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의 쉼표, 이야기 따라 포항여행] ⑦ 연일읍 달전리 주상절리

  •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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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7-31   |  발행일 2018-07-31 제12면   |  수정 2018-08-21
병풍 펼쳐 놓은 듯 수백개 돌기둥…수천만년 견뎌낸 ‘지질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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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남구 연일읍 달전리에는 신생대 제3기 용암의 분출로 형성된 주상절리가 자리하고 있다. 주상절리 파편 더미 너머로 웅장한 모습의 달전리 주상절리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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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남구 연일읍 달전리(達田里)는 개간한 밭에 농사가 잘 되어 ‘달밭들’이라 불린 마을이다. 마을의 작은 야산은 채석장이었다. 1997년 포스코 및 국가산업단지 부지를 매립하기 위해 산을 파내다가 이상한 형상의 암벽이 발견되었다. 마치 병풍을 펼쳐 놓은 듯 수백 개의 돌기둥이 이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그것은 신생대 제3기 용암의 분출로 형성된 주상절리(柱狀節理)였다. 인류의 시간보다 더 오래된 지질학적 시간이 수천만년을 뛰어넘어 인간 앞에 그 모습을 드러낸 순간이었다.

#1.달전리 주상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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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전리 주상절리 왼쪽의 전형적인 세로 형태 주상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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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가면서 좌측으로 눕거나 부채꼴로 펼쳐진 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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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비탈면 쪽으로 약간 휘어져 있는 세로형태 주상절리 상부.

달전리의 주상절리는 신생대 화산암류 중 제3기 마이오세의 안산암질 현무암이다. 규모는 높이 20m, 너비 100m, 전체면적 3만2천651㎡로 대단히 크다. 암벽은 수직에 가까운 80도의 경사를 유지하고 있는데, 높이 20m에 이르는 수직 구조는 한반도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식으면서 기둥 모양으로 굳은 것이다. 분출된 용암은 공기에 닿는 윗부분과 땅에 닿는 아랫부분이 가장 빠르게 식는다. 따라서 주상절리는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시작으로 만들어진다. 이때 윗부분에 만들어진 절리를 상부(upper) 칼러네이드(colonnade), 아랫부분의 절리를 하부(lower) 칼러네이드라 부른다. 상부와 하부가 서로 만나는 지점에는 불규칙한 절리가 생기게 되는데 이 부분을 엔태블러처(entablature)라고 한다. 용암은 식으면서 수축되는데, 냉각 중인 용암의 표면에는 수축이 일어나는 중심점들이 생기게 된다. 이런 중심점들이 고르게 분포하면 그 점을 중심으로 냉각 및 수축이 진행되면서 다각형의 규칙적인 균열이 생긴다. 용암이 급격하게 식을수록 다각형 면의 개수는 점점 적어지고, 냉각되는 속도가 느릴수록 이상적인 육각형에 가까운 기둥이 만들어진다. 달전리 주상절리는 대체로 6각형을 이루고 있다.


신생대 제3기 용암 분출로 형성된 암벽
포스코 부지 매립 위해 산 파내다 발견
높이 20m 수직 구조로 보기 드문 형상
오른쪽 갈수록 눕거나 부채꼴로 휘어져
2000년 4월 천연기념물 제415호로 지정


정면에서 보았을 때 왼쪽에는 전형적인 세로 형태의 주상절리가 나타난다. 오른쪽으로 가면서 주상절리의 형태는 미약해지는데, 좌측으로 눕거나 부채꼴로 펼쳐진 형상이다. 세로 형태의 주상절리 상부는 산의 비탈면 쪽으로 약간 휘어져 있다. 경사진 지표의 풍화층이 중력에 의해 사면(비탈면) 아래로 이동하는 현상을 사면이동이라 한다.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만큼 느린 속도로 이동하지만 사면이동의 압력에 의해 주상절리는 사면이동 방향으로 휘어진다. 휘어진 주상절리는 중력과 시간의 합작품이다.

수직 주상절리의 왼쪽 끄트머리에는 모서리가 둥글게 풍화된 돌들이 보인다. 마치 하천 가의 둥근 돌을 수직으로 쌓은 모습이다. 풍화에 의해 둥근 돌이 형성되는 현상을 구상풍화라 하는데, 구상풍화는 땅 속에서 풍화가 진행될 때 형성된다. 블록의 모서리가 수분이 많은 땅 속에서 풍화되어 둥근 돌이 되는 것이다. 지표에 노출된 주상절리는 수분과 접촉하는 시간이 땅속에 비해 현저히 짧기 때문에 풍화가 제한된다. 달전리 주상절리는 멀리서 보면 곧게 뻗은 나무기둥을 촘촘히 세워 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주상절리를 구성하고 있는 각진 돌조각을 볼 수 있다. 그러한 현무암 블록은 수직절리와 수평절리를 따라 풍화가 진행되었음을 보여준다.

