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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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1 08:02  |  수정 2016-04-21 08:02  |  발행일 2016-04-21 제21면
[문화산책] 축제
허수정

내가 기억하는 봄은 항상 여인네의 치맛자락 사이에 보이는 하얀 속치마처럼 순간적으로 지나갔다. 지구 온난화가 이유라고 하지만 평생을 대구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언젠가부터 점점 길어지는 봄이 낯설지만 행복하다. 하지만 한낮의 뜨거움은 봄이 떠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지나가고 있는 4월이 꽃 축제의 달이라면, 다가올 5월은 꽃과 함께 문화 축제의 달이다. 전국 각지에서 지역 축제가 다양하게 열리고, 우리는 어떻게든 한 곳이라도 더 참여해보고자 여가 시간을 계획하고 있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는 축제를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즐기는 데 탁월한 감각이 흐르고 있다. 2002년 월드컵 때 거리의 붉은 물결은 아직도 가슴 먹먹한 감동을 준다. 이렇듯 온 국민이 뜨거워지는 축제가 있다면, 지역축제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주민단체 등이 함께 준비하는 지역 공동체적인 성격을 지닌다. 우리나라의 지역축제는 1990년대 이후 해마다 늘어나기 시작해 현재 1천여개가 넘는다. 지방자치제가 도입되면서 지역 축제도 무분별하게 늘어나 실패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콘텐츠가 겹쳐서 서로 기득권을 주장하는 황망한 상황도 종종 보게 된다.

문화란 태어나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습득하는 것이고, 향토축제는 지역문화의 총체적 표현물이라 한다. 우리가 참가했을 때 얼마나 그 본질에 맞는 축제였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차치해 두고라도 화순 고인돌 문화축제, 하동 야생차 문화축제, 영주 한국선비 문화축제, 춘천 마임축제 등 이름만으로도 무엇을 보고 즐겨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고 관심을 끄는 축제가 있다. 음악을 전공한 필자는 경기 의정부의 ‘2016 찾아가는 음악극축제’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다양한 클래식 연주회는 물론이고, 의정부 역사에 설치되어 지하철역을 지나는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누구나 피아노’ 프로젝트 등 클래식의 대중화와 예술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의 장을 준비하고 있어 꼭 참여해보고 싶다.

우리 지역도 5월에 시작되는 컬러풀 대구축제가 대표적인데 많은 이들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 또 얼마나 많은 시민이 참여하는가가 축제의 성패를 가르는 만큼 홍보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인이 우리가 돈을 버는 이유는 잘 놀기 위해서라고 글을 올리자 많은 이들이 공감의 댓글을 다는 걸 보면서, 놀이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가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하는지 주위에 더 많이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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