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 원하는 韓人 7천여명…강제징용 자손도 영주귀국 허용되기를”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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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9-25   |  발행일 2015-09-25 제5면   |  수정 2015-09-25 07:32
◇올 말 영주귀국 김석문 할아버지
20150925
우글레고르스크에 거주하고 있는 김석문씨. 김씨는 올해 말 한국으로 영주귀국할 예정이다.

‘2인기준’ 영구아파트 입주하려
3년 전 부인 잃고 얼마 전 재혼
설렘·기대만큼 적응에 걱정도

부모-자신-자녀 3代 가족해체
조국에 두 번 버림받는 모양새

우글레고르스크에 거주하고 있는 김석문씨(74). 3년 전 상처(喪妻)한 그는 얼마전 재혼을 했다. 올해로 마무리되는 영주 귀국사업에 신청하기 위해서다. 사할린 동포의 영주 귀국은 인천 사할린동포복지관, 안산 요양원 등 시설로 홀로 가거나 영구임대아파트에 입주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영구임대아파트의 입주 조건은 2인 기준이다. 김씨처럼 배우자를 먼저 떠나 보냈거나 이혼을 했거나 애초부터 독신이었던 이들은 다른 사람과 ‘짝’을 이뤄야만 신청을 할 수 있다.

“배우자를 찾습니다. 19XX년 X월생의 여자가 19XX년생 이상 나이의 남자분과 결혼하고 한국으로 영주 귀국할 마음이 있습니다.” 사할린에서 이런 광고 문구를 흔히 보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수십년 같이 산 부부도 아니고 이렇게 급조된 커플들이 편하게 지낼 수 있을까.

김씨 역시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설렘과 기대는 크지만, 새로운 배우자와 지내야 할 생활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에 어렵사리 짝을 이뤄 귀국했다가 서로 마음이 맞지 않아 돌아온 사람이 주위에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징용으로 평생 탄광에서 일하다가 일찍 세상을 버린 아버지(김태수·1902~67)는 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노래를 불렀다. 소련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나라인데 아버지는 왜 가난하고 사람 살 곳이 못된다는 한국에 저렇게 가시려고 할까. 어린 김씨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가 죽거든 산 가장 높은 곳에 나를 묻어 다오. 배를 타고 너희들이 한국으로 갈 때면 내 영혼이 거기 함께 얹혀 고향으로 갈 것이다.” 아버지가 그토록 가고 싶어했던 고향으로 김씨는 올 연말이면 돌아간다.

하지만 강제동원으로 가족의 이산과 해체를 강요당했던 사람들이 고향땅을 밟는 데 다시 또 가족의 해체를 강요당하고 있다. 부모와 자신 그리고 자녀까지 삼대에 걸친 가족의 이산이 사할린 한인 영주 귀국의 다른 이름이다.

“아직 이곳에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한인들이 7천여명에 이릅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자손도 희망자에 한해 영주 귀국을 허용하고 사할린 잔류 1세들에게 생계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정부의 지원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국에 두번씩 버림받아서는 안되잖아요?”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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