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2015] 김천 고대국가 감문국의 흔적을 찾아서<27> 소국 속의 소국을 찾아

  •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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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11   |  발행일 2015-11-11 제24면   |  수정 2021-06-17 15:33
주조마·문무·어모·배산…말로만 전해온 ‘또다른 小國’ 존재여부 의견 갈려
20151111
배산국이 위치해 있었다는 김천시 조마면 장암리 일대 전경. 감문국 외 김천지역 소국에 대한 기술 대부분이 구전이나 추측에 의존하고 있어, 실제 존재 여부는 불확실하다. 옆에 작은 사진은 김천시 감문면 문무리의 고인돌. 구전에 따르면 문무리에는 문무국이라는 작은 나라가 있었다고 하는데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 <영남일보 DB>




1천500여년 전 신라에 병합된 읍락국가 감문국(甘文國)은 김천지역에서 일어선 소국이다. 감문국은 현재의 김천시 개령면 동부리 일대를 도읍지로 삼고 백두대간과 감천(甘川)유역을 아우르는 지역을 지배했다. 흥미로운 점은 감문국의 영역에 다른 소국이 있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었다는 점이다. 감문국의 영역에 주조마·문무·어모·배산·아포국 등 여러 나라가 존재했다는 주장이다. ‘감문국의 흔적을 찾아서’ 27편은 감문국 외에 김천지역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소국에 관한 내용이다.

“김천 조마면에 주조마國 있었다”
일본서기 바탕한 이병도 주장에
“김해·합천이 주조마국” 異見도

삼국사기엔 감문국 외 언급 없어
“일부 문헌 옛 지명서 추측해 기술”
고분 산재한 아포읍도 소국 주장


#주조마국을 아시나요

김천지역에서 감문국 외에 다른 소국이 존재했다는 의견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감문국의 멸망이 기록된 삼국사기에는 감문국 외 김천지역 읍락국가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여러 문헌기록을 바탕으로 이 같은 주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형우 영남대 국사학과 명예교수는 “역사(삼국사기)에는 감문국만 나오지만, 김천의 초기 정치집단 가운데 다른 소국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역사학자 이병도(1896∼1989) 또한 주조마국(走漕馬國)이라는 나라가 김천시 조마면에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일본서기에 나오는 ‘졸마(卒麻)’를 삼국지위지동이전에 나오는 주조마국으로 보고 있는데, 이곳이 김천시 조마면 일원이라는 것이다. 김천시사 또한 조마면은 삼국시대부터 조마부곡이 있던 곳이라 적고, ‘조마’라는 지명이 김천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주조마국이 김천과는 아무 상관 없는 나라라는 반론도 있다. 주조마국이 경남 김해와 함안의 중간 지역이라는 설이 학계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일본학자 아유가이 후사노신(鮎貝房之進)은 주조마국의 위치를 경남 김해로, 역시 일본학자인 스다 소키치(津田左右吉)는 경남 합천군 초계면을 주조마국의 위치라고 밝힌 바 있다. 주조마국의 위치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지만, 일단 김천 향토사학계는 이병도의 조마면 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

#문무·어모·배산·아포국은 존재했을까

김천지역에는 주조마국 외에도 구전으로 전해지는 또 다른 소국이 있다. 문무·어모·배산국의 존재가 그것이다.

문무국은 김천시 감문면 문무리에 있었다고 추정되는 소국이다. 문무리에는 청동기시대의 고인돌과 철기시대의 횡혈석실묘(橫穴石室墓) 등이 집중돼 있어, 문무국의 존재를 추정해볼 수 있다. 실제로 김천시 감문·어모면 일원의 노인 사이에서는 최근까지도 문무국에 관해 구전되고 있다. “여산(余山)이 망해서 아산(牙山)이 되고 아산이 망해서 김산(金山, 김천시의 옛 이름)이 됐다”는 말이 그것이다. 문무국의 도읍지는 여산이라고 전해지는데, 여산은 문무리의 옛 지명이다. 여산이 망해 바뀌었다는 아산은 현재의 김천시 어모면 중왕리로 면사무소가 있는 중심지역이다. 현재 아천(牙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어모국의 존재에도 눈길이 간다. 김천시 금산동에 도읍을 두었다고 전해내려오는 어모국은 통일신라 때 설치된 어모현에서 이어졌다는 것이 향토사학계 중론이다. 향토사학계는 삼한시대 어모국의 이름을 따 어모현이라 명명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 밖에도 김천시 조마면 장암리에 배산국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이곳에는 배산이라는 산이 있다.

