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영남일보 문학상] 시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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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02   |  발행일 2017-01-02 제30면   |  수정 2017-01-02
평이한 언어로 생의 뒤틀림을 끄집어내다
20170102

본심에 올라온 시의 독후감은 심사위원들에게 마치 한 사람의 시집을 읽는다는 느낌을 주었다. 느낌과 느낌들이 손쉽게 공유되는 이유는 짐작할 수 있지만 참람하다. 문학의 기술과 기교는 독창성이나 변별성보다 더 높은 가치가 결코 아니다. 그나마 네 사람의 가편을 만난 것은 다행이랄 수 있다.

시 ‘삼각형 누드’는 옷걸이와 옷에 대한 천착이다. “옷을 벗기면 너무 마른 삼각형이 나오”곤 하는 옷걸이라는 상징은 “옷의 속마음을 걸어두”는 곳이다. 그렇다고 ‘옷의 속마음’이 다 걸리는 것은 아니라는 성찰의 안팎에는 옷과 옷걸이의 불화와 화해, 측은함과 격려가 맵씨 있게 걸려 있다. 이후 옷과 옷걸이의 서로를 확장시키면서 “옷걸이의 마음을 닮은 삼각형이/ 옷을 벗으면 내 몸에도 몇 군데는 있다”라는 몸의 윤리학에 도착한다. 가장 아름다운 시를 선택해야 한다면 선자들은 이 시가 아닐까 하고 의견을 모았다.

또 다른 시 ‘답장 사이로’는 서사가 떠받치는 시편이다. 한 계절의 이야기를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펼쳤다면 그 속의 고통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그러기에 시는 울림이 크고 높다.

시 ‘5분의 꼬리’는 시간의 비극성을 희극에 기대어 혹은 희곡성에 기대어 진술하고 있다. “약속장소가 5분 먼저 와 있었다./ 내가 늦은 것이 아니라/ 순전히 5분이라는 시간이 먼저 가 있었다”라는 구절을 본다면 5분이라는 시간은 나를 검색하려는 무의식과 의식의 의도이다. 건조한 5분들은 계속 나를 간섭하고 배반하면서 나를 돌이키게 한다. 독특한 시각이 이채롭다.

당선작인 시 ‘공복’은 “죽은 나무 위에서 늦은 밥을 먹을 때/ 문은 닫히는 소리를 낸다”는 쓸쓸하고 텅 빈 허기라는 감정을 낯설게 묘사한다. 게다가 뒤틀지 않은 평이한 언어로 생의 뒤틀림을 끄집어낸다. 공복이라는 발화는 화자에 의하면 “당신이 하고 있는 무엇”을 “가만히 있게 가만히 두지 않는 시간”이다. 이것은 “이런 말을 들을 수 있다”와 “이런 말을 할 수도 있다”의 사이에 존재하는 감정의 시작이자 재현이다. “밝아올 것이라는 말을 지워버린 아침”과 “할 수밖에 없는 것을 하고” 난 뒤의 망설임들 모두 같은 공복감이다. 그러한 공복감은 자신을 끊임없이 되돌아보는 사람들만이 가지는 개량의 감정이다. 또한 그 공복감은 우리 시에서 드문 서정이기도 하고 단순하되 겹을 가진 문장 역시 쉽사리 발견하기 힘든 재능이다.

심사위원들은 최종적으로 ‘공복’과 ‘5분의 꼬리’ 사이에서 한참 논의를 해야만 했다. 게다가 이 두 분의 나머지 시편들도 고른 수준을 유지했기에, 결정은 힘들었고 결론은 행복했다. 결국 우리 시의 전망이라는 측면에서 개성이 더 도드라진 ‘공복’을 당선작으로 합의했다.

당선을 축하하며 나머지 세 분의 시적 역량에도 심사위원들이 오래 고민하면서 찬사를 보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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