#2.동해가 열릴 때

아주 오래전 한반도와 일본은 유라시아 대륙에 붙어 있었고 당연히 동해도 없었다.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은 태평양판과 가깝기 때문에 고생대에서 신생대까지 오랫동안 화산 활동이 계속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동남부 지역은 특히 신생대(6천500~200만년 전)에 이르러 다양한 지구조적 사건들을 겪게 된다.

신생대 초기인 5천만년 전, 인도 대륙과 유라시아 대륙이 충돌했다. 히말라야 산맥이 형성되었고 동아시아 대륙은 태평양 쪽으로 밀려나 해구의 퇴각이 일어났다. 한반도 남동부 지역은 당기는 힘이 작용하는 신장성 환경으로 변하게 되었고 이때 발생한 힘에 의해 지하 깊은 곳에서는 마그마가 생성되었다.

신생대 3기 마이오세인 2천300만년 전에는 태평양판이 확장을 시작했다.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과 충돌하자 해양판은 구부러져 유라시아 대륙 밑으로 파고들었다. 판의 충돌로 판이 맨틀로 빠져드는 곳을 ‘섭입대’라고 한다. 섭입에 의해 해양판은 맨틀로 돌아가게 되는데 그때 해양판은 지하로 들어가면서 녹아 마그마를 형성한다. 한편 해양판이 대륙판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대륙판의 지각 일부가 끌려 들어가는데, 그때 생기는 마찰 때문에 당기는 힘이 작용하고 약한 곳은 인장력을 받아 갈라진다. 그렇게 일본이 한반도에서 남쪽으로 떨어져 나가기 시작했다. 지각이 갈라진 분지에 바닷물이 밀려왔다. 동해가 열렸다.

유라시아판 밑으로 들어간 해양판의 마그마가 솟아오르는 지점이 동해다. 대륙 충돌의 여파로 당기는 힘이 발달하고 태평양판이 유라시아 대륙 아래로 섭입하는 지구조운동에 의해 한반도와 일본이 점점 더 벌어지면서 동해가 열렸다는 설이 ‘당겨 열림설’이다. 이때 벌어진 틈으로 용암이 솟아올라 포항과 경주 지역에 활발한 화산활동이 발생했다. 잡아당기는 힘은 이곳 달전리에도 영향을 주어 땅이 벌어지게 되었고, 벌어진 틈을 따라 땅속 깊은 곳에 있던 마그마가 솟아오르면서 일어난 화산활동으로 현무암이 만들어진 것이다.

#3.풍화와 침식은 진행 중

남한에서 제3기 현무암은 백령도, 강원도 고성 지역, 포항 지역, 경주시 감포~울산시 정자 등지에 분포하며, 이 중 백령도를 제외하면 모두 동해안을 따라 분포하고 있다. 이들은 제3기 마이오세에 관입 또는 분출된 것으로 제4기에 형성된 제주도나 철원 등의 현무암에 비해 침식과 삭박된 정도가 심한 편이다. 제3기 현무암 주상절리 중 가장 보존 상태가 좋은 것이 달전리 주상절리다. 달전리 주상절리는 2000년 4월28일 지질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415호로 지정되었다.

한동안 달전리 주상절리는 윗부분에 나무가 자라고 토사가 흘러내려 쌓이는 등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었다. 주상절리 자체도 풍화와 침식을 받았고, 아래쪽에는 떨어져 내린 주상절리 파편이 뒹굴고 있었다. 고성의 주상절리 분포 지역에서는 기둥 돌들이 무너져 내려 형성된 암괴류를 관찰할 수 있는데, 달전리 주상절리에서 떨어진 돌들은 그러한 암괴류처럼 보이기도 했다.

포항시는 2016년 쌓인 토사를 걷어내고 윗부분에 자라는 나무를 제거하는 등 보존 정비 작업을 했다. 떨어져 내린 돌들은 주상절리 앞 한쪽에 모여 있는데 마치 너덜겅처럼 보인다. 주상절리의 파편은 각진 돌과 둥근 돌이 섞여 있다. 만지면 쉽게 부서지는 것들도 있다. 토양화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달전리 주상절리는 지질시대 최후의 시대인 현세를 살고 있으며, 풍화와 침식은 현재 진행 중이다.

글=류혜숙<작가·영남일보 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 참고문헌=조호준, 포항 달전리 주상절리를 중심으로 한 달전 현무암에 대한 지화학적 연구, 2016. 안건상, 남한에서 주상절리의 분포와 암석학적 특성, 2014. 조홍섭, 한반도 자연사 기행. 경북 동해안 지질공원 홈페이지. 자연지리학사전.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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