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대구 외식상권 이야기 - (3) 대봉동 방천시장 상권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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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0-16   |  발행일 2015-10-16 제41면   |  수정 2015-10-16
최고급 한우 불쇼 고깃집‘대한뉴스’ 성공 빅뉴스…주변에 업소·건물 우후죽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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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직후부터 수십년 호시절을 구가했던 중구 대봉동 방천시장. 2000년을 넘어오면서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런데 2009년부터 이 시장에도 회생의 볕이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 기운은 바로 ‘문전성시’(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다. 문화관광부가 주도한 사업인데 중구청이 잘 이용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 ‘별의별 별시장’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시장’과 ‘예술’은 상생의 꿈을 모색한다. 이후 회화, 국악, 목공예, 금속공예, 조각, 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시장으로 몰려들었다. 빈 점포를 전시장과 작업실로 꾸민 20여명의 예술가는 상인과 손잡고 콘크리트 벽면에 김광석의 일대기를 벽화로 치장했다. 김광석 동상도 섰다. 이와 함께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이하 김광석길), 속닥속닥 수다방, 아트스페이스 방천, 리뉴얼 도미노 상점, 방천시장 사진전, 예비작가 아카데미, 방천신문, 방천 라디오 스타 등 유무형의 문화상품을 개발했다. 올해 1월 김광석길 야외 공연장이 문을 열었다. 대구MBC의 ‘골목방송국’도 생겨났다.

◆ 다크호스… 대한뉴스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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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가던 방천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어 준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잘 활용해 대박을 친 대한뉴스. 특급 한우 토치그릴링 붐을 일으켰고 그로 인해 오픈 5년 만에 시장 상권을 뜨겁게 달궈놓았다. 이로 인해 시장통은 불야성을 이룬다. 20년 이상의 한우 해체 및 유통 전문가인 권 대표는 여느 숯불구이집과 달리 직접 고객 자리에서 고량주를 이용해 불쇼를 벌이는 등 눈까지 즐거운 ‘오감만족 고기집’의 신지평을 열었다.

문전성시만 북적거렸지 초창기 시장 상권은 ‘어둑어둑’했다.

일부에선 문전성시 사업이 사라지면 시장도 ‘즉사(卽死)’할 거란 전망이 파다했다. 시장에는 새로운 투자 바람이 전혀 일지 않았다. 하지만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김광석길과 방천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잘 활용하면 뭔가 일이 터질 수도 있겠다’고 직감한 사람이 있다. 바로 대구에 ‘불쇼 고깃집’ 돌풍을 일으킨 1++(투플러스) 숙성한우 전문점 ‘대한뉴스’의 권순주 대표다.

안동 출신의 권 대표는 한우와 20년 동고동락한 고기전문가. 사육·유통·해체·부위별 특징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실력파. 그 덕분에 얼마전 모 방송에 직접 출연해 한우 해체쇼를 실연하기도 했다. 그는 아내와 함께 2010년 9월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장터 한 구석에 추억 어린 대한뉴스 간판을 걸었다. 당시 근처에 쇼킹, 동곡·은자골막걸리, 춘천식당, 30년 구력의 김태순 할매가 지키는 방천찌짐집 정도가 있었다. 다들 ‘장터에 웬 최고급 한우?’란 반응이었다.


캠핑 마인드·일식 감각 접목
음악도 김광석에 올인
불쇼 광경 동영상 타고 소문
대한뉴스 대박 나고
김광석길 다양한 업소 생겨
업소 늘어나자 임차료 껑충
건들바위 상권과도 묶일 전망


대한뉴스는 반전의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일단 100마리 중 8마리꼴로 나오는 최고급 한우를 선택했다. 승부처는 일식 철판요리·다타키(불을 이용해 겉만 살짝 굽는 히비키 방식을 이용한 요리)에서 곧잘 선보이는 ‘토치그릴링’. 고량주를 불판에 붓고 고온의 토치를 갖고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낸 고기를 구워준다. 권 대표는 캠핑 마니아로 캠핑 마인드와 일식의 감각을 끌고 왔다. 음악도 김광석에 올인했다. 종업원 대신 주인이 직접 불쇼를 보여주었다. 후식은 돌판에 직접 토장국물을 넣고 밥을 볶아주었다. 된장국물이 증발되면 꼭 ‘된장 리소토’ 같다. 식당에 들어오기 전 이미 김광석길에 최면이 걸린 20~30대에겐 이 모든 게 남에게 자랑하고픈 ‘푸드스토리텔링’거리. 이 집 불쇼 광경은 동영상과 블로그 등으로 입소문이 난다. 밀려드는 손님을 다 소화 못해 옆 건물을 인수해 극장처럼 2관, 신관을 증설했다. 주말에는 소 3마리를 팔기도 했다. 하루 매출 1천만원 소문이 났다. 현재 대구 5개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모두 13개의 가맹점을 갖게 됐다.

대한뉴스를 벤치마킹한 투뿔이 2개 점포를 바로 옆에 낸다. 동서 장터거리가 ‘고기거리’로 자릴 잡는다. 연이어 가족족발, 방천소갈비, 육회로 유명한 영천영화식당, 대구막창, 치킨대디, 뿔닭, 튀김아즈씨 등이 진용을 갖춘다. 임차료가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한다. 초창기 15만원에 불과했던 월세는 100만원을 훌쩍 넘어섰다. 평당 땅값도 초창기에는 200만~300만원이었는데 최근에는 최고 1천500만원대로 진입했다.

◆ 김광석 다시그리기길 상권도 급부상

방천시장으로 들어가는 길은 모두 세 군데.

