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터키, 난방시설 열악…집집마다 전기히터 필수, 서민에겐 도시가스 부담

  • 인터넷뉴스팀
  • |
  • 입력 2017-03-30   |  발행일 2017-03-30 제15면   |  수정 2017-03-30
실용적인 러시아식 난로 페치카
지금도 일부 지방서 흔하게 사용
라디에이터는 최소 온도만 유지
[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터키, 난방시설 열악…집집마다 전기히터 필수, 서민에겐 도시가스 부담
터키 일반 가정에서 흔히 사용하는 겨울 난로인 페치카.
[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터키, 난방시설 열악…집집마다 전기히터 필수, 서민에겐 도시가스 부담
엄민아<경북PRIDE상품 터키 해외시장 조사원·터키 하제테페대(Hacettepe University) 석사과정>

한국과 비슷한 사계절을 지니는 터키에서도 겨울은 가장 혹독한 시기다.

‘소바’라 불리는 난로가 유럽으로부터 전파된 것은 오스만 제국 근대기였다. 재미있는 것은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획기적인 인류의 발명품에 거부감을 느꼈다. 사회가 ‘이슬람에서 허용된 것(하람)’과 ‘금지된 것(할랄)’으로 구분되던 당시 서양 문물인 난로는 무슬림으로서는 경계해야 할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근대 중반에 들어서 오스만 제국과 유럽 간의 인적 교류가 더욱 확장되면서 건축양식이 유럽을 따라 변화함에 따라 난방 방식도 그에 맞게 바뀌었다.

이후 터키에 ‘페치카’라는 새로운 형태의 난로가 등장한 것은 러시아로 이주노동을 떠났던 흑해와 트라카 지방의 터키인들이 본국으로 귀환하기 시작하던 1970년대부터다. 이 러시아식 난로는 오늘날에도 특정 지방에서는 매우 흔하게 사용되고 있다. 모든 면에서 굉장히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땔감으로 장작과 석탄을 모두 사용할 수 있고, 난로의 널찍한 윗면에서는 차를 끓이거나 냄비의 음식을 데울 수 있다. 아래 화덕에는 감자나 밤 등을 넣어 손쉽게 주전부리를 마련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연기가 나가는 파이프와 집안의 기둥 사이에 줄을 매달아 빨래를 널어두면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옷이 금세 마르고 실내 습도까지 유지해준다. 특히 터키에서는 채소나 과일을 말리는 데에 유용하게 쓰인다.

터키의 난방 구조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20세기 후반 라디에이터와 보일러 시스템의 등장이다. 도시화로 인해 중소 규모의 목조주택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시멘트로 지어진 연립형 주택들이 들어서면서 여러 공간의 난방을 한꺼번에 또는 각각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도시가스를 이용하는 라디에이터와 보일러 시스템에서는 ‘콤비’라 불리는 보일러를 통해 온수와 라디에이터의 온도가 조절되고, 각 공간에 배치된 라디에이터는 각각의 온도 조절 바를 조작함으로써 열거나 닫을 수 있다.

최근에 지어진 관공서나 상업용 건물에는 천장형 에어컨이 시공된 모습도 눈에 띄지만 전기료가 워낙 비싸다 보니 일반 가정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아직까지는 에어컨도 매우 보기 드물다.

터키는 거대한 국토와 풍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방시스템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빈곤하다. 수 세기 동안 난방 연료에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1983년 이즈미르시에서 최초로 지열 난방시스템이 시작됐는데, 30년도 더 지난 현재 지열 난방을 활용하는 지방은 겨우 1군데가 더 늘었을 뿐이다.

도시가스는 터키 정부가 지방에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도시가스로 난방을 하는 것은 일반 서민들에게는 아직까지 상당히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라디에이터와 보일러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현대식 주택들에서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공간들의 라디에이터는 아예 잠그고 온도도 최소한으로 유지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라디에이터는 바닥을 데우는 한국의 보일러 시스템과는 달리 근접한 거리의 공기만을 데우는 데 그치다 보니 겨울을 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집집마다 전기히터는 필수품이고,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남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터키인들에게는 4월 초까지도 실내에서는 옷을 몇 겹씩 껴입고 생활하는 것이 흔한 풍경이다.
<영남일보 - < 재> 경북도 경제진흥원 공동기획>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획/특집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