

설립 17년차를 맞은 효림산업이 속한 효림그룹의 전체 직원은 1천200명에 이른다. 하지만 처음 문을 열 당시는 직원 20여명과 함께 꾸려나가던 작은 회사였다. 이 작은 회사의 첫 도약기회가 창립 이듬해에 찾아왔다. IMF 외환위기 사태가 회복되어가던 시기였다. 경기불황으로 자동차 구매를 보류하던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새 차 구입에 나섰다. 젊은 세대에서는 SUV 열풍이 불었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수요에 효림산업도 바빠졌다. 공장을 24시간 365일 가동할 만큼 폭발적인 수요였다.

안정적인 성장세였다. 그때 효림산업은 수출로 눈길을 돌렸다.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쌍용자동차 한 곳에만 집중된 매출이 훗날 위기상황에 약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 3대 트럭 메이커인 나비스타와 꾸준히 접촉했다. 더욱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서 나비스타를 설득하기 위해 단조 소재 전문기업인 <주>효림HiForging을 인수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2년간 서로 자료만 주고받다가 흐지부지돼 버렸다. 진짜 위기였다. 나비스타와의 거래가 성사되지 않으면서 적자 상태의 기업만 떠안은 셈이 됐기 때문이다.

효림산업은 더 적극적으로 끊임없이 나비스타에 편지를 보내고 수시로 찾아갔다. 성실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쌓으려 분투하던 어느 날, 나비스타에서 연락이 왔다. 다시 한 번 시작하자는 연락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거래가 시작됐다. 내막은 이러했다. 미국은 2년마다 기업의 해당 담당자가 바뀌는 편인데, 그 시기에 진행 중이던 일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효림산업이 그대로 영업을 그만뒀다면 나비스타와의 거래는 어찌 됐을지 모르는 일이다. 효림산업의 꾸준한 영업에 나비스타에서도 화답을 했다.

첫 미국 수출은 순조롭지 않았다. 품질관리에 주의했지만 불량이 섞여 납품되는 일이 발생했다. 하지만 어렵게 얻은 기회를 쉽게 놓칠 수 없었다. 사소한 부분도 기록해서 선례를 남기는 방식과 품질 비용 투자로 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그 이후로는 품질에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올해 효림산업은 나비스타가 선정한 ‘다이아몬드 서플라이어상’을 수상했다. 나비스타에서 거래 기업을 평가해 최우수기업에 수여하는 상으로, 한국 업체로는 첫 수상이다. 노력과 성과로 만든 좋은 평판은 좋은 소식으로 이어졌다. 세계적인 변속기 기업 엘리슨 트랜스미션에서도 효림산업과의 거래에 관심을 보였고 수년간의 업무 진행 끝에 공식적인 거래를 앞두고 있다.

◆ 쌍용차 사태 극복·중동진출 모색

뛰어난 사업 감각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효림산업에도 2009년 쌍용자동차의 법정관리와 함께 시련이 찾아왔다. 쌍용자동차와의 거래가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던 터라 타격이 올 수밖에 없었다. 견뎌야만 했다. 열심히 이뤄놓은 수출 물량과 정부의 지원으로 버텼다. 창립부터 함께해온 직원들이 주축이 돼 상여금을 반납하고 임금을 동결해 위기 상황을 거뜬히 넘겼다.

한무경 대표는 3년이 걸린 회복기를 돌이켜보면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한다. “효림산업의 노사화합 문화에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애사심이 강하고 회사 측에서는 직원과 항상 정확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사내문화를 키워왔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힘 입어 효림산업은 13년간 무분규 사업장, 8년 연속 임금 무교섭 협상을 이뤄냈다.

새로운 기회를 찾고 만들며 성장해온 효림산업은 최근 중동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중동 국가들이 제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려 하는 상황이 효림산업에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한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 순방에 동행해 중동을 직접 둘러보면서 제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보인 사우디아라비아에 효림정공<주>의 생산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가장 안정된 상태에서 위기를 예측하고, 위기를 견뎌내고, 구심점을 갖고 성장하면서 효림산업은 이제 중견기업으로 올라섰다. 한무경 대표는 “끝까지 답을 내는 끈기가 효림산업의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부침을 겪기 마련입니다. 극복의 의지를 갖고 어려운 상황 그 이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업의 성장 계단 중턱에서 한 대표는 직원의 동반 성장 또한 고민하고 있다. 회사의 성장 속도에 맞게 직원도 함께 성장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회사 차원의 직원교육 계획을 다수 준비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채용방식도 수시채용에서 공채로 바꿀 계획이다. 채용부터 교육까지 되짚으며 효림산업의 초심과 현재 프로세스를 돌이켜볼 예정이라고 한다.

한 대표는 이제 막 시작하는 여성 기업인에게 애정 어린 조언도 덧붙였다. ‘여성’ 기업인이라는 구별이 무색한 시대이긴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여성기업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장이 더딘 경우가 많다. 한 대표는 인적 커넥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이 클 것이라고 한다. 남성 CEO는 모교 출신 또는 동향 출신인지 물어가며 초면에도 적극적으로 관계를 쌓아가는 편인데, 일부 여성 CEO는 경험한 사회문화의 차이로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있다.

“인생도, 사업도 혼자서 이룰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요. 서로 도와가며 성장해야 합니다. 여성 CEO가 관계성에 있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1998년 효림산업의 작은 시작은 현재의 성공을 더욱 극적으로 만든다. 지금까지 오는 길에 운도 따랐다. 하지만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운은 아무 소용이 없다. 운을 잘 살리고, 스쳐 지나갈 법한 운도 ‘효림산업의 운’으로 만드는 것이 효림산업이 보여준 능력이다. 직원과의 관계, 외부 기업과의 관계로 만들어온 오늘은 한무경 대표가 관계성을 말하는 이유다. 지역에서 성장한 만큼 지역에 사회적 책무를 느낀다는 한무경 대표와 효림산업이 만들어나갈 ‘답’이 기대된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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