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토크] 영화 ‘하루’ 민철 役 변요한

  • 인터넷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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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6-23   |  발행일 2017-06-23 제43면   |  수정 2017-06-23
“‘타임루프’ 소재보다 사람 사는 냄새에 꽂혔다”
20170623

깊고 선한 눈, 높게 뻗은 코, 야무진 입매. 배우 변요한은 시쳇말로 ‘꽃미남과’다. 하지만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곱상한 외모 너머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자신만의 세계를 숨겨뒀을 것 같은 무한한 호기심이 절로 넘실댄다. “변요한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배우”라는 봉준호 감독의 극찬은 괜한 것이 아니다.

내성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중 1때 오른 연극 무대에서 배우의 꿈을 꾸게 된 변요한은 외교인이 되길 바라는 아버지의 반대에 19세에 홀연히 중국 유학길에 올랐다. “중국 무역을 배우고 오겠습니다”라는 야무진 거짓말을 내뱉고 중국으로 떠난 그는 대학교 입학 직전 “네게 줄 선물이 있다”는 아버지의 부름에 귀국했다. 아버지가 마련한 선물은 바로 군입대 영장이었다.


도통 바뀌지 않는 하루에 갇힌 남자 役
90분 러닝타임 내내 극한의 감정 연기
“나중엔 어떻게 깨야 하는지 헷갈릴 정도”

한순간도 자기 연기에 만족한 적 없어
끊임없이 물음표 던지며 연기 담금질
“정확한 연기가 기본…애드리브 안해”

‘변요한사단’은 배우 되기前 만난 친구
현재 연기·글쓰는 남자 셋이 동거중
“男優 피규어 모으는 취미로 감성 채워”



부대 안에서 친구들이 건네주는 시나리오를 보고 연기 공부한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합격했다. 독립영화 ‘들개’, ‘소셜포비아’로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tvN 드라마 ‘미생’으로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자신의 얼굴을 알렸다. 스타성과 연기력을 두루 겸비한 청춘스타의 등장에 대중은 환호했다. 이후 변요한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제 영역을 확실히 구축해왔다.

영화 ‘하루’(감독 조선호)는 매일 눈을 뜨면 딸(조은형)이 사고 당하기 2시간 전을 반복하는 남자(김명민)와 어떻게 해도 바뀌지 않는 시간에 갇힌 또 다른 남자(변요한)의 이야기를 그린다. 변요한은 이번 작품에서 지옥 같은 하루에 갇힌 남자 민철 역을 맡아 극한의 감정 연기를 펼쳤다. 변요한의 연기 구력을 1시간30분 러닝타임 내내 발산한다.

어린 시절 1분에 질문 50개를 쏟아냈을 만큼 궁금증이 많았던 그는 연기력에도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진다. 그는 단 한순간도 자신의 연기에 만족한 적 없다고 했다. 변요한이 또래 배우 가운데 가장 정형화되지 않은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혹독한 담금질 덕분일 테다.

▶살이 눈에 띄게 많이 빠졌다.

“복싱을 시작했다. ‘하루’ 촬영할 때 근육을 키웠다. 다부져 보이고 싶었다. 오래전부터 복싱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 내 몸이 변하는 걸 보고 싶어서 시작했다. 체력적으로 지친 부분도 있었고. 집에 샌드백을 달아놓고 시간 날 때마다 하고 있다.”

▶‘하루’는 단 하루의 시간이 무한반복되는 설정이다. 누가 봐도 힘든 촬영을 각오해야 하는데, 선뜻 출연한 계기는.

“등장인물 모두 각자의 아픔이 있다. 그 아픔 때문에 분노하고 미워하는 거고. 그럼에도 결국엔 화해하고 사랑하는 내용이다. 그 지점이 뭉클했고, 특별했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피해준 적이 있고 피해 당한 적이 있다. 먼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게 참 어려운 일 아닌가. ‘하루’를 찍고 나서는 내가 먼저 사과하고, 사람들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려 한다. 주변에서 나보고 대인배가 됐다더라.(웃음) 타임루프라는 소재보다 사람 사는 냄새에 꽂혔다.”

▶SBS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 함께한 김명민이 출연 제안을 했다고. 정작 김명민 본인은 출연을 후회할 정도로 힘들어했다는데. 원망스럽진 않았나.

“전혀. 촬영하면서 즐거웠다. 물론 환경적으로 힘들긴 했지만 내 마음이 많이 뜨거워진 것을 스스로 느끼며 찍었다. 날씨도, 마음도 뜨거웠다. 날씨가 굉장히 더웠다. 에어컨 바람을 잠깐 쐬러 차에 들어가도 위로가 안 될 정도로 더웠다. 차라리 밖에서 스태프들과 지내는 게 나을 정도였다. 영화에도 그 열기 그대로 나왔다. 힘들지만 즐거웠다. 내가 누군가를 위해 얼마나 더 뜨거워질 수 있을까, 달려갈 수 있을까를 떠올리며 연기했다.”

