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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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9-14   |  발행일 2018-09-14 제42면   |  수정 2018-09-14
호주 여성감독, 선전영화 배우러 평양행
20180914

안나(안나 브로이노스키)가 살고 있는 호주 시드니 파크에 다국적 기업들의 탄층 가스 채굴 계획이 알려진다. 환경파괴를 걱정한 안나는 가족과 마을을 지키기 위해 가스 채굴을 반대하는 거리시위를 해보지만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일환으로 선전영화를 제작하기로 결심한 안나. 영화 제작에 필요한 경험과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평양행을 택한다.

‘안나, 평양에서 영화를 배우다’는 서구 영화인 최초로 북한 영화산업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평양에 다녀온 친구로부터 받은 한 권의 책이 발단이 됐다. 김정일이 1987년에 쓴 ‘영화와 연출’이란 책인데, 선전영화를 만드는 데 필요한 세세하고 직관적인 김정일의 지침과 자본주의에 맞서는 그의 사명이 담겨 있다. 안나에겐 돈에 눈이 먼 다국적 기업들이야말로 김정일 선전영화에 등장하는 완벽한 적이었던 셈이다.


서구 영화인 최초로 담아낸 북한 영화산업 현장
김정일이 가장 아꼈던 배우·최고 원로감독 등장


‘연출가는 인민에 대한 책임감을 부여받은 독립적인 예술가이며 창조적 사령관’이라고 명시된 부분을 읽는 순간, 안나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영화감독으로서 강력한 선전영화를 만들어야만 했고, 이를 통해 시드니 파크의 가스 채굴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직설적이고 투쟁적인 다큐멘터리들이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는 사실 또한 안나의 평양행에 결정적인 자극제가 됐다.

카메라를 통해 비쳐지는 북한의 풍경과 시선들은 국내 관객들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질 만큼 평화롭다. 특히 흥미로운 건 벽안의 이방인을 대하는 북한 영화인들의 태도다. 그들은 김정일의 영화교본을 바탕으로 영화 제작 기법은 물론 연기 지도 방법까지 살갑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안나는 “우리가 만났던 영화인들과 북한 사람들은 쾌활하고 재미있었으며 똑똑하고 강인했다”고 회상했다.

실제로 안나는 촬영이 끝나면 북한 영화인들과 술과 음식을 먹고, 노래를 부르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그들과 소통했다. 이 모습은 극중에도 등장하는데 국가와 인종, 이념과 체제를 넘어 모두가 한 가족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지금껏 외부에 노출된 적 없던 북한 영화계 최고 실력자들이 등장한다. 북한 영화계 원로이자 공훈예술가인 박정주 감독과 리관암 감독, 김정일이 가장 아꼈던 배우 중 하나인 윤수경 등이 자신들의 연기철학을 진솔하게 피력한다. 영화는 조선인민군4·25예술영화촬영소의 세트장과 시사실의 모습은 물론 평양국립교향악단이 안나의 영화에 삽입될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연주하는 장면 등도 담았다. 또 다른 북한의 모습을 발견했다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 작품이다. (장르: 다큐멘터리 등급: 전체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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