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호 기자의 푸드 블로그] 두류회타운의 변신

  • 이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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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0-21   |  발행일 2016-10-21 제40면   |  수정 2016-10-21
횟집의 발상 전환…“회와 고기, 한상 가득 즐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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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는 두류회타운이 고심끝에 개발한 이자카야 스타일의 한상차림. 기존 회를 축으로 나가사키짬뽕 등 일본가정식 메뉴를 절충한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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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구입해 온 개인용 참숯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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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맛길 살리기에 나선 4인방. 왼쪽으로부터 추문호·조길연·강정식·전천우씨.

최근 한 지인으로부터 특별하게 변신을 시도한 업소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남구 대명10동 일명 복개천 회거리 ‘남구 바다맛길’에서 ‘두류회타운’을 함께 이끌고 있는 추문호·전천우·조길연·강정식씨가 횟집을 회생시키기 위해 삼국지 버전으로 도원결의했단다.

한때 대구에서 가장 저렴하고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었던 남구 바다맛길. 두류회타운은 초창기 리더 업소였다. 하지만 양지였던 이 상권은 갈수록 음지로 추락했다. 한때 40여 업소가 운집했지만 지금은 불과 9개 업소만 달랑 남았다. 네 사람은 혁신을 시도한다. 야전사령관은 추씨. 전씨·조씨는 셰프, 축산물 파트는 강씨가 커버한다. 나머지 셋은 추씨와 이런저런 ‘아름다운 악연’이 있었지만 사령관의 남다른 변신 의지를 확인하곤 재차 의기투합했다. 넷은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다는 각오로 지난 1년간 메뉴개발에 혼신을 다했다. 10대부터 실버세대까지, 3대가 같이 식사를 할 수 있는 다양한 메뉴라인을 구축했다. 일본가정식 메뉴에 기존 회 관련 메뉴를 혼합시켰다. 일종의 ‘콜라보 횟집’을 빚은 것이다.

남구 대명10동 바다맛길 초창기 멤버
한때 40여 업소 번창하다 지금은 9곳뿐

추문호·전천우·조길연·강정식씨 합심
“日 가정식 혼합…3代 함께 할 메뉴 개발”
회문화 이끌던 명성 되살릴 변신 시동
1년여 젊은층의 트렌드푸드 동향 파악

日서 개인 화로 들여와 일·한식도 접목
회와 규카츠 등 한상차림 온가족 흡족


◆바다맛길의 옛 이야기

남구 대명동 안지랑네거리 근처에 있는 즉결재판소에서 서부정류장으로 가는 지름길이 있다. 그 길이 ‘바다맛길’이다. 한때 그 길 동쪽 초입은 80년대 중후반 지역 첫 향어회 타운이었다. ‘남지원조’ 등이 붐을 주도했는데 90년대로 넘어오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그 터전 위에서 새로운 회문화를 구축한 게 바로 바다맛길 횟집들이다.

80~90년대 지역에서는 즉결재판소 앞 향어회, 불로동 전통시장과 반고개 옆 골목의 무침회, KBS대구방송총국 정문 앞 등이 대표적 횟집 거리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다 바다맛길쪽으로 판세가 기운다. 당시 이 맛길은 경남권에서 올라온 수산물을 거래하는 ‘수산물 번개시장’으로 불렸다. 대형 수조트럭이 수십대 집결해 4시간여 현장에서 거래했다. 구마고속도로가 생겼고 서부정류장에서 모였다 흩어지기 좋아 점차 회타운으로 발전하게 된 것.

초창기에는 산오징어가 인기짱이었다. 대구 시내에서 활오징어를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곳이 여기밖에 없었다. 다음엔 전어가 진가를 올렸다.

97년 기준으로 40여 업소가 형성된다. 20여개 업소는 수조차에서 고기를 받아 사용했고 나머지는 대형수조차를 갖고 통영 등지로 가서 수산물을 갖고 왔다. 그런 업소는 대다수 가게 이름에 ‘~수산’을 붙였다. 당시 ‘하동회수산’ ‘성주회수산’ ‘남도회수산’ 등이 리더였지만 지금은 다 이 바닥을 떴다.

새벽 즉석 매매가 끝나면 그제야 사장과 일꾼들이 모여 새참형 아침을 해결한다. 갈탄 위에 석쇠를 올리고 삼겹살은 물론 아나고, 전어 등을 구워먹었다. 해물이 들어간 얼큰한 해물라면은 대박이었다.

점차 수산물 매매 기능보다 회타운으로 활성화된다. 당시 일반 횟집은 포장시스템이 별로 없었다. 가격도 셌는데 바다맛길로 오면 다른 업소의 4분의 1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먹고 포장도 해갈 수 있었다. 특히 인근 대구가톨릭병원, 영남대병원 정형외과 환자들 때문에 뼈에 좋다는 아나고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이런 조건 때문에 이 거리는 IMF외환위기 때 되레 특수를 누렸다.

위기의 징조는 ‘쓰키다시’에서 포착된다.

