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은 한국의 스벵갈리” 외신, 소설속 최면술사 빗대

  • 박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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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11-04 00:00  |  수정 2016-11-04 07:36  |  발행일 2016-11-04 제6면
“최씨, 국가수반 장악력 얻어
亞 힘의 균형 흔드는 스캔들”

외국 언론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지대한 관심을 표명한 데 이어 아시아 지역의 안보에 미칠 영향을 고려한 한국의 확실한 진상 규명과 수습까지 촉구해 주목된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2일(현지시각) ‘박근혜 대통령은 서울의 스벵갈리에 대해 확실히 밝혀야 한다’는 사설에서 “아무런 공식 직위도 없이 박 대통령의 개인사에서 일부 정신적인 역할만 한 사람이 국가 수반에 대해 스벵갈리와 같은 장악력을 얻었다는 것이 (사람들) 인식"이라고 이번 사태를 요약했다.

스벵갈리(Svengali)는 다른 사람의 정신을 조종하는 최면술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조르주 뒤 모리에의 소설 ‘트릴비’(1895)에서 스벵갈리는 가난한 음치 소녀 트릴비에게 최면을 걸어 디바로 만든다. 스벵갈리가 죽자 트릴비는 노래와 무대에 관한 모든 것을 잊어버린다. 앞서 해외 언론은 최순실씨의 부친인 고(故) 최태민씨를 온갖 요술과 추문으로 제정 말기 니콜라이 황제의 러시아 황실을 파멸로 몰고간 요승 라스푸틴에 비교하기도 했다.

FT는 이어 이번 사태가 한국 내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을 뒤흔드는 스캔들이 될 수 있다면서 박 대통령이 북한의 무력 도발 앞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결정하는 등 안보 측면에서 어려운 결정을 하는 의지를 보였기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FT는 “현재의 정치 위기에 지역협력 강화 능력이 저해되면 평양은 더 대담해지고, 한국·일본이라는 축이 침식된다면 필리핀이 중국으로 기운 데 이어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문은 “박 대통령이 살아남으려면 개각 이상을 해야 할 것"이라며 “최씨로부터 공개적으로 멀어져야 하고 그들 관계의 본질을 명백히 밝혀야 하며, 친구를 사법처리에서 보호하려는 어떤 모습도 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밖에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한국의 대통령이 신비주의자나 샤먼에 빠진 유일한 지도자는 아니라며 아시아 여러 나라의 역대 사례를 언급했다. AP통신은 ‘한국의 초현실적(surreal) 스캔들의 배경’이라는 기사에서 ‘서커스’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번 사태가 대통령직을 위협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 분노해 대검찰청에 포클레인을 몰고 돌진한 남성까지 소개했다.

박재일기자 park11@yeongnam.com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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