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남의 차마고도 기행 53·끝] 양호(養壺)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를 한 종류로 한정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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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1-27   |  발행일 2015-11-27 제35면   |  수정 2015-11-27
[김현남의 차마고도 기행 53·끝] 양호(養壺)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차를 한 종류로 한정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의흥에서 생산한 자사호에 보이차든 청차든 하나의 차만 넣어 계속 사용하다 보면 자사호 자체에서 차의 향이 나온다. 의흥의 자사호에는 유약을 바르지 않기 때문에 기공(氣孔 : 도토(陶土)에 있는 무수한 구멍)에 점점 차가 스며들어 간다. 중국차의 세계에서는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능숙하게 자사호를 손질하는 것을 양호(養壺)라 한다.

양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평상시에 차를 한 종류로 한정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같은 청차로 성질이 비슷한 차를 우려낼 때는 괜찮지만, 재스민차와 보이차를 같은 다호로 우려내는 것은 금물이다.

자사호로 양호를 즐기려면 먼저 양호를 하기 쉬운 자사호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지 않은 원료로 만들어진 것은 어떤 방법을 사용하더라도 양호가 되지 않는다.

만약 아직 사용하지 않은 자사호는 양호 이전에 조금 손질을 하는 것이 맛이 좋은 차를 우려낼 수 있는 방법이다. 먼저 찻잎을 자사호에 조금 넣고 뜨거운 물을 가득 따르든지 아니면 소량의 찻잎과 함께 작은 솥에 넣고 충분하게 끓여준다. 이때의 찻잎은 이 자사호를 사용하여 계속해서 마실 차를 넣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흙가루나 흙냄새를 제거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용하고 나서는 차 이외의 냄새가 배지 않도록 보관한다. 잘 말리지 않으면 곰팡이나 잡냄새의 원인이 된다.

이후에 양호를 즐기려면 다음과 같은 실천이 필요하다. 첫째, ‘하나의 차에는 하나의 자사호’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둘째는 따뜻할 때 다포로 닦는 것이다. 다호를 손으로 감싸고 따스함이 남아있을 때에 다포로 닦는다. 적당한 다포로는 보풀기가 없는 무명을 사용하면 좋다. 셋째, 차를 즐기는 것은 열탕이다. 사용한 후에는 열탕만으로 헹굼을 하고 절대로 세제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다호에는 차의 향만 남긴다. 넷째,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 말려야 한다. 사용한 다호는 뚜껑을 열고 잘 말린다. 만약 차 이외의 향이 배면 뜨거운 물을 끓인 냄비에 넣고 수십 분 다시 끓인다. 다섯째, 다호를 재우지 않고 날마다 차를 우려 마신다. 차를 많이 마셔서 다호에 자연스럽게 차가 배어들면 서서히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색이 나타난다. 여섯째, 자사호의 꺾인 부분은 손으로 닦는다. 차를 넣지 않고 닦는 것도 좋다. 한 주에 세 번 정도는 손으로 닦을 것을 권한다.

꾸준하게 양호를 실천하다보면 그윽한 아름다움이 드러나고, 맛도 더욱 깊어지고, 차의 향이 자사호에 배어든다. 진한 아름다움을 띤 자사호는 차를 넣을 때마다 차의 맛을 더욱 깊게 한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 키워드다. 자연스럽게 사용하면 저절로 (반년부터 수년 정도 걸림) 광택이 난다. 급하게 찻물이 스며들게 한 광택은 별로 아름답지 않다. 철학박사

※ 지금까지 ‘김현남의 차마고도 기행’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다음주부터는 ‘김현남과 함께 떠나는 일본차 문화기행’을 연재하여 일본의 차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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