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패션 속 권력의 민낯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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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23   |  발행일 2017-12-23 제16면   |  수정 2017-12-23
소크라테스씨, 멋지게 차려입고 어딜 가시나요
고대 그리스 패션 속 권력의 민낯
연희원 지음/ 문예출판/ 324쪽/ 1만7천원

고대 그리스에도 여성스러운 행동과 몸짓을 하고 얼굴에 화장을 곱게 한 젊은 남자들이 있었다. ‘키노이두스’라고 불린 이들에 대해 비난이 쏟아졌다. 현대 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득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하는 유시민 작가는 2003년 국회의원 당선 후 첫 등원에서 ‘국민을 모독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유 의원은 흰색 면바지에 남색 재킷을 걸쳤고, 넥타이를 매지 않았다. 국회의원의 특권의식이 빚은 해프닝이다.

고대 그리스의 ‘특권 패션’은 ‘나체’였다. 당시 그리스에서 열린 올림픽 경기에서 여성들의 출입은 금지됐고, 남성들은 나체로 참가했다. 나체는 그리스의 지배세력이었던 ‘시민 남성’들의 권력을 상징하는 패션이었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시민 남성들의 패션을 통해 패션에 감추어진 권력의 민낯을 드러낸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 서양 철학을 대표하는 철학자들의 패션을 다룬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가 평상시 입었던 키톤과 히마티온 등을 살펴봄으로써 그리스 시민 남성에 의해 주도된 외모차별주의를 분석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패션과 화장은 헤타이라(고급 매춘부)와 같은 화류계 종사자에게만 허용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저자는 옴베르트 에코의 기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경대와 고려대에 출강하고 있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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