시내에서 수성교로 가다 첫 입구 남북간 골목은 ‘패션카페거리’, 수성교 바로 옆 세 번째 길은 김광석 야외공연장과 로라방앗간을 축으로 한 350m ‘김광석길 버스킹 로드’로 자리를 잡았다. 이 밖에 대한뉴스를 중심으로 동-서 한 축이 있다. 김광석길과 패션카페길 좌우 동-서로 이어지는 무려 13개의 사이골목에도 새로운 업소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방천시장권에 모두 4개의 상권이 피고 있는 셈. 방천시장 상권이 급부상하자 덩달아 건물 신축 붐이 이는데 그 수는 현재 13여채.

방천시장 상권은 갈수록 몸집을 키우고 있다. 최근 중구청이 전수 조사한 결과 대백프라자~수성교 서쪽 끝 김광석길 초입, 대구도시철도 2호선 경대병원역 3번 출구~도시철도 3호선 대봉교역 근처 이경외과를 잇는 구역 내에 90여개의 커피숍·카페·식당·갤러리·아트숍 등이 포진해 있다. 4년새 30개 이상 각종 술집이 밀집한 대봉도서관길(일명 봉리단길)은 물론 최근 핫한 카페로 부상한 ‘큐바이쿼트(QBYQUOT)’를 축으로 한 건들바위 인근 상권과도 벨트식으로 묶일 전망이다. 그럼 대봉동 자체가 한 상권으로 통째로 묶일 수도 있다.

대한뉴스의 대박에 힘입어 김광석길에 새로운 업소도 자잘하게 생겨났다.

30년 구력의 한 방앗간은 2013년 1차 리모델링을 거쳐 전격적으로 떡볶이, 어묵 등 분식을 잘하는 세련된 ‘로라방앗간’으로 변신했다. 처음에는 이 골목길과 동떨어져 있던 박동준 갤러리 6층에 있는 카페 ‘프란체스코’와 그 옆 레스토랑 ‘테라스’ 등도 이 길 상권과 한 몸으로 뭉쳐졌다. 이 밖에 이 골목의 첫 카페인 ‘오톰(Autumn)’, 달고나 등 200여 종의 재밌는 물품을 파는 ‘추억의 문방구’ ‘ZART’(아이스크림)’, ‘그린포스트맨’(스냅사진), ‘필리코프레쉬’(꽃집), ‘모이야부탁해’(수제 고로케), ‘락스페이스’(핫도그), ‘별난호떡’ ‘커피명가’ ‘바람이불어오는곳’(카페), ‘오짱’(오징어튀김), ‘김광석길 예술상점’ ‘Mr 양꼬치’ ‘이야기 2015’ ‘드보크’, 금속주얼공방 ‘참새와 작가’, ‘B2’(갤러리카페), ‘마듀’(베이커리카페) 등이 라인을 형성했다.

그 길 안쪽 샛골목에는 화가 이동원씨가 꾸려가는 지역 첫 마카롱 전문점 ‘마카롱굽는화가’, 카페 ‘플로체’, 사진카페 ‘방천’, 카페퓨전일식 전문점 ‘바라지’ ‘방천국수’ 복합문화공간 ‘랜드랜드’, 디자인 스튜디오 ‘몬도미오’, 허브양초 전문점 ‘Burning wicks’ 등이 대한뉴스·김광석길을 바짝 잡아당기고 있다.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요즘 방천시장 땅주인은 눈빛이 ‘반짝반짝’…예술가·상인·전세인은 ‘가물가물’

방천시장 상권의 선배는 대봉동 웨딩한복거리 바로 동쪽 이면 도로 남북으로 형성된 ‘패션거리’다. 1993년 대백프라자가 등장하면서 이 일대 땅값은 미친 듯이 뛰었다. 땅값이 주춤한 틈을 타 98년 전상진 패션, 2000년 석미용실, 2003년 이영도 패션, 2004년 박동준 패션, 2005년 송죽미용실, 2007년 미스김테일러 패션이 자리잡는다. 미스김테일러 바로 옆에 갤러리 커피숍인 ‘엔죠(ENZO)’가 등장하고 그 뒤를 이어 한옥카페의 새로운 흐름을 개척한 커피숍 ‘모가’, 수제 커피숍 창업의 선두주자인 ‘프란체스코’가 13년 흐름을 정리하고 2013년 패션거리에 브런치 스타일의 커피숍 ‘선댄스팜’을 오픈한다. 이어 플라워카페 ‘ZART’, 카페 ‘마조’ ‘웰메이드초콜릿’ ‘ IST 피자’, 커피숍 ‘루시드’ ‘블루마운틴’ ‘테드’ ‘봄봄’ ‘LEFLAN’ ‘소영이네 떡볶이’, 화로구인 전문점인 ‘수박설탕’, 카페 ‘MOON 101’ 등이 닻을 내렸다. 패션거리에서 ‘패션카페거리’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요즘 방천시장 땅주인은 눈빛이 ‘반짝반짝’ 예술가·상인·전세인은 ‘가물가물’. 당연히 반사이익을 노리는 ‘작전세력’을 조심해야 한다. 손영복씨 등 시장 만들기에 헌신한 예술가가 높은 임차료 등으로 인해 한숨 남기고 여기를 떠났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예술가와 상인이 손을 잡고 ‘방천시장 아트페스티벌’(가칭)을 이어갈 모양이다. 지주·세입자·임차인·예술가가 모두 ‘갑’이 되는 지혜가 아쉬운 시점. 예술이 쏙 빠진다면? 모르긴 해도 방천시장 상권도 ‘골다공증’에 걸려 넘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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