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食客열전 제4회 - 별별 식객 리스트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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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4-29   |  발행일 2016-04-29 제42면   |  수정 2016-04-29
“맛에도 족보가 있다”…만화로, 칼럼으로 ‘씹는’ 맛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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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은 뭔가. 식객은 최소 10년 이상 다른 일은 제쳐둔 채 오직 팔도 별미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에 미쳐 있어야 할 것. 그리고 그 과정을 글로 기록해나가는 음식연구가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식당의 정보만 곧이곧대로 주례사처럼 알려주는 푸드블로거와 음식칼럼니스트. 엄격히 말해 이들은 식객이 아니다. 특정 식당의 특정 메뉴가 다른 고장의 음식과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소상하게 비교·설명할 수 있는 평론가급 안목과 입맛을 가져야 한다. 음식에 비교와 비판이 가미되어야 식객의 글이다.

식객도 전국파와 로컬파로 분류된다.

그렇다면 광복 직후 국내 첫 음식칼럼니스트는 누구로 볼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길 것이다. 어떤 사람은 전국파 식객 중 가장 이름을 날린 사람으로 작고한 백파 홍성유를 꼽는다. 또 어떤 사람은 동아일보 전 편집장으로 국내에서 구어체 버전의 칼럼시대를 연 홍승면(1927~1983)을 꼽는다. 홍승면은 1950~60년대 독일·홍콩특파원이었고 견문이 넓어 동서양의 음식계보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뒤 1949년 합동통신사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했다. 그가 기념비적인 음식관련 연재를 시작한다. 76년부터 83년까지 월간 ‘주부생활’을 통해 연재된 ‘100미(味) 100상(想)’이란 음식칼럼이었다. 그의 연재물은 이후 삼우반 출판사에 의해 2권(1권은 ‘대밭에서 초여름을 씹다’, 2권은 ‘꿈을 끼운 샌드위치’)의 책으로 묶여나온다.


‘음식계보의 인문학적 접근’ 홍승면
‘우리땅 식재료들의 재발견’ 임지호
드라마도 만든 만화 ‘식객’ 허영만
‘30여년 4천여 식당 맛기행’ 김순경

황광해 “맛은 주관적이지 않다” 주장
재료 맛 가리는 조미료·육수문화 일침
“衣·住 배우듯 음식 먹는 것도 익혀야”

‘맛집엔 관심 없는’ 미식사학자 황교익
재료 본질을 역사·식품지리학적 탐구
“요리하는 수라간 궁녀는 없었다” 지적



또한 독학으로 만화를 터득한 뒤 월간 산을 통해 ‘뫼뿌리’를 연재한 조주청(71). 그는 다양한 직군을 돌아다닌 만화가이면서 세계여행작가로도 유명하다. 85년부터 신동아에 ‘조주청과 함께하는 지구촌기행’, 이어 문화일보에 ‘조주청의 맛기행’을 연재한다.

한국의 식재료를 찾아 전국을 누비고 다니며 한식을 미학적으로 승화시킨 안동 출신의 산당 임지호(61). 자연에서 식재료를 취득해 요리하는 것으로 유명하고, ‘방랑식객’이라는 별명을 가졌다. 자연요리연구가 겸 화가이기도 한 그는 2003년에 유엔이 주관하는 유엔 한국 음식 축제에 참가한다. 2013년 여행과 요리를 곁들인 방송 SBS ‘방랑식객- 식사하셨어요?’, 토크 쇼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한 적 있다. 한때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자연요리 전문점 ‘산당’을 차렸다가 접었다.

식객 돌풍의 주인공 만화가 허영만. 전남 여수 출신인 그는 2002년 9월2일부터 2008년 12월17일까지 총 116개의 이야기가 1천438회에 걸쳐 동아일보에 연재되었고, 쿡 인터넷존에서 2010년 3월9일까지 연재했다. 단행본은 지금까지 총 27권으로 완결까지 모두 김영사에서 출간되었으며 SBS에서 24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이 밖에 ‘한국음식의 뿌리를 찾아서’(백산출판사)란 책을 낸 김영복, 마산 출신으로 ‘식탁 위의 한국사’로 더욱 유명해진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 베이징 특파원을 거쳐 매일경제를 은퇴한 윤덕노는 2007년 출간한 ‘음식잡학사전’으로 유명해졌다.

여성지 기자 출신으로 후에 이탈리아로 가서 요리를 배우고 국내로 온 셰프 겸 요리연구가인 박찬일, 그는 요즘 경향신문에 ‘맛있는 미학’을 연재하고 있다. 일간지 기자 중에는 조선일보 김성윤, 한겨레 박미향, 지금은 은퇴한 중앙일보 유지상이 있으며 시인으로는 송수권, 소설가로는 김중혁, 한창훈, 성석제 등이 푸드스토리텔링을 잘한다.

삼천포 출신의 박정배(53)는 여행작가 풍모의 식객이다. 20대 중반부터 식객의 삶을 산다. 그 무렵 NHK의 ‘다큐서울 아시아는 지금’ 제작에 간여하면서 일본 출장을 많이 다닌다. 이후 2013년 한길사에서 나온, 음식의 유래를 찾아가는 박정배의 ‘음식강산’으로 주목을 받았다. 국수편에서는 강원도 막국수, 부산 밀면 등 전국 유명 냉면집의 족보를 고조리서 자료와 매칭시키면서 파고든다. 현재 고기, 술, 한식의 원형, 북한음식 등을 주제로 모두 6권의 시리즈로 묶을 작정이다.

대구에서 잔뼈가 굵은 우촌 박재곤(80). 국내 최고령 식객인 그는 20년째 월간 ‘산’에서 음식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소개된 업소 주인이 ‘산촌미락회’를 만들었다.

