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먹구름에 대구경북 車부품 수출 감소 ‘검은 그림자’

  • 김유종
  • |
  • 입력 2015-12-09  |  수정 2015-12-09 09:42  |  발행일 2015-12-09 제3면
국제유가 끝모를 폭락…국내 산업계 비상
20151209
그래픽=김유종기자 dbwhd@yeongnam.com

전문가 “배럴당 40弗 이하땐 경제 위축”
산유국 등 발주물량 줄어 수익성 악화
건설·조선·철강·석유화학 더 큰 타격

지역 섬유, 경쟁국 제품값 하락에 고전
플랜트 등 설비기계 분야도 피해 예상
내년 美 금리인상 등 변수…불안 가중

국제유가 하락이 왜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까.

일반적으로 국제유가가 낮아지면 기업의 투자와 가계 소비를 촉진해 그만큼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단기적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국제유가 하락이 장기화되고 적정선보다 낮아지면 오히려 산업활동이 위축돼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될 수 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수요둔화’ 현상이 발생해 투자가 줄어든다. 또 원자재 가격 하락이 단기적으로는 마진 상승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장기화되면 단가 하락으로 무역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의 적정선을 배럴당 40~80달러로 보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 임규채 경제동향분석팀장은 “국제적으로 원유가격이 배럴당 40달러 이하로 내려가면 세계경제 전반이 위축된다고 본다”며 “반대로 배럴당 80달러 이상으로 높아질 경우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하락으로 당장 피해가 예상되는 분야는 석유·화학과 건설, 철강, 조선 업종 등이다. 석유·화학의 경우 원유를 미리 구매해 놓기 때문에 원유가격이 하락하면 그만큼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건설과 조선, 철강은 중동 산유국을 중심으로 발주물량이 줄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

다행히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일부 철강 업체를 제외하고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만한 업종이 많지 않다. 문제는 간접적인 피해다.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수출은 물론 내수도 줄어 채산성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지역의 주력산업인 자동차부품이다.

대구의 한 자동차부품 업체 관계자는 “유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전세계적으로 성장이 둔화되고 경기가 위축되면 그만큼 자동차가 덜 팔릴 수밖에 없다. 그러면 부품의 수요도 줄어든다”며 “국제유가뿐만 아니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등 변수가 많아 내년도 사업계획을 수립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상황을 지켜보면서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계 업종의 경우 ‘설비 기계’ 분야의 피해가 예상된다. 대구경북기계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수년 전 미국에서 셰일가스 붐이 일면서 이 분야에 장비를 공급한 업체들이 있었는데, 국제유가 하락으로 셰일가스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큰 타격을 입었다”며 “건설과 조선, 철강, 플랜트 등에 사용되는 설비 기계 분야도 비슷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밝혔다.

지역의 전통산업인 섬유도 장기적으로는 수출이 줄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지역 섬유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원자재 가격이 낮아져 마진율이 높아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경쟁국 제품의 가격이 낮아져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악화가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임규채 팀장은 “국제유가 하락은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동안 환율이 올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피해를 일정 부분 상쇄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내년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환율 변동 등의 변수도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지금부터라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광일기자 park85@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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