▶한 장소에서 한 장면을 반복해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김명민 선배님은 비행기에서 자다 깨는 장면을 50번 찍었다 했다. 스태프들도 힘들었다. 각 장면마다 앞뒤 상황을 맞춰야 하니까. 나는 내 감정에만 집중하면 됐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날씨도 한결같이 더웠다. 나는 고시원에서 깨는 장면을 한 번에 몰아서 찍었는데, 나 역시 50번 정도 깼다. 나중엔 내가 굉장히 어색하게 일어났다. 계속 자다 깨다 하다 보니까 어떻게 깨야 하는지 헷갈렸다. 촬영장이 웃음바다가 됐다. 인내력이 필요한 촬영장이었지만, 힘들지 않은 현장은 없으니까.”

▶김명민은 정확하게 연기하는 배우다. 곁에 보고 배운 점이 많을 것 같다.

“나 역시 연기는 정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기본이다. 관객과 연기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첫 이유다. 김명민 선배는 드라마, 영화 두 장르 모두에서 훌륭하다. 이번 ‘하루’에서는 엄청난 배려를 보여줬고,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6페이지 독백을 NG 한 번 없이 해냈다. 불타오르는 집중력이었다.”

▶변요한만의 연기 철학이 있다면.

“토시 하나 안 틀리고 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게 감독과 작가님에 대한 예의인 것 같다. ‘미생’ 때도 애드리브냐 아니냐는 질문을 받았는데 나는 애드리브를 한 적이 없다.”

▶‘미생’ 이후 주목받으면서 연기평이 좋아지고 있는데. 과대평가됐다고 생각하나.

“딜레마다. 쉽게 대답하기 힘들다. 뭐가 잘하는 연기고 못하는 연기인지 모르겠다. 어렸을 때 봤던 너무 이상하다고 느낀 배우의 연기를 나이가 들어서 봤을 때는 굉장하다고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오히려 지치고 힘들 때 내가 출연했던 독립영화를 보면 또다시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멋 부리지 않고 연기하고 싶단 생각이 계속 든다. 거기서 오는 고민이 굉장히 크다.”

▶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가 뭔가.

“어렸을 때 엄마한테 1분에 50개의 질문을 했다더라. 지금도 질문하는 버릇이 있다. 감독님에게도, 스스로에게도 끊임없이 묻는다. 친구들도 ‘질문 좀 그만해라’라고 한다. 난 그냥 말하는 건데.(웃음) 질문, 호기심은 내 힘이다. 작품 하나가 끝나고 나면 연기에 만족하기보다 끝까지 물음표를 던지는 편이다.”

▶‘변요한 사단’(지수, 엑소 수호)이라는 말까지 생겼을 정도로 주변에 친구가 많다. 비결이 뭔가.

“우리는 친구일 뿐이지 사단? 전혀 아니다.(웃음) 팬들이 ‘변요한 사단’이라고 붙여준 이름으로 기사가 났다가 말 그대로 사단 날 뻔했다. 서로 배우가 되기 전에 만난 말 그대로 친구들이다. 힘이 되는 친구고, 자주 못 봐도 좋은 친구들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못 될 것 같으면 아예 다가가지 않는다. 굳이 미워하고 싶지도 않고. 지금 내 곁에 있는 친구가 바로 그런 친구들이다. 내가 지금보다 부족하고 방황할 때 곁에서 친구가 돼 준 좋은 사람들이다.”

▶궁금증이 많은 배우라고 했다. 물음표에서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이 있나.

“최근엔 피규어. 요즘 취미가 피규어를 수집하는 건데, 부품을 따로 사서 직접 만드는 커스터마이즈 피규어를 모으고 있다. 어렸을 때 TV에서 봤던 영화 ‘영웅본색’의 주윤발 피규어부터 제이스 스타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까지 마흔개 정도 있다. 혼자 내 방에 앉아서 피규어를 만들면 친구들이 보고는 웃는다. 이건 또 갑자기 뭐냐고. 나는 그러거나 말거나 ‘진짜 사람 같아!’라며 소리친다.”

▶피규어는 어디서 사나.

“인터넷으로 최저가 해외구매를 한다. 난 당당하게 변요한으로 주문한다. 최근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이마 주름을 파는데, 정말 ‘이거다!’ 싶은 순간에 느낌표가 뜨더라.(웃음) 내 피규어 컬렉션은 레드카펫 위의 남자배우 콘셉트다. 모두 슈트 입고 있다. 예전엔 취미가 없어서 고민이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난 어떤 사람인지 잊고 지냈다. 내게 없는 감성을 취미로 통해 채우고 있달까. 요즘엔 피규어와 복싱에 꽂혔다.”

▶친구들과 함께 살고 있나.

“남자 셋이 살고 있다. 연기하는 친구도 있고 글쓰는 친구도 있다. 친구들과 다 같이 영화 한 편 만들어 보고 싶은데, 이게 참 쉽지 않다. 대신 다른 배우의 시나리오를 구해서 연기 스터디도 하고 글도 쓰곤 한다.”

▶ 다음 계획은.

“잘 모르겠다. 일단 ‘하루’ 홍보에 집중하고 싶다. 조급하게 달리고 싶지 않다. 예전에 독립영화 찍을 때는 쉼 없이 달렸다. 그러다 한 번 마음이 크게 무너진 적이 있었다. 연기를 그만둬야겠단 생각까지 했다. 성급하게 달리기보다 천천히 가고 싶다.”

글=TV리포트 김수정기자 swandive@tvreport.co.kr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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