◆ 1인5역의 근성파 식객…김순경

홍승면 이후 가장 승부근성이 강한 식객은 김순경(77)일 것 같다.

그는 67년 동아일보에 사진기자로 입사했다 75년 동료 기자 112명과 함께 해직된다. 이후 서울 종로타워 자리에 국숫집을 차려 최초의 만두국수전골을 팔기도 했고, 충남 당진에 내려가 육우목장도 꾸렸다. 82년부터는 잡지사에서 일을 했다. 그는 잡지에 여행기사를 쓰며, 차를 몰며 전국을 다녔다. 84년 편집 이사를 맡았던 월간 자동차생활 창간호에 음식칼럼을 처음으로 썼고, 90년초에는 전업 칼럼니스트로 나섰다. 그는 전국의 유명 맛집과 주인공들을 발굴해 세상에 알리며 음식칼럼의 개척자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90년대에는 한국일보, 국민일보, 두산 사보 ‘백년 이웃’ 등에 연재를 시작해 ‘길따라 맛따라’ ‘길과 맛’을 자신의 고유 브랜드로 정착시키기도 했다. 이어서 주간지 한겨레21의 ‘음식이야기’에 8년, 월간조선에 ‘별미여행’을 5년, 연합뉴스(YTN) 르페르에 7년, 요리전문지 쿠켄에 한식이야기 5년 등 다양한 매체에 연재를 이어가며 많은 글을 남겼다. 저서로는 ‘우리맛 백한가지’ ‘한국의 음식명가 1300집’ ‘이맛을 대대로 전하게 하라’ ‘세상에 단 한 곳 내 고향 최고의 맛집’ ‘자랑스런 한식진미 100집’ 등 10여 권이 있는데, ‘한국의 음식명가 1300집’은 일본에서도 번역 출간되어 화제를 모았다. 2011년 시작한 ‘김순경의 한식여행’을 위해 매월 1회 회원들과 함께 한식여행을 떠나고 있다. 30년 넘도록 취재한 식당은 4천곳이 넘는다. 지독한 사람이다. 속을 들여다 보면 백파보다 그를 전국을 종횡무진한 국내 첫 음식칼럼니스트로 불러도 좋을 것 같다.

◆ 독설파 음식평론가 황광해와 황교익

현재 국내에는 두 명의 독설파 음식평론가 황씨가 있다.

황교익과 황광해다.

평론계에 등장한 건 황광해(59)가 먼저다.

연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사에서 잔뼈가 굵었다. 80년대 바캉스 부록으로 전국의 맛집 시리즈를 낼 때 그는 전국을 아홉 번 정도 일주했다. 그때 안목이 생겼다. 현재 네이버 맛집 카페 ‘포크와 젓가락’의 매니저인 그는 채널A ‘먹거리X파일-착한식당’ 검증위원, MBC ‘찾아라 맛있는 TV’ 검증위원, KBS ‘한국인의 밥상’ 등에 출연. 저서로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서울의 맛집 100선’ ‘한국맛집 579’ ‘줄서는 맛집’ 등이 있다. 그도 김순경처럼 지난 30여년 동안 3천500여 군데 맛집을 훑었다.

그는 식재료 본연의 맛을 가리는 한국의 과도한 조미료·육수문화에 칼날을 들이댄다.

“맛은 주관적이지 않다. ‘나는 좋은데 너는 어때?’라는 표현은 엉터리다. 맛은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북엇국을 먹는데 소고기 맛이 난다. 그런데도 그냥 맛있다고들 한다. 북엇국에서는 잘 손질한 북어의 맛이 나야 한다. 소고기 맛이 나는데도 무작정 ‘맛있다’고 표현하니까 자꾸 맛이 주관적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음식 먹는 것도 배워야 한다’고 오랫동안 주장했다. 옷 입는 것, 인테리어 등 의식주 중 의(衣)와 주(住)는 배우면서, 정작 제일 중요한 식(食)은 배우려 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가 과한 조미료와 감미제, 성분을 알 수 없는 향미증진제 같은 이른바 식품첨가물에 지나치게 관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음식 만드는 사람들의 진정성은 대부분 이런 식품첨가물을 최대한 덜 쓰거나 안 쓰는 노력에서부터 출발한다. 조미료가 내는 맛이 식재료의 맛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수요미식회’ ‘죽기 전에 먹어야 될 음식 101선’ 등으로 전국적 명사가 된 식객 황교익(55). 그는 맛집에 관심이 없다. 맛의 족보를 파헤치는 ‘미식사학자’ 같다.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시절 부전공으로 생물학을 공부했다. 특정 식재료가 갖고 있는 본질을 역사적이면서도 식품지리학적으로 파고든다. 2002년부터 <사>향토지적재산본부에서 지역 특산물의 취재 및 발굴, 브랜드 개발 연구를 했다. 국내 최초의 맛 칼럼니스트로 활동하며 20여년간 한국음식문화에 대해 고찰하고 사색한 내용을 담은 미각 입문서 ‘미각의 제국’을 펴낸다. 식당 이야기 대신 한국의 식재료에 대한 탐구서다. 한국인의 현재적 음식 문화론 ‘한국음식문화박물지’도 주목받는다. 독서량이 엄청나다.

그래서 이런 지적도 할 수 있었다.

“대장금에 보면 수라간 궁녀들이 음식을 하는 것으로 나오는데 역사적으로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조선시대에는 여자는 궁중음식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궁중에서 음식을 하는 사람은 남숙수다. 한복은 요리할 때 입는 옷이 아니다.”

글=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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