김천시 아포읍 지역에도 소국이 존재했다는 주장이 있다. 김천시 아포읍 제석리 일원에는 고인돌 유적 등 고분이 산재하고, 토기와 청동제 숟가락 등이 출토됐다. 제석리 인근 묘지 뒤편은 ‘옛날 작은나라’ 터라고 불렸으며, 제석리 뒷산은 제석궁·왕비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물론 아포지역이 감문국의 속국인지 독립적 세력이었는지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조선 역사학자 이종휘가 쓴 역사서 동사(東史)에는 “아포가 조공을 거부하고 반란을 일으키자…(중략)…대군을 동원해 진압하려 나섰지만”이라고 기록돼 있지만, 감문국이 왜 토벌에 나섰는지에 대한 언급이 없다.

반면 감문국 외 김천지역 소국의 존재를 전적으로 부정하는 견해가 있다. 감문국을 제외한 김천지역 소국에 대한 기술 대부분이 구전이나 추측에 의존하고 있어 실제 존재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감문국을 제외한 김천지역 소국의 존재는 역사에 편입되지 못하고 있다.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는 “주조마국, 배산국 등 감문국 외 김천지역 소국의 존재를 믿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천시 개령면 지역이 감문국의 수도 격인 국읍(國邑)이었고, 나라로 추정되는 나머지 지역은 감문국에 정치·경제적으로 부속된 읍락이었을 뿐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 참고문헌= ‘유적으로 고찰한 감문국’ ‘(진·변한사 연구) 진·변한의 성립과 전개’ ‘계명사학 제23집’ ‘국역 김천역사지리서’ ‘디지털김천문화대전’ ‘대구·경북 신석기 문화 그 시작과 끝’ ‘신라문화 제38집 별쇄본. 삼국사기 열전에 보이는 4~5세기 신라인의 활약상’ ‘김천시사’ ‘감문국 유적정비를 위한 정밀지표조사’ ‘대구·경북 문화재 약탈 스토리(영남일보)’ ‘고대 김천지역의 역사 지리적 환경과 甘文國’

▨ 자문단 △문재원 국사편찬위원회 김천사료조사위원 △이석호 김천향토사연구회 회장 △송기동 김천문화원 사무국장 △주보돈 경북대 사학과 교수 △노중국 계명대 사학과 명예교수 △강종훈 대구가톨릭대 역사교육과 교수 △권태을 경북대 명예교수

공동기획 : 김천시

 

 

■ 감문국과 감로국


정약용 “中 삼국지위지동이전에 

기록된 ‘변진감로국’은 감문국”

학계·향토사학계·김천시사 등

삼한 이전 김천 감문국 國號로
변한과 진한 영역 甘路國 추정


현재 김천지역 읍락국가 감문국(甘文國)의 국호는 당연시되고 있지만, 감문국의 국호가 현재의 것과는 달랐다는 의견이 있다. 삼한시대 소국들의 존재가 기록된 중국 고문헌에는 감문국이 아닌 감로국(甘路國)이라는 국명만 있어 의문점을 자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역사서 삼국지위지동이전에 감문국이 아닌 변진감로국(弁辰甘路國)으로 기록돼 있다. 변진, 즉 삼한시대 변한과 진한의 영역인 영남지역에 있는 감로국쯤으로 해석하면될 듯하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변진에 위치한 감로국이라는 나라를 감문국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학계·향토사학계 모두 이견이 없다. 김천에 위치한 감로국이 가야연맹체 일원이었다는 설이 있는데, 거리상 경남 김해의 구야국과 떨어져 있지만 감천과 낙동강 등의 수로를 이용하면 활발한 소통이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천시사는 삼한시대 감로국이 감문국으로 바뀐 것은 삼국사기에 감문국의 멸망이 기록된 때부터로 보고 있다. 이후 ‘감로’라는 이름은 없어지고, ‘감문’이라는 이름만 남았다는 것이다.

학계 또한 감로국을 감문국으로 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전 계명대 한국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 권주현 박사의 ‘고대 김천지역의 역사와 문화’라는 논문에 잘 나와 있다. 감로국의 한자 ‘로’자는 ‘길’이라는 훈(訓, 한자의 음을 풀이한 뜻)을 가지고 있는데, 감문국 ‘문’자의 훈 또한 ‘글’이어서 ‘길·글’로 비슷하게 발음되는 두 음절 간에 충분한 연계성이 있다는 것이다. 역사학자 이병도(1896∼1989)와 실학자이면서 역사학자인 정약용(1762∼1836) 또한 변진감로국을 김천의 감문국으로 보았다. 감문국을 임나일본부설의 근거로 활용했던 일본인 역사학자 이마니시류(金西龍, 1875~1931)조차 감로국이 감문국이라는 견해에는 동의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박현주기자 hjpar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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