지금이나 그때나 대구 사람들은 공짜 곁반찬을 많이 찾는다. 그게 결국 원가상승에 영향을 주고 주메뉴를 부실하게 만든다. 업소주인들이 모여 공짜반찬 몰아내기를 하려고 해도 손님들의 의식은 요지부동이었다. 초창기에는 주메뉴에 중점을 두고 기본 반찬은 3~4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날로 그 수가 늘어났다. 2000년을 넘기면서 이 바닥에도 쓰키다시 경쟁이 몰아친다. 한창 많을 때는 무려 30여 가지가 깔렸다. 결국 가격도 점점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단골들은 그게 불만이었다. 가격만 올려놓고 배짱장사를 한다고 욕을 했다.

미래가 없다 싶어 2003년쯤 이 바닥을 뜨는 횟집이 많이 생긴다. 수온상승으로 바다 사정도 안 좋았고 전어 등 제철 생선의 가격도 엄청나게 올라간다. 그 무렵 들안길 권역의 수복횟집, 안, 대륙, 대번, 대어 등 고급 일식당이 급부상한다. 바다맛길의 단골은 점차 줄어든다. 이젠 횟집은 드문드문 보인다. 돼지국밥집, 삼겹살집, 카센터 등이 가세해 바다맛길은 복합상거리로 변했다. 황제, 창녕, 만복, 부산 등이 겨우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두류회타운의 변신기

추씨는 대구에서 태어났다. 97년 지역 모 병원 검진센터 영업부에서 일을 하고 있던 그는 바다맛길의 횟집 사장이 된다. 3개월간 준비해서 번개치기로 개업을 한다. 가게 이름은 ‘하동회수산’. 비싼 주방장을 3명이나 고용했는데 모두 맘 같지 않았다. 툭하면 뻗대고 재료에도 손을 댔다. 이 업을 하려면 요리를 배워야겠다 싶어 주방장 뒤에서 도둑공부를 한다. 생선을 알기까지 6년이 걸렸다. 수조차를 갖고 남해로 내려갔지만 그게 결코 싼 게 아니란 것도 뒤에 알았다. 이후 횟집으로 돈을 좀 벌었지만 귀가 얇아 무역업에 손을 댔다가 다 날리고 마지막에 그를 믿어주고 지원해 준 후배 강씨를 만나 새로운 도전을 한다.

결사는 지난 폭염기에 결행됐다. 일단 대구시민의 혀가 엄청 보수적이란 게 제일 걱정됐다. 일단 회와 육고기를 어떻게 매치시킬 건가가 승부처였다. 과연 대구가 받아들일까? 지인에게 많이 물어봤다. 전국적 명성을 날리고 있는 일본가정식 전문식당을 투어했다. 트렌드푸드의 동향도 연구했다. 일단 기성세대보다 젊은층의 입맛을 공략하는 게 급선무였다. 요즘 손자와 자식의 입맛을 눈치보는 게 현실이다. 젊은층이 좋아해야 승산이 있다고 봤다. 젊은 메뉴와 어르신 메뉴라인을 함께 구성했다.

회를 먹으면서 숯불구이를 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숯불이 회를 무르게 만들 수도 있었다. 고기 타는 냄새가 회에 영향을 줘선 안된다. 하나는 열기가 있어야 하고 회는 차가워야 한다. 이 둘의 교집합을 찾는 게 가장 어려웠다.

일단 일본 현지에서 10만원이 넘는 개인 숯불화로를 사 왔다. 그걸 중심에 앉히니 밥상이 더 먹음직스러웠고 얘깃거리도 됐다. 비록 수입품이지만 최고급 고기(300g에 1만5천원)를 올리니 비싼 한우에는 못 미치지만 그래도 호주머니 사정이 안좋은 서민들로부터 ‘그만하면 괜찮은 구이’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일식과 한식, 그리고 회까지 메뉴라인이 다양해지니 식성이 각기 다른 사람까지 흡수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그 모든 게 베테랑 두 셰프가 버텨줬기에 가능했다.

1년간 재료 개발비에만 수천만원이 들어갔다. 기존 횟집의 우중충한 느낌을 제거하기 위해 4억원을 들여 신축에 가깝게 리모델링을 했다. 아내는 물론 지인, 근처 식당주도 이들의 변신을 무모하게 봤다. 하지만 추씨는 그런 반응을 ‘원래 대박 날 사업은 주위에서 말리는 법’이라며 무시했다.

그렇게 해서 돼지사골 대신 닭뼈를 10시간 곤 육수로 만든 ‘나가사키짬뽕’, 새로운 버전의 돈가스인 ‘로스카츠와 규카츠’, 전분을 발라 165℃에서 튀긴 ‘남방치킨’, 연근, 주꾸미, 게살 등에 빵가루를 묻혀 꼬치식으로 튀긴 ‘쿠시카츠’, 돼지목살을 이용한 일본 된장국 같은 ‘돈지루’ 등이 탄생했다.

사실 세팅만 봤을 때는 솔직히 그렇게 식감이 돌지 않았다. 음식을 먹으면서 순간 일본 오사카 뒷골목 이자카야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들었다. 아직 덜 익은 인테리어와 규격화된 서빙만 조금 숙성되면 바다맛길의 명소로 충분히 주목받을 것 같았다. 남구 대명10동 1225-15. (053)624-5484

글·사진=이춘호기자 leek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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