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뽑을 외국인 타자, 나바로처럼 될까 가코처럼 될까

  • 명민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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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2-06   |  발행일 2017-02-06 제26면   |  수정 2017-02-06
■ 삼성 라이온즈 영입기록 살펴보니…
20170206

지난해 말 삼성 라이온즈는 국내리그 적응 여부 및 자격요건(우타 거포 1루수)에 꼭 들어맞는 일본 한신의 4번타자 고메즈 영입에 나섰고 구두계약까지 마쳤다. 하지만 고메즈는 개인 사정으로 삼성 입단을 포기했다. “(외국인)타자는 투수와 다르다. 돈을 많이 주고 데려와도 결국 적응 여부가 관건이다. 좋은 외국인 타자 찾기는 로또 당첨되는 것만큼 어렵다.” 삼성 라이온즈 관계자가 털어놓은 속내다. 왜 ‘좋은 외국인 타자 찾기=로또 당첨’일까. 삼성의 ‘역대 외국인 타자 계보’를 훑어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제도 도입 후 3년간 이어진 성공

삼성은 KBO가 외국인 선수제도를 도입한 1998년부터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팀당 2명씩 보유할 수 있었다. 투수자원이 귀했던 만큼 각 구단은 너 나 할 것 없이 대부분 투수로 채웠다. 삼성 역시 그해엔 외국인투수 2명을 영입했다. 삼성은 이듬해인 1999년 2명 모두를 타자로 채웠다. 찰스 스미스와 빌리 홀이다. 스미스는 첫해 타율 0.287 98타점 40홈런을 기록했다.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스미스는 겸손한 성격으로 코칭스태프에게 먼저 조언을 구할 만큼 적응을 잘했다. 또 100㎏ 이상의 큰 덩치에도 푸근한 인상을 풍겨 팬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빌리 홀은 특유의 빠른 발로 47도루를 기록했지만, 가진 게 주루 능력뿐이었다. 빌리 홀은 타율 0.244 23타점 4홈런을 기록해 재계약에 실패했다.

삼성은 2000년 스미스와 재계약을 하는 한편 새 외국인 타자로 플랑코를 영입했다. 스미스는 전반기 타율 0.274 57타점 20홈런으로 활약했지만, 후반기 심각한 슬럼프에 빠지면서 방출됐다. 플랑코는 타율 0.327 110타점 22홈런으로 구단 역대 최고의 용병으로 손꼽힐 만한 활약을 펼쳤다.

이듬해 2001년에 영입한 매니 마르티네스는 외국인 선수 최초의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했다. 마르티네스는 타율 0.278 96타점 25홈런 28도루를 기록해 삼성의 성공사례로 남았다.

◆길었던 흑역사 터널

삼성의 외국인 타자와의 좋은 인연은 여기까지였다. 이듬해부터 10여 년간 곧바로 흑역사가 시작됐다. 2002년 영입한 루크는 부상으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하고 방출됐다. 같은 해 SK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으로 온 브리또는 타율 0.283 90타점 25홈런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재계약에 성공했지만, 2003년 부상으로 극심한 부진을 보여 절반의 성공사례로 남았다.

2004년에 입단한 오리어리는 제멋대로 행동하다 결국 방출됐다. 오리어리는 당시 갑자기 고국인 미국으로 돌아가기도 했고, 시범경기에서부터는 훈련에 참여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오리어리의 대체자로 들어온 로페스는 성실했지만, 무릎 부상으로 타율 0.162 8타점 3홈런에 그쳤다. 2008년에 뽑은 크루즈와 2011년에 데려온 가코도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며 시즌 도중 아웃됐다.

◆제2의 나바로 찾을 수 있을까

2014년은 삼성이 외국인타자 흑역사를 청산한 기념비적인 시즌이다. 나바로 덕이다. 입단 첫해 타율 0.308 98타점 31홈런으로 역대 최고의 활약을 펼친 나바로는 이듬해에도 타율 0.287 137타점 48홈런으로 무력시위하며 팀의 정규리그 5연패를 이끌었다. 하지만 2016년에 영입한 발디리스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부진했다.

결국 삼성은 1999~2016년 외국인타자 총 13명을 영입해 6명을 퇴출시키는 등 9명은 실패했고 4명의 성공만 지켜봤다. 영입 성공률은 30%에 불과했다. 삼성은 현재 성공률을 높여 줄 ‘4번타자감 거포’를 찾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투수는 기본적으로 부상 없이 공만 잘 던지면 되지만, 타자는 타격감을 잡아야 한다. 빅리그에서 난다 긴다 했던 선수들도 한국 문화와 KBO 투수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면 있던 타격감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외국인타자 영입 작업에 신중을 거듭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명민준기